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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계속될 시험, 그는 과연 통과할까

[주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과제

등록|2015.07.22 14:24 수정|2015.07.22 16:1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유성호


통상 회사가 합병을 한다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업가치(주가)가 높을 때 합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이건희 회장 일가 보유주식 1.37%)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이 회장 일가 보유주식 42.2%)은 고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하였다. 그러함에도 삼성물산은 미래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4일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다수 국민들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되는 것"(63.2%)이라고 답하였고,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 필자 역시 이 조사결과가 더욱 수긍이 간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도 합병목적을 순수하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결국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은 두 회사의 경영진의 결정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필자는 재벌들의 의사결정 구조 상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결정하고 추진하였을 것이고, 최종 의사결정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이 부회장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번 합병은 공정한가

합병이 발표되자 삼성물산의 주주인 엘리엇과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합병을 반대하였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법에서 정한 계산방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계산방법이 아니라 합병 시점이다. 삼성물산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된 시점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만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이 아닌 전혀 무관한 회사와 합병을 했다면 지금처럼 추진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또한, 삼성물산의 설명대로 시너지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가장 큰 원인은 건설업 불황인데, 합병으로 업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한편, 삼성물산은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바이오회사의 이익을 함께 누리게 되므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제일모직의 주주는 자신들만 독차지할 자회사의 이익을 나눠야 하므로 손해가 된다. 이런 걸 합병이익이라고 설명하니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삼성물산은 의결권이 없는 자기주식을 KCC에 처분하여 우호지분을 늘렸다. 이는 회사 돈으로 산 자기주식을 이 부회장을 위한 합병에 활용한 것이다. 비록 법원에서 자기주식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였으나, 합병의 찬반논쟁을 하는 상황에서 자기주식을 우호주주에게 처분한 것은 지극히 부당한 처사이다.

이재용=삼성=국익?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탐욕에 가득찬 투기자본이고, 몇몇 언론은 엘리엇이 삼성의 경영권을 뺏을 것처럼 호도하였다. 우리 기업을 뒤흔드는 먹튀와 싸워서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 마케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투자자든 투기자든 모두 시장에 필요하다. 모두가 장기투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소극적 투자만 한다면, 오히려 거래가 없어 시장은 침체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외국인 매수세가 많아 주가가 높아지면 좋아하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러니 역시 외국인에게 활짝 열린 한국 자본시장을 부정하는 셈이며, 수출입의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엘리엇을 포함한 약 33%의 외국인 주주는 서로에게는 국적이 다른 외국인이며, 삼성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결국,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되는 이번 합병을 찬성하는 것이 삼성과 국익을 보호하는 것인지 이재용을 보호하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의 평가는?

이 부회장의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주식 취득과정은 불법과 편법이었으며, 이 주식의 가치 상승 과정도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으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보호막 덕분에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지켜보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소통하지 않는 리더쉽,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가신들에 둘러싸인 후계자, 합리적 대응보다는 막무가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으며,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우려를 낳았다. 결국,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과 한국경제의 걱정거리가 되었는데, 앞으로 남은 승계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부정적인 평가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세가지는 꼭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첫째, 큰 그림을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이번 합병이 반드시 삼성그룹, 아니 이 부회장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나? 이 질문에 대답은 이 부회장이 해야 할 것이나 답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답은 '아니다'이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을 한 주도 상속받지 않은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의 소유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다.

한편, 순환출자 구조인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출자구조를 통해 이 부회장은 계열사의 돈으로 그룹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등을 상속받는다면 더욱 소유권은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상당 수의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합병을 강행하였다. 도대체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길래 이번 합병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일까? 왜 주주와 국민들에게 그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이번 합병과 무관하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와의 합병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자회사들에 대한 소유구조 재편,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 금융회사에 대한 금산분리 문제 등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더 이상 시장에서 추측과 불확실성으로 혼란을 만들지 말고,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그 정당성을 주주 등에게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배권 강화를 위한 꼼수 그만두어야

게다가 이번 논란의 대상인 삼성물산은 취약한 소유구조로 여러 차례 투자자들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특히 요근래 건설업의 불황으로 시가총액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치 정도 수준이었고, 결국 본질가치보다 낮은 시장가치로 스스로 먹잇감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여 소유구조를 강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정도를 걷기보다 자신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하는 꼼수를 택했다가 오히려 치부만을 드러내었다. 앞으로도 남은 승계과정에서 또 다른 합병, 분할, 사업부양수도 등을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꼼수가 아닌 정도를 걷기를 바란다.

셋째, 정당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숙제이자 마지막 숙제는 상속세 납부일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도 공익법인을 이용하는 등 상속세를 편법적으로 회피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SDS 주식 등이 비록 취득 및 가치상승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 논란에 있지만, 마지막 승계작업이 될 상속세 납부만큼은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채이배 시민기자는 공인회계사로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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