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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못한 말, 김무성 외교엔 '얼라들'도 없나

[분석] 국익보다 차기를 의식한 김무성의 위험한 발언

등록|2015.07.29 12:11 수정|2015.07.29 12:11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한 깜짝 발언이다. 미국 고위관료와의 비공개회담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만찬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무대(김무성 대표의 별명)'다운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외교적 실익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의식했나, 김무성의 위험한 발언

"미국은 유일한 동맹"방민 중인 김무성 대표가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발언을 했다. <JTBC> 7월 28일 보도 ⓒ JTBC


'중국보다 미국이다' 이 발언에는 사연이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당시 미국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은 이를 불식시킬 좋은 기회였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배포한 발언 자료에는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실제 대통령 발언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청와대에서 공식 배포한 자료의 민감한 발언이 실제에서는 빠진 것이다. 표현 수위는 점잖았지만 미국을 안심시키려다 중국을 자극할 우려를 고려해 뺀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그 정도로 넘어가는 듯싶었다. 문제는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발생했다.

한 달 후인 10월 7일 외교부 국정감사장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폭탄 발언을 한다.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하는 겁니까"라며 유엔 총회 당시의 사전 배포자료를 정면 비판했다. 유 의원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미,중에 대한 우리의 위치는 넣었다 뺐다 장난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며 박 대통령 당시 배포자료 문제를 거듭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배포자료 논란이 있은 지 약 10개월 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 갔다. '한국은 중국에 경도되지 않았다'는 점잖은 발언도 생략한 박 대통령과 달리 김 대표는 "중국보다 미국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발언이었지만 공개된 자리였음을 고려할 때, 여봐란 듯이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친미' 발언은 방미 중인 김무성에게는 '꽃놀이패'로 생각됐을 것이다.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유승민은 대놓고 '비판'한 외교적 사항에 대해 김무성은 대놓고 '더 세게' 발언한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중국보다 미국' 발언은 청와대와 심정적 유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됐을 발언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 다른 효과로는 국내 보수층 표심잡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집토끼'를 확실히 단속하고, 이후에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에는 복지제도 강화나 과거 박근혜 후보가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등을 예상할 수 있겠다.

과유불급, 김무성과 두 번의 절... 민망하다 

▲ 방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 그리고 1883년 9월 일행은 당시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오른쪽) ⓒ 연합뉴스/자료사진


김무성 대표는 작심하고 이번 방미에 나섰다. 그는 7월 13일에 있었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을 방문해서 보여줄 행동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 대표는 "(한국이) 너무 중국에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미국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그래서 우리 최고의 우국 맹방은 미국이다, 하는 차원에서 (방미를) 계획한 것"이라고 미국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방미해서 보여준 행동과 동일한 내용이다.

방미 중인 김무성 대표는 두 번에 걸쳐 미국인을 대상으로 절을 했다. 첫날인 25일(현지시간)에는 6·25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절했다. 이튿날에는 초대 미8군 사령관으로 낙동강 전선 등에 참전했던 월턴 워커 장군 묘를 방문해서 절했다. "한국식으로 큰절을 하겠다"며 동료 의원들과 함께 두 번 절을 한 것이다.

무덤을 향해 절을 한 것도 모자라 김 대표는 묘비에 묻은 진흙과 새똥 등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으며 "아이고, 장군님 감사합니다"는 발언을 거듭했다. 참배 뒤 기자들에게 "(워커 장군은) 우리나라를 살려 주신 분들인데 절 백번 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1야당은 논평을 내고 김 대표가 이틀 연속 '큰절'을 올려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비판하며 "마치 조선시대 통신사 일행이 사모관대 차림으로 미국을 방문해 예의를 다해서 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라고 힐난했다. 김 대표의 큰 절을 '과공비례'라며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두 장의 사진을 올리며 "1883년 미국에서 큰절하는 민영익 일행과 그로부터 132년 뒤 미국에서 큰절하는 김무성 일행"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전씨는 "참고로 1883년 미국인들의 반응은 '별 희한한 것들 다 보겠네' 정도였다"고 132년 후 김 대표의 큰절을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여론 반영 못한 김무성의 '외교', 예상되는 후폭풍 

방미 중인 김 대표의 "중국보다 미국" 발언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집토끼' 단속에는 효과를 볼지 모르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경제'에 있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상대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경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압도적으로 중국(55.1%)을 꼽았다. 미국은 (34.3%)로 그 뒤를 이었다. 세대별로는 40대 응답자의 67.2%가 중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 미국은 23.2%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 측면에서도 중국을 중요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주변국' 1위로 미국(49%), 2위로 중국(35%)를 꼽았다. 세대별 응답을 보면 40대에서는 1위가 중국(48%), 2위가 미국(40%)로 역전됐다.

국민들의 인식은 외교와 관련해서는 '미국'이지만 경제는 오히려 '미국보다 중국'이다. 국민 인식은 이와 같은데 김 대표의 미국 발언은 이에 대한 고려는 없다. '중국보다 미국' 발언 뿐 아니다. 김 대표는 27일 워싱턴 D.C에 있는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한반도 정세와 한미 동맹을 주제로 연설을 했고, 이후 질의응답을 가졌다.

중국에 대한 질문이 몇 가지 나왔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제안한 미국을 뺀 아시아 안보 협력 기구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는 질문에 대한 김 대표의 첫 발언은 "시진핑 주석의 발언에 대해선 저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글로벌 문제 해결에 같이 힘을 합해서 역할을 하는 동맹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들어 무역영토가 넓어지면서 외교와 경제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외교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리고 외교에는 상대국이 존재한다. 지금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대표에게는 '미국'만이 오로지 상대국으로 보이는 듯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 초 박근혜 당선자의 친서를 들고 시진핑 주석을 만난 김 대표는 2015년 7월의 방미 기간을 지우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외교에는 상대국이 존재한다. 그는 지금 중국은 없는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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