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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표현에 재활용까지... 두 마리 토끼 잡는 '구제 패션'

등록|2015.07.22 14:51 수정|2015.07.22 14:51

▲ 동묘 벼룩 시장에서 구제의류들이 진열되어 있다. ⓒ 장원정(jwj7787)


"골라! 골라! 이쪽은 장 당 1000원! 저기는 2000원!"

티셔츠, 반바지, 점퍼 등 수북이 쌓인 옷가지 위, 마음에 드는 옷을 찾으려는 손들이 분주하다. 많은 옷들을 뒤적여 노란 티셔츠를 2000원에 '득템'했다. 집에 가서 세탁 한 번 해서 입으니 2만 원 주고 산 티셔츠보다 더 마음에 든다.

노란 티셔츠를 산 곳은 동묘 벼룩시장. 그곳엔 없는 것이 없다. 옷, 신발, 가방, 군복 등 괜찮은 의류, 잡화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제각각인 옷 스타일 중에 내게 맞는 옷을 잘 찾으면 된다. 옷가게에서 흔히 파는 일관된 유행 스타일과 달라 개성을 더 살린다. 이 옷들을 통칭 '구제 의류'라고 불린다.

'구제 의류'는 버려지거나 기부된 옷이 다시 유통되어 소비자에게 가는 옷이다. 원래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구호 물품으로 왔던 기부된 옷들을 칭했다. 지금은 입던 옷이지만 다시 유통하기에 괜찮은 옷을 재 유통해 '뚜렷한 개성'과 '재활용' 의미가 있다.

"멀쩡한 옷 버리면 아깝잖아요"

▲ 동묘 벼룩 시장에 구제 신발들이 진열되어 있다. ⓒ 장원정(jwj7787)


구제의류는 서울 동묘시장, 광장시장, 풀물시장, 대구 관문시장, 부산 남포동 시장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 받아왔다. 구제 의류만 전문으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 많아지고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입도 하고 있다.

구제 의류는 개성 표현과 재활용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옷장 가득 구제의류로 채운 여대생 성예림(가명, 22)씨는 "사람들과 다른 저만의 스타일을 입고 싶었어요, 브랜드 옷들은 유행 따라 옷이 다 비슷해요"라면서 "구제시장에서 산 청자켓은 오래된 색에서 나오는 독특함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에요, 구제 옷을 입으면 나를 잘 표현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요즘 같은 패스트 패션 시대엔 한 철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는 옷이 무수히 많아요. 멀쩡한데 버리면 아깝잖아요. 구제 의류로 다시 한 번 재 유통되면 자원과 환경에 도움이 돼서 의미 있어요."

▲ 동묘 시장 골목에 구제 상품이 판매되고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장원정(jwj7787)


일각에선 구제 의류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싼 가격, 남이 입던 옷, 출처를 알 수 없는 헌 옷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구제 의류는 재활용 가능한 깨끗한 옷들을 선별해 정상적인 도·소매 유통을 거친다.

구제 의류 도매 업체는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헌 옷, 신발, 가방을 봉투에 담아 오거나 기부를 받는다. 이렇게 모인 많은 구제 의류들 중에 꽤 괜찮은 상품만 선별해서 소매업자들에게 유통시키고 있다. 그냥 버리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옷들을 재유통시키면서 개성 있는 패션에 절약, 재활용 의미가 더해진다.

▲ 구제 의류들이 도매상 트럭에 쌓여있다. ⓒ 장원정(jwj7787)

구제 의류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구제 전문 인터넷 쇼핑몰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네이버에 구제 쇼핑몰을 검색하면 43개 파워 링크가 나온다. 인터넷 구제 쇼핑몰 창업에서 자금이 많이 필요한 것은 인터넷 페이지 구축과 배송비다. 가장 중요한 옷 상품은 구제의류 도매상에서 큰 비닐봉지에 담긴 옷가지들을 싼 가격에 사온다. 사업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아 온, 오프라인 구제의류 가게가 늘어나는 추세다.

입는 이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저렴한 가격,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괜찮은 품질, 소자본 창업 아이템. 구제 의류가 꾸준히 관심 받으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핵심이다. 스타일이 유형화된 요즘 유행하는 옷이 지겹거나 재활용 의미가 있는 옷을 입고 싶다면? 구제 패션으로 멋을 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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