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향한 '도시락투쟁', 성공비결은?
거창 북상초 학부모회, 23일 '마지막 단체급식' 행사
▲ 거창 북상초등학교 학부모회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도시락싸기운동을 해왔고, 1학기 마지막날인 23일 학부모들이 지은 밥을 나눠 먹는 단체급식을 했다. ⓒ 거창급식연대
'3개월 도시락운동, 평등·의무급식의 첫걸음.'
23일 경남 거창 북상초등학교 강당에 내걸린 펼침막이다.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전 1학기 마지막날 학생과 교사, 일부 거창군의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엄마들이 지은 밥을 나눠 먹었다.
거창 북상초교 학부모들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학교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 싸기를 해왔다. 무상급식이 중단되자 학부모들은 학교 급식을 거부하며, 매일 아침 자녀들한테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관련 기사 : 무상급식 중단에 3개월 '도시락 투쟁'한 학교).
지난해까지 거창 지역은 경남도와 거창군, 교육청이 예산을 분담해 모든 초·중·고교가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그러다가 홍준표 지사와 이홍기 거창군수가 올해부터 예산지원을 끊었고, 교육청은 하는 수 없이 4월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했다.
거창 북상초교에는 1~6학년 32명에 유치원생이 8명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유치원생과 교장·교감·행정실 직원들만 학교 급식소를 이용했고, 전교생들은 도시락을 싸와 교실에서 먹었다.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자 담임교사들도 같이 도시락을 싸온 것. 교실에서 점심시간마다 교사와 학생들이 책상을 붙여놓고,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 함께 먹었다.
"학부모의 바람은 하나뿐... 무상급식 원상회복"
거창 북상초교 학부모회(회장 정원향)는 '도시락싸기운동' 마지막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작은 행사를 열었다. 엄마들이 학교에 나와 천막을 쳐놓고, 음식을 마련해 모두 나눠 먹었다.
이른바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엄마들이 삼겹살을 구워 식탁에 올렸고, 거기에다 밥과 반찬, 떡, 과일을 차려놨다. 그동안 학교 급식을 이용했던 사람들도 한 자리에서, 엄마들이 지은 밥을 나눠 먹었다.
정원향 학부모회장은 "오늘 단체 급식에 들어간 비용은 엄마들이 모아 충당했다, 모두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라면서 "학교와 학부모들의 관계가 좋아, 석 달 동안 도시락운동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의 바람은 하나뿐이다, 무상급식 원상회복"이라면서 "무상급식에 반대하던 홍준표 지사가 최근 입장 변화를 보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홍 지사가 입장 변화를 하는데 석 달 동안 도시락싸기운동이 작은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이 한마음으로 성과 만들어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향란·형남현·이홍희 거창군의원과 거창급식연대 이성호 거창급식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석해 격려했다. 이홍희 의원 등은 거창군의회에서 무상급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성호 대표는 "석 달 동안 도시락을 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북상초교가 작은 학교이기에 그것이 가능했을 수 있고, 반대로 작은 학교이기에 언론 등 주변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하기에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한마음이 돼 성과를 만들어 냈고, 담임교사들도 함께 도시락을 싸왔던 것도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한 마음이 돼 도시락 싸기를 한 번도 그르지 않고 꾸준하게 진행해 왔다"라면서 "학부모들은 홍준표 지사의 주민소환 적극 추진할 것이고, 이런 도시락싸기 같은 운동이 뒷받침이 됐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홍희 의원은 "학부모들이 3개월 동안 도시락을 쌌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바쁜 농사철에도 그렇게 했는데 의원들이 못지켜드린 것 같아 미안하다"라면서 "거창군이 무상급식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데 경남도의 눈치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거창 북상초교 학부모회는 도시락운동은 이날까지만 하고, 무상급식이 재개되든 아니든 2학기부터는 학교 급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 거창 북상초등학교 학부모회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도시락싸기운동을 해왔고, 1학기 마지막날인 23일 학부모들이 지은 밥을 나눠 먹는 단체급식을 했다. ⓒ 거창급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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