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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에게 잘 보이고 싶던 아파트, 결국 철거

[포토] 근대화의 상징, 서울 서대문 금화시범아파트 44년 만에 철거

등록|2015.08.03 16:52 수정|2015.08.03 23:21

금화아파트1971년 6월 17일 준공되었던 금화아파트가 2007년 재난위험시설 E등급으로 지정된 이후 8년만인 8월 3일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 김민수


1971년 6월 17일 준공된 금화시범아파트(서울 서대문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금화시범아파트는 지난 2007년 재난위험시설 E급으로 지정된 지 8년 만에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석면조사와 제거 등을 했고, 내부철거와 부산물과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8월 3일부터 금화아파트 4동 철거에 들어갔다.

서대문구청은 금화아파트를 철거한 후 이곳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된 3일 오전, 철거를 반대하는 일부 거주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비를 지급하겠다며 이들을 달랬다.

금화아파트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석면조사와 제거, 내부철거와 부산물을 처리하고 8월 3일부터 4동을 철거함으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금화아파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가 준공되기 전인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산1번지 와우지구 시민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그 일로 사임을 했지만, 1971년 내무장관으로 복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은 인물이었다.

와우아파트가 산 중턱에 자리한 이유로 김현옥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산 중턱에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금화아파트도 산 꼭대기에 지었다. 청와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사임한 상태였지만 준공일과 견주어 보면 불도저 김현옥 전 서울시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70년대 아파트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때 지어진 아파트는 헐고 재개발 해야만 하는 부실 건물이 대부분이다. 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금화아파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기에는 위험한 지경이었으므로, 건축 수명은 길게 잡아야 30년 어간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서울은 재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도시를 디자인하고, 몇 십년 뒤에 부숴버려야 하는 건물이 아니라 몇 백년 뒤에도 오히려 역사의 흔적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4동 철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화아파트 철거 작업은 내달 20일경에 완료할 예정이다.

아래는 3일 오전 찾은 금화아파트 철거 현장 모습이다.

금화아파트철거에 앞서 내부철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들이 쌓여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금화아파트 4동 털거가 시작된 날 아침, 취재진들이 근대화의 상징이던 금화아파트 철거관련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금화아파트가 절거된 뒤에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일부 건물주들의 반발도 있지만,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2014년 거주민 이주 완료되기전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부 거주민들이 그곳에 살았음을 폐기물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2015년 9월 20일까지 철거완료를 목표로 8월 3일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이번 철거공사는 상대적으로 진동과 소음, 분진이 적은 압쇄공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때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금화아파트의 쇠락한 모습은 어쩌면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쇠락한 삶을 강요당한 민중들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철거관현 업체의 인부가 철거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 김민수


금화아파트이젠 역사의 뒤안기로 사라지고, 그의 흔적은 사진 속에나 남아있을 것이다. 아파트 일대의 주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생태공원이 아니라, 그들의 열악한 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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