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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기다리다 망부석 됐단 전설 속 바위

안면도 구경하고 대천항으로

등록|2015.07.20 16:12 수정|2015.07.20 16:12
7월 6일부터 이틀간 지인 부부와 충남의 바닷가를 둘러봤다. 비 소식 때문에 3일 여행으로 계획했던 일정을 하루 줄여 이틀만에 다 돌아보려니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어야했다. 청주를 출발해 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를 빠져나온 자가용이 홍성을 지나 서산A지구방조제를 목전에 둔 서부면 궁리의 길가에 정차한다.

▲ 궁리소나무 ⓒ 변종만


차에서 내리면 분재를 닮은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낮은 언덕 위에서 오가는 차량들과 뒤편의 간월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안내문에 의하면 수령 300여년의 보호수로 1980년대 서산 AB지구 간척사업을 하기 전에는 바로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나무 아래에서 음식물을 먹으며 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겼고, 음력 정월에는 마을의 안녕과 바다의 풍랑을 막기 위해 풍어제를 올리던 당상목이다. 소나무 아래편으로 간척지가 이어진다.

▲ 간월암 ⓒ 변종만


96번 지방도로 서산A지구방조제를 건너면 서산A지구방조제와 B지구방조제를 연결하는 간월도를 만난다. 생굴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버무려 담근 젓갈 어리굴젓을 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간월도의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암자 간월암이 이채롭다.

간월암은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으로 물이 빠질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도록 작은 섬이 육지와 연결된다. 무학대사의 인물화가 걸려 있는 법당 앞에서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고 바다 건너편으로 안면도의 황도가 가깝게 보인다. 입구에서 만나는 수령 200년의 사철나무도 볼거리다.

▲ 마검포항 ⓒ 변종만


서산B지구방조제를 지나며 당암포구와 바다 위에 떠있는 낚싯배들을 구경하고 원청사거리에서 튤립축제와 빛축제가 열리는 네이처월드 방향으로 들어서 서해바다로 고개를 쏙 내밀고 있는 마검포항으로 간다.

마검포항은 작은 두 개의 섬을 연결하여 만든 포구로 봄철의 실치회와 멋진 노을이 유명하다.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앞으로 청포대해변, 달사포해변, 몽산포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면도로 가며 염전과 경비행장을 구경할 수 있다.

▲ 해상인도교 대하랑꽃게랑 ⓒ 변종만


안면대교를 건너면 육지와 연결된 안면도에 들어선다. 백사장사거리에서 오른쪽 바닷가로 가면 안면도의 관문 역할을 하는 백사장항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포구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에워싸듯이 자리를 잡았고 그 앞으로 소규모의 어선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여행은 눈으로 보는 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하다. 백사장포구는 제법 규모가 큰 어항으로 싱싱한 회를 먹기에 좋다. 특히 이곳의 자연산 대하와 꽃게가 유명하고 수산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안면도의 백사장항과 남면의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250m의 '대하랑꽃게랑' 해상인도교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두 지역을 하나로 만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다. '드르니'라는 지명은 우리말 '들르다'에서 비롯되었다. 드르니의 옛말 '들온이'는 다리가 없던 시절 맞은편의 안면도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대서 붙여졌다.

포구 옆 백사장해수욕장은 넒은 소나무 숲이 그늘을 만들고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가 자동차가 그냥 지나가도 될 만큼 단단해 여름철에 오토캠핑을 하기에 좋다. 수련활동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5명이 숨진 곳이 인근이라 안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 황도 ⓒ 변종만


육지와 연결된 섬 안면도의 동쪽에 또 하나의 섬 황도가 숨어 있다. 황도는 큰 섬에 딸린 작은 섬으로 크고 화려한 펜션들이 바닷가 언덕 위에서 천수만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건너편으로 간월도와 간월암이 보인다. 매년 음력 정월 초이튿날과 초사흘에는 마을의 태평과 번창을 기원하는 황도붕기풍어제(충남 무형문화재 12호)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 안면암과 여우섬 ⓒ 변종만


황도에서 나와 안면읍내 방향으로 달리다 소나무 숲을 끼고 왼쪽으로 가면 2.3㎞ 거리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안면암이 있다.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안면암은 역사가 짧은 사찰임을 표시라도 내려는 듯 웅장하고 단청도 화려하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은 암자 앞 바다에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그 위에 물이 들어오면 뜨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 자리를 잡는 부영교가 놓여 있다. 안면암을 찾는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암자 앞 바다를 가로지르는 부교를 건너 200여m 거리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조구널'은 여우섬으로도 불리는데 조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 이 섬 가득 조기를 널어 말려 붙여진 이름이다.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한 개의 큰 바위섬으로 오랜 세월 바닷물이 깎아놓은 암벽이 절경이다. 조구널 방향에서 바라본 안면암 주변의 풍경과 이른 새벽 안면암에서 맞이하는 일출이 아름답다.

▲ 꽃지해수욕장 ⓒ 변종만


안면읍을 지나 안면도의 가운데쯤에 위치한 꽃지해변으로 간다. 꽃지해변은 안면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할미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과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유명하다. 밀물 때는 바다 위의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통일신라 때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속의 바위다.

바로 옆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으로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젓개항으로도 부르는 한적하고 조용한 포구 방포항도 옆에 있다. 방포항은 수산물 집산지라 횟집이 즐비하고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인도교 '꽃다리'가 꽃지해변을 연결하면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 운여해변과 솔섬 ⓒ 변종만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 수목원과 안면도자연휴양림을 지나쳐 남쪽으로 향한다. 알고 보면 사진 한 장이 유명한 관광지로 만든 곳이 꽤 많다. 안면도의 남서쪽 바닷가에 있는 운여해변이 그런 곳이다. 일반 여행객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고 주차 장소도 좁다.

하지만 운여해변은 사진 찍기 좋은 출사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소나무들이 멋지다. 밀물이 들어온 저녁나절 반영과 석양이 멋진 곳인데 일정 때문에 그냥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 영목항에서 대천항으로 ⓒ 변종만


고남면 소재지에서 약 4㎞쯤 내려가면 안면도의 남쪽 끝 고남리에 예전에는 영항이라고 불렀던 영목항이 있다. 영목항은 낮은 언덕에서 남쪽 바다를 향하고 있는 안면도 최대규모의 항구로 삼면이 바다로 열려있어 경치가 좋다. 수산업이 발달하여 바지락, 소라, 고동, 우럭, 농어 등 수산물도 풍부하다. 바닷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과 바닷길을 부지런히 오가는 배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영목항은 항구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태안과 보령을 잇는 중요 해상 교통로다. 추도, 소도, 원산도, 효자도, 장고도, 삽시도 등 가까이에 섬들이 많고 정기 여객선이 대천항에서 이곳을 오간다. 차량까지 싣고 오후 5시 50분 영목항을 출항한 정기여객선이 원산도의 선촌선착장, 효자도선착장, 원산도의 저두선착장에 들르며 사람들을 태운 후 대천항을 향해 한참동안 바닷길을 달린다.

▲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의 야경 ⓒ 변종만


대천항은 서해안 어업의 전진 기지로 해상교통의 요지답게 건물들이 화려하다. 부두를 가득 메운 어선, 떠들썩하게 손님을 유혹하는 상인, 근해의 섬을 찾는 여행객들의 삶이 한곳에 어우러져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부둣가의 수산시장에서 회를 먹고 1Km 떨어진 대천해수욕장의 밤풍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첫째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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