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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국가시스템 후진성 보여줬다"

[한의대생과 만난 이재명 성남시장②]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

등록|2015.07.20 20:43 수정|2015.07.20 20:43

▲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천한의대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고강선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기사 보기).

강세현(가천한의대 본과 2년, 부학생회장) : 메르스 사태 때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성남시가 한 일은 단순하다. 원칙에 따라 대응했을 뿐이다. 정보를 알려야 시민들이 대응할 수 있기에 인권침해를 하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공개한 것이고, 감염 환자를 병원에서 안 받으려 해서 전담 진료소를 확보, 진료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또, 자택에 격리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공무원을 격리자에게 1대 1 배치해서 생필품 등을 챙겨 준 것인데, 이게 모범적인 격리 활동으로 알려진 것이다."

강세현 :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국민도 많이 느꼈겠지만, 저도 역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보다도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 이런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재난에서 국민을 지키는 게 국가의 임무인데, 국방에는 많은 돈을 쓰면서 전염병에는 돈을 쓰지 않아 메르스를 막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국가 시스템의 후진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 정보 공개 등 정부의 대응 문제인데, 정부는 사람들이 위험한 데도 어디서 병이 옮겨지는지 알리지 못하게 했다. 알려주는 게 정부의 임무인데도 불구하고. 또, 초기에 원천봉쇄 했으면 막을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삼성의료원에 하루 수천 명 다녀가는 데도 그대로 놓아둔 것이다. 아마 삼성의료원이 손해를 입을까 봐 그랬다고 보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혼란과 불안이 가중된 것이다."

강세현 : 무상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추진하고 계시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한 사회 문제인 저출산 극복과 서민 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 문제는 정부가 황당한 이유로 반대한다는 점이다. 성남만 하므로 다른 시와 차별이 되고. 또 저소득층은 전액 무상으로 산후조리를 하는데 형편이 좀 나아서 거길(무상공공산후조리원) 못 가는 산모는 50만 원 정도를 준다니까 산모 차별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이유다. 어떻게든 막으려다 보니까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이다. 지방자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이기도 하고."

▲ 강세현(가천한의대 본과 2년, 부학생회장) ⓒ 성남시청


강세현
: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끈질기게 계속 협의를 할 생각이다. 그래도 중앙 정부니까 존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불합리한 태도를 계속 고수하면 지방정부의 주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법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법에서는 (중앙 정부와) 협의하라고 했지, 승인받으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근데 이걸 승인처럼 운영하는 게 문제다."

"정치인생 출발점이 성남 시립의료원"

권용민(가천한의대 본과 3년 휴학중, 전 학생회장)
: 성남 시립 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고 계시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 인생 출발점이 성남 시립의료원이기 때문에 현재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 단번에 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무상의료를 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 성남시립의료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갖가지 공공 서비스 중에서 가장 취약한 게 의료인데, 그 이유는 의료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 공공 서비스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노조 구호가 '돈보다 생명'인데 동감한다. 의료는 돈벌이 수단이 아닌 공공서비스로 봐야 한다. 공공 서비스니까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무상 진료하는 게 당연하고. 성남시립 의료원이 필요한 이유다."

권용민
: 성남시립의료원이 정치인생 출발점?
"시민운동을 하다가,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 주민대표를 하면서 시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전국 최초로 주민이 발의한 시립의료원 조례가 47초 만에 날치기 폐기되는 데 항의하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배돼 교회 지하기도실에 숨었다. 그때 시장이 되기로 했다. 결심한 날짜, 시간까지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다. 성남시립의료원을 내 손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3년 11월, 성남시장으로서 시립의료원 기공식 버튼을 눌렀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서. 2017년에는 성남 시립 공공의료원이 탄생하게 된다."

권용민 : 시립의료원이 건립되면 민간 병원과 마찰이 있지 않을까?
"민간과 경쟁하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고, 돈 벌려고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민간이 잘하지 못하는 일, 보건이나 방역 같은 그런 영역의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부족하다. 전체 의료 규모 중 10% 미만이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 발생 시 필요한 음압 병상도 전국에 99개뿐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얼마나 황폐한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남 시립 의료원에 음압 병상 32개를 놓을 계획이다. 이런 것을 확충하는 측면이 중요하다."

권용민 :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신지?
"정부지원은 한 푼도 없다. 성남시 돈으로만 한다. 건립하는 데 1700억 원 정도 들고, 연간 50억~100억 원 정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자 나는데 왜 하느냐고. 그러나 이걸 적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보면 된다.

재정은, 돈을 쓰는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된다. 어떤 것을 먼저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철학의 문제다. 난 공공의료가 예쁜 조경석 까는 것보다, 아직 멀쩡한 도로 새로 까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것 하지 않으면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 권용민(가천한의대 본과 3학년 휴학중, 전 학생회장) ⓒ 유혜준




권용민 : 성남 시립의료원 진료과목에 한의과도 있는지?

"당연히 있다. 진료실 두 개 정도 계획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조정할 수도 있다. 서양 의학자들은 한의학을 점점 더 많이 공부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정부 보건 관료 중 한의학 공부를 한 분이 거의 없어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 점이 아쉽다. 이게 사실은 우리의 큰 자산인데, 연구나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가천 한의대와 성남 시립의료원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가능하다고 본다."

"가수 유승준, 영국 입국 금지하는 게 맞다"

권태우(가천한의대 본과 2년) : 가수 유승준씨 병역 기피와 국적회복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적회복은 당연히 안 되고, 입국도 못 하게 하는 게 맞다. 한 사회가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구성원들이 사회 질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뿌린 만큼 거둔다는 것이고, 나쁜 짓 하면 혼난다는 것이다. 이게 지켜져야 구성원들이 희망을 품는다. 이게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사회에서는 병역의무 이행 문제다.

힘 있고 빽 있는 사람 다 빠지면 국가 전체를 위해서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 바보인가? 유승준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기득권자다. 이 기득권자가 졸렬하게 해외로 탈출했다가 더는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시점(만 37세 이상, 유승준은 만 38세)이 되니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 사회 전체를 우롱한 처사이다."

권태우 : 가수 유승준 측에서 '현역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이 국민의 의무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무식한 소리를 한 것이다. 난 안 간 게 아니라 장애인이라서, 현역으로 오지 말라고 해서 못 간 것이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했다. 그래서 열심히 민방위 했다. 어렸을 때 지독하게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공장에서 일해야 했고 어느 날 기계에 왼쪽 팔을 눌려 장애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왼쪽 팔이 비틀어져 있어서 곧게 펴지질 않는다. 이 때문에 제2 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권용민 : 유승준에 대한 시장님의 도덕적인 판단이나 철학에 저도 동의하는데, 법조계 출신으로 헌법상으로 입국 금지하는 게 타당한 건지 궁금하다.
"그 사람은 국적회복은 당연히 안 되고, 입국도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해외에 나갔다고 다 막으면 안 되겠지만 이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행동에 대해서 또는 사람을 똑같이 처분하는 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은 영구 입국금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기사 보기)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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