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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 강조한 당정청, 사실은 청와대의 완승

당청 갈등 '봉합' 성공했지만, '표 떨어질' 노동시장 개편 떠안은 여당

등록|2015.07.23 17:39 수정|2015.07.23 18:38

김무성·황교안·이병기, 한 자리에황교안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부터)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와 가뭄 피해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와 하반기 핵심 국정 과제가 될 노동개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 남소연


"당정청이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일심동체가 돼서 국민 중심의 정치로 국민을 잘 모시는 정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당정청 전체가 총체적인 팀워크와 하나 된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고위 당정청 회동은 68일 만에 열렸다.

함께 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다르지 않았다. 황 총리는 "국민이 체감하는 국정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 역시 "당·정·청이 하나 될 때 국민 걱정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당청 모두 입을 모아 '일심동체'를 강조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논란으로 불거졌던 당청 갈등의 '종료'를 선언한 셈이기도 하다. 실제로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동 결과물은 청와대의 뜻만 반영된 것이었다. 정국 최대 현안인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대신, 메르스·가뭄 추가경정예산과 처리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주문됐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국정과제인 4대 부문(공공·노동·교육·금융) 구조개혁을 당에서 선도하기로 했다. 당 산하에 4대 개혁 특위를 설치하고 최고위원을 각 특위의 위원장에 앉히는 등 구체적인 실행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후 브리핑에서 "상반기에 공무원연금개혁이 마무리 된 만큼, 하반기에는 우리의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절실한 노동개혁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라며 "특히 노동개혁 특위는 이인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구성하여 당정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도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세대, 즉 우리 아들딸을 위해 노동개혁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반드시 지나가야 할 길"이라고 재차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편까지... 불만 있어도 '입' 못 열어

문제는 이런 사안들이 당에 큰 부담을 안기는 과제라는 점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편 총대를 멜 때도 '표 잃을 각오'를 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편 연내 처리 방침을 두고 "시간을 정해놓고 언제까지 처리한다는 건 진정한 개혁도 아닐 뿐더러 후유증도 크다"라며 이를 우려한 바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 집단만 달래면 됐던 연금 개편 문제와 달리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전 국민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결국,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도한 당이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다분한 셈이다. 당 일각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편에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까지 당에서 총대를 메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반기에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당력을 총동원해서 추진하겠다"라며 "표를 잃을 각오로 개혁을 해나가겠다"라고 한 것 역시 이같은 우려를 알기 때문이다.

다만, 공무원연금 개편 때와 달리 당에서 공개적인 불만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등을 겪으면서 당이 극도로 위축된 셈이다. 실제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뭔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일 <동아일보> 시론을 통해 현 상황을 "(여당은) 대통령에게 완패함으로써 당분간 정치의 동력을 잃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추대된 원내대표는 여당이 청와대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며 수평적 당청관계를 부인했다, 새누리당이 바야흐로 30년 전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정청 회동 아니라 청청청 회동, 소통은 일방적 하명 전달 아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같은 새누리당의 '상명하복' 자세를 따갑게 질타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3일 서울 강서구 가양빗물펌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김영삼 정부 때 노동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아서 김영삼 대통령 지지도가 하루아침에 떨어진 일도 있었다"라며 "새누리당은 그때 경험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68일 만에 열린 당정청 회동은 청와대 출장소인 새누리당, 분점인 정부가 모인 실질적으로 청청청 회동이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어제 청청청 회동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 그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라며 "소통은 일방적 하명의 전달속도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의견의 민주적 개진과 적절한 견제·균형의 작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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