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을 들썩이게 만든 '둥둥' 소리의 정체
서석면 드럼 동아리 '다드미' 연습 현장을 찾아서
▲ 홍천군 서석면 드럼동아리 '다드미' 연습현장수강생들은 3대의 드럼 세트에서 돌아가면서 연습을 진행한다. ⓒ 고영준
"맨날 가게 일만 하다가 이제 내 취미를 찾아 온 거지 뭐"(김민경, 서석면 풍암리 애경미용실)
"흥이 나고, 소름 돋고, 손과 발이 따로 놀면서 박자를 맞추는 게 여느 악기 저리가 라지!" (김춘하, 서석면 청량리)
홍천군 서석면의 드럼 수업은 올해로 5년 차를 맞이했다. 3년 전부터는 수강생들이 동아리 "다드미"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재능기부공연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홍천에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공연에는 먼저 모셔가는 공연팀이다. 홍천 무궁화 축제, 내면 나물 축제, 평생학습 축제, 각종 개관식의 축하마당뿐 아니라 입소문이 타면서 멀리 원주로도 공연하러 다녀왔다. 작년 연말에는 홍천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불우이웃돕기 행사에도 참여해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 2013년 자선 음악회 기념사진홍천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이웃을 위한 작은 음악회에 참여해 연주한 바 있다. ⓒ 고영준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이들처럼 특별히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어도, 재능기부를 하면서 보람도 있고, 또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게 자기만족이죠!"(강만규, 드럼동아리 '다드미' 회장)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서석면민체육공원 식당건물이 들썩거린다. 기타, 아코디언, 요가 동아리도 있지만, 특히 가장 우렁찬 소리를 자랑하는 드럼 동아리가 연습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 2015년 서석면 야외무대에서의 '다드미' 공연장면홍천군 청소년 수련관에서 주최한 빛나라!외쳐라!꿈꿔라! 문화마당에 참여해 연주솜씨를 뽐냈다. ⓒ 고영준
"서석면이 고맙죠. 이렇게 연습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해 줘서 할 수 있지, 안 그러면 어디서 할 수 있겠어요." (강만규, 드럼동아리 회장)
음악 소리에 맞춰 드럼 연습이 한창이다. 세 사람이 앞에 설치된 드럼 세트에 앉아 음악에 맞춰 신나게 두드리고 있다. 또 나머지 수강생들은 악보를 의자에 걸쳐 놓고, 의자 바닥을 리듬에 맞춰 두드린다. 집중하고 있는 눈빛, 리듬을 맞추는 어깨 춤이 예사롭지 않다. 음악 소리가 끝나 드럼 연습실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드럼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 '다드미' 연습 장면수강생들은 의제 패드를 깔고 박자에 맞춰 신나게 두드린다. ⓒ 고영준
"자 봐요. 여기서 8마디뿐이 안 되잖어, ~연습 안 하지! 뭐하러 나온거여! 구경하러 나온거여 그럼 집에서 TV를 보지, 왜 나와, 아이~참"
마음 여린 사람이 들으면, '뭐 이렇게 말을 거칠게 하는 선생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자칭타칭 깡패교사(?)라는 별명도 있다.
▲ 안도준 드럼 강사자칭타칭 깡패교사로 연습을 해오지 않는 수강생들에겐 나이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거침없는 쓴소리로 지도한다. 하지만 수강생들이 그 속에 담긴 열정과 애정을 알고 재밌게 받아들인다. ⓒ 고영준
수강생들이 장난 섞인 말로 "우린 선생님 이상한 것 좀 써줘요~"라고 말하면서도, 재밌게도 가르치는 실력과 열정만큼은 대단하다며 자랑이 여간 아니다.
"몸이 안 좋아서 시골로 내려왔는데, 내려와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까, 이거였지, 젊었을 때 하고 싶었던 거였거든, 선생님 세 번 바뀌었는데 이번에 선생님을 잘만나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김경희, 화촌면 장평리)
"원래 수강시간은 2시간인데, 선생님께서 열정이 많으셔서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합니다." (안애상, 서석면 청량리)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안도준(55) 드럼선생은 서석면뿐 아니라, 홍천읍과 내면, 내촌면 등에서도 드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옛날 음악그룹과 세션, 녹음실 활동 등 음악 쪽으로는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는 수준급 실력자다.
"리듬패턴이 전체 130여 가지 돼요, 그걸 유형별로 묶으면 대략 25가지 정도 되는데, 이제 5년 정도 한 사람들은 다 알지, 지금은 숙련되고 있는 중이에요."(안도준, 드럼 선생)
실력도 실력이지만 거친 말에도, 수강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손수 그린 '드럼 악보'다. 직접 고안한 악보체계로 매주 10~16장 정도를 손수 그려 수강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 이걸 만드려면, 일주일 중 하루는 꼬박 여기에 전념해야 되는데, 보통일이 아니라고 한다. 벌써 이렇게 만들어서 나누어준 악보가 700여 장 정도는 된다고 한다.
▲ 수강생들에게 인기 만점 선생님이 손수 제작한 드럼 악보안도준 드럼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고안한 드럼 악보를 나누어 준다. 드럼을 언제 어디를 두드려야 하는지 알기 쉽게 나와있다. ⓒ 고영준
인터넷이나 책으로 볼 수 있는 악보와는 다르다. 안 선생이 오랜 기간 드럼을 쳐 오며 직접 실용적 악보를 직접 제작한 것이다. 악보를 보면 바로 드럼 포지션 별로 언제 어디를 때려야 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도레미도 모르는데, 선생 잘 만나서 여기 와서 이거 보고 쳐요.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정기자, 서석면 검산2리)
30대부터 70대까지, 또 지역 토박이부터 새롭게 귀농 귀촌하신 분들까지 정겹게 만나 사귈 수 있다. 마을 주민이 함께 배우며, 나누며, 즐겁게 어우러지는 장으로 계속 이어져 가길 소망하며, 앞으로 홍천을 누비며 공연할 드럼 동아리 '다드미'의 활약도 기대해 본다.
▲ 2015년 홍천 평생학습 축제때 '다드미' 공연 장면 드럼 동아리 다드미는 홍천의 평생학습축제, 무궁화축제, 나물축제 등에 참여, 재능기부 공연 활동을 벌여왔다 ⓒ 고영준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농도상생마을공동체 '아름다운마을'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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