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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자' SK텔레콤, 1인 시위 대처는 "이상해"

[현장] 참여연대 통신요금 인하 요구 게릴라 시위에 경찰 출동

등록|2015.07.21 18:09 수정|2015.07.21 18:09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21일 낮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통신비 인하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 경비 직원에게 '불법 집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지켜보고 있다. ⓒ 김시연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이면 그게 집회지, 1인 시위인가."

21일 오후 12시 30분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통신비 인하' 피켓을 든 '1인 시위자들'과 회사 경비 직원들 사이에 '법리 다툼'이 벌어졌다.

이날 '1인 시위자'는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 성공회대 학생 이종성씨 등 모두 3명이었다. 이들은 각각 피켓을 든 채 SK텔레콤 건물 주변에서 20m 정도 간격을 두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통신요금 인하 '게릴라 1인 시위'에 경찰 출동 

이에 스스로 법학을 공부했다고 밝힌 한 SK텔레콤 경비 직원이 "같은 지역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1인 시위를 하면 불법 집회"라고 주장하자,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당신이 경찰이냐, 왜 법을 집행하려고 하나"라고 맞섰다. 결국 10여 분 만에 경찰관 2명이 '불법 집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정확한 유권 해석을 내리지 못 하고 머뭇거렸다. 그 사이 갑자기 내린 비로 1인 시위는 3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참여연대와 통신공공성포럼 등 통신시민단체는 최근 SK텔레콤, KT 등 통신사 앞에서 요금 인가제 폐지를 막고 통신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날도 혼자서 진행하는 기존 1인 시위 방식에서 탈피해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전개하는 '릴레이 1인 시위', 넓은 장소에서 여럿이 동시에 1인 시위를 하는 '투게더 1인 시위'를 결합한 '게릴라 1인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도 아닌 경비 직원이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1인 시위'란 사람 왕래가 잦은 곳이나 특정 건물 앞에 혼자 진행하는 '나홀로 시위'로, 2인 이상이 모일 때 사전 집회 신고를 의무화한 기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테두리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15년 전 '삼성 변칙 상속' 항의 시위로 출발... 공권력 사사건건 제동

공교롭게 우리나라에 '1인 시위' 문화를 처음 퍼트린 것도 참여연대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0년 12월 당시 서울 종로 국세청 앞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칙 상속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펼쳐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국세청에는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해 있었는데, 외국 대사관 입주 건물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관련기사: [오마이TV] 국세청 앞 1인 침묵시위).

이후 '인간띠 잇기'나 '릴레이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식의 '1인 시위'가 등장했지만 공권력은 이를 '변형 1인 시위'로 간주하고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3, 4명이 교대로 1인 시위를 벌인다든지, 30~70m 정도 거리를 두고 동시에 1인 시위를 벌이는 건 순수한 형태의 1인 시위로 볼 수 없다는 2009년 울산지방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경찰은 일반적으로 동일 공간으로 규정한 '20m 이내'에서 2명 이상이 동일한 내용으로 1인 시위를 벌일 경우 불법 집회로 간주했다. 하지만 20m 이내라도 경우에 따라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거꾸로 20m 이상 간격을 두더라도 같은 건물 주변이라는 이유로 불법 집회로 보는 판결도 있다. 결국 어떤 1인 시위가 불법인지는 법원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는 셈이다.

▲ 참여연대와 통신공공성포럼 등 통신소비자단체가 21일 낮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게릴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로 20m 남짓 떨어진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 김시연


이날 '1인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됐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소나기 탓에 이들 주변을 오가는 행인도 드물었다. 건물이나 기물, 사람에게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았고 통행에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SK텔레콤 경비들은 경찰을 부른 것도 모자라, 건물 앞 인도 상당 부분이 자신들 사유지라며 사사건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요금인가제 폐지 반대와 기본료 폐지 등 통신요금 인하 주장이 SK텔레콤의 이익에 반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고객과 소비자의 '민심'이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여론조사 결과 통신요금 인하 의견은 '기본료 폐지'(58.9%)와 '통신료 대폭 인하'(33.5%)를 합쳐 92.4%에 달했다(유무선 ARS 조사, 유효표본 1000명, 95% 신뢰구간에서 ±3.1%p).

요즘 SK텔레콤은 '이상하자' 캠페인이 한창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이상'한 시도로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신소비자들의 바람을 담은 시위에 법의 잣대부터 들이대는 행태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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