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안에 내려오게 하겠다' 약속, 못 지켜 미안"
24일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 문화제 열려
▲ 24일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이 인권위 옥상 전광판을 향해 "최정명 힘내라", "한규협 힘내라"를 외치고 있다 ⓒ 박현광
24일 오후 7시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7번째 금요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은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과 한규협(41) 정책부장이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정규직 지위 인정'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높이 70m, 가로 1.8m·세로 20m) 위로 올라간 지 44일 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기아차 광주·화성·소하리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9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460여 명은 정규직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냈다. 하지만 사측과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2015년 200명, 2016년 265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지난 5월 합의했다.
이에 최정명 대의원과 한규형 정책부장은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합의"라고 반발하며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지난 6월 11일 인권위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미안하다 최정명·한규협"... '괜찮다' 휴대폰 플래시 응답
이날 문화제는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노조원 등 120여 명의 시민들이 인권위 옥상전광판을 향해 "최정명 힘내라", "한규협 힘내라"를 외치면서 시작됐다.
양경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 분회장은 "횡령하고 배임해도 정몽구 회장 같은 재벌은 집행유예 받고, 힘없는 비정규직은 조금만 잘못해도 구속된다"며 "이 차별 받는 세상을 없애기 위해 정몽구 회장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권위) 옥상에 있는 두 노조원에게 50일 안에 내려오게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할 것 같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고생해라"며 인권위 옥상을 올려다봤다.
이어 홍성규 화성민주포럼 대표의 사회로 문화제가 진행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준비해온 춤과 노래 공연 그리고 낭독회 등을 선보였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자유실천위원회의 소설가 3명은 준비한 시와 소설을 읽었고, 여중생 3명은 신나는 노래 두 곡을 불러 보였다. 이에 최 대의원과 한 정책부장은 인권위 옥상 전광판 위에서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응답했다. 문화제는 오후 8시 45분쯤 끝났다.
이예진(16) 학생은 "비정규직 문제인 걸 잘 안다"며 "내가 여기 와서 힘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성예빈(16) 학생은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며 "얘기를 들어보면 (문제인 걸) 모두 알 것"이라고 말했다.
1인 시위로 응원하는 정규직... 전광판 회사 직원의 1인 시위
자신을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정규직이라고 소개한 가태희(53)씨는 6월 16일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권위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양심 때문에 한다"며 "정규직이 나서서 함께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개, 고양이가 위험에 처해도 동네주민들이 울면서 구해준다"며 "하물며 사람이 70m 상공에 올라갔다, 하루빨리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인권위 옥상 전광판을 운영하는 광고회사 명보애드넷은 기아차비정규직 고공농성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명보애드넷 직원 우아무개(31)씨는 인권위 건너편 보도에서 1인 시위 중이었다. 그는 "농성하는 분들 힘드신 거 안다"면서도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한테 피해 주면서까지 해야 하나"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난 월급도 두세 달 밀렸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는 지경이다"며 "나중에 손해배상 받으면 뭐하나, 그 전에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박현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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