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참된 빛의 파편과 같다?
[서평]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C.S. 루이스와 점심을 먹는다면>
▲ 책표지알리스터 맥그래스의 〈C.S. 루이스와 점심을 먹는다면〉 ⓒ 국제제자훈련원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C.S. 루이스와 점심을 먹는다면?>에 나온 내용이에요. 저자는, 루이스가 1920년 초까지 사르트르나 리처드 도킨스처럼 허무주의와 무신론에 빠져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의 목적과 의의에 대한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해 무신론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던 그 때에 하나님의 직관과 오언 바필트(Owen Barfield)와 톨킨(J.R.R. Tolkien) 같은 친구들의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기독교로 귀휴(歸休)하게 됐다고, 설명하죠.
물론 그것은 루이스가 직접 밝힌 것은 아니고, 루이스가 한 말이나 인용한 글들을 토대로 할 때, 그런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하죠. 이를테면 루이스가 사랑했던 14세기의 뛰어난 문학작품인 단테의 <신곡>에 수 없이 다양한 세부 요소를 잘 처리하는 단일한 최고 질서가 나타나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전체 세계의 '큰 그림' 속에 인간 개개인의 '작은 그림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루이스가 갈파했다는 것이죠.
여덟 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루이스의 인생 방식, 그의 중요 관심사, 우정 어린 친구들, 도덕적이고 지적인 나침반과 같은 기독교적 의의를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루이스의 인생과 작품을 둘러싼 기독교 이해'라고 할 수 있죠. 저자 자신도 루이스처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무신론자로 살다가 지금은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 신학자로 섬기고 있으니, 독자들과 함께 루이스를 읽고자 한 그 의도를 족히 감지할 수 있죠.
"신화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다. 톨킨에게 기독교란 인간의 탐구와 열망에서 비롯한 진리의 메아리 그리고 그림자를 성취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화'에는 진리의 전부가 아니라 단편만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참된 빛의 파편과 같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 전체가 밝혀지면 파편으로만 보이던 사물의 모든 진리와 지혜가 성취된다."(80쪽)
이른바 '이야기로 지은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세 번째 장의 내용입니다. 루이스가 신을 믿었어도 기독교로 회심치 않던 1931년에 휴고 다이슨과 J.J.톨킨과 대화를 통해 인생의 대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것이죠. 그 주제가 바로 '신화'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하죠. 대다수 사람들에게 신화가 단순한 허구로 들릴지 몰라도, 톨킨은 그 신화가 복음의 빛과 메아리를 전해주는 통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죠. 그것을 루이스에게 전달했을 때, 그때부터 루이스의 인생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루이스의 7부작 '나니아 연대기'도 실은 신화적인 요소와 상상력을 곁들여 기독교 세계관을 전달코자 한 것 말이죠. 맥그래스에 따르면 루이스는<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통해 구원자의 등장과 재림에 관한 이야기, <마법사의 조카>는 창조와 타락을, <마지막 전투>는 옛 질서의 종말과 새로운 창조의 도래를, 나머지 <캐스피언 왕자>와 <새벽 출정호의 항해>와 <말과 소년>과 <은의자>는 재림과 도래 사이에 일어날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하죠.
아무쪼록 인생의 허무와 무의미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순간순간마다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해줄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맥그래스와 함께 올 여름에 루이스를 만나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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