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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염 작업 노동자, 비정규직 파견"

푸른하늘 포럼 <핵의 질주, 내몰리는 사람들> 열려

등록|2015.08.03 15:31 수정|2015.08.03 15:43
핵산업 70년, 진행형인 피해의 역사

올해는 광복 70년이기도 하지만, 핵무기가 인류에게 폭력을 드리운 지 70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70년 전인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이후 인류의 역사를 크게 바꿔놓았다. 핵무기의 폭력성에 놀란 세계는 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지만,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연설을 발표한다. 핵무기와 핵발전소라는 핵의 두 얼굴을 나누고, 한쪽을 위해서만 핵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후 핵산업은 여러 강대국의 국가적 지원을 업고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러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70년의 세월 동안 핵은 수많은 희생의 진원이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부터 시작해서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자, 핵발전소 부지의 주민들과 그를 위한 송전탑 부지의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핵으로 인해 죽거나 상처를 안고 터전을 빼앗겼다.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고, 핵에 의해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잇는 '푸른하늘 포럼 <핵의 질주, 내몰리는 사람들>'이 8월 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열렸다. 포럼은 청년초록네트워크와 하자작업장학교의 공동주최로 이날 오후 2시부터 하자센터 본관 2층 999클럽에서 진행되었다.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 2세회 회장, 장지혜 합천평화의집 사업팀장, 나가시마 카에데 '씨앗을 뿌리는 토끼'(후쿠시마 출신 낭독그룹) 멤버, 김종혁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이 패널로 발제를 맡았다. 70년 전 핵무기가 처음 인류를 학살했을 때 피어난 비극과 현재 일어나는 핵 피해의 이야기, 그 진행형인 핵 피해의 역사를 한데 모은 것이다.

▲ 푸른하늘 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청년초록네트워크


"한국은 제2의 원폭피해국가"

발제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2세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투하된 당시 7만여 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4만 명은 사망하였고, 3만 명의 생존자 중 2만 3천여 명이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이태재 한국인원폭피해자 2세회 회장은 일제강점기 미쯔비시 사에 강제 징용되었던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회장의 아버지 이강녕씨는 징용 중 나가사키에서 원폭피해를 받았지만, 사회적 시선 등을 이유로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고 살았다.

나중에서야 피해 사실을 밝히고, 피폭자에게 주어지는 건강관리수당을 일본 밖의 재외피폭자에게도 지급하라는 싸움을 시작했다. 이강녕씨는 일본 정부와의 7년간의 법정 투쟁을 이어나갔고, 결국 2006년에 지원 판결을 받아냈지만 반 쪽짜리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히로시마 현과 나가사키 현, 즉 피폭 지역에 지원 책임을 넘긴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피해를 인정 받고, 보상을 받는 것은 모두 개인적인 재판에 의해 이루어졌다. 1974년 손진두씨의 재판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30여 건이 넘는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관련 재판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한국 정부의 도움은 없었다. 장지혜 합천평화의집 사업팀장은,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고, "한국은 제2의 원폭피해 국가"임에도, "실태조사나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보상은 법적 근거가 없어 언제 종료될지 모른다"며, 계속해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원폭피해자특별법의 조속한 논의와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발의된 원폭피해자특별법안에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실태조사, 의료지원, 생활지원, 추모사업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겨있으나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법안 심사 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다.

▲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 2세회 회장(왼쪽)과 장지혜 합천평화의집 사업팀장(오른쪽) ⓒ 청년초록네트워크


현재 한국 원폭피해자협회에는 2500여 명의 원폭피해자가 등록되어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일본에 원폭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건강수첩을 신청해야 하는데, 증인 2명을 비롯해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증인을 구하지 못해서 원폭건강수첩을 받지 못한 채 원폭피해자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일본과 한국이 모두 국가적 책임을 부정하는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는 많은 경우 강제 징용 피해와 원폭피해로 이중의 고통을 겪었지만, 국내 역사 교과서에서조차 잘 다루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한일 양국 모두 원폭피해자 2세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하며, 피해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원폭피해자 2세의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한다면, 적지 않은 양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으로 인해 내몰리는 사람들

2부에서는 '후쿠시마에서 영덕 핵발전소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주제로, 후쿠시마의 상황과 영덕 핵발전소 유치 상황 속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짚어봤다.

2부 첫 발제를 맡은 나가시마 카에데씨는 낭독 그룹 '씨앗을 뿌리는 토끼'의 멤버로 활동하며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담은 시를 낭독해왔다. 카에데씨는 후쿠시마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후쿠시마의 상황은 여전히 복구와는 거리와 멀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사능 흙을 담은 비닐 더미들이 쌓여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지역에서 수용을 거부해 처리가 곤란해 후쿠시마 곳곳에 폐기물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주민 13만 명 정도가 여전히 피난 상태인데, 타지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점점 줄고 있어 "이들이 점점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 후쿠시마와 영덕의 상황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나가시마 카에데 ‘씨앗을 뿌리는 토끼’ 멤버(왼쪽에서 두번째), 김종혁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왼쪽에서 첫번째) ⓒ 청년초록네트워크


이날 사회를 맡은 청년초록네트워크의 김성일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드러난 핵산업의 민낯에 대해 설명했다. "후쿠시마에서 제염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법 다단계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이며 "노동조건이 굉장히 열악하고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도 잦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특별근로수당의 반을 하청업체가 떼먹고 있다는 사실과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 누출을 10개월 간 은폐한 것이 발각되기도 했고, "최근 도쿄전력 전 사장 등 사고 당시 책임자들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반면 어린이 대피에 관한 집단소송이 패소하는 등의 일들이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한국사회의 부조리가 드러났듯이,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러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 결국 탈핵 외에는 없어"

김종혁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은 영덕의 핵발전소 반대 투쟁 소식을 전했다. 영덕은 1989년 핵폐기장 후보였다가 무산된 바 있고, 2003년과 2005년에 각각 다시 후보지로 선정되었다가 다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다가 2010년 들어 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이후 후쿠시마 사고와 주민투표 요구 등 여러 사건들을 거쳐 지금은 여론조사 결과 군민의 반절 이상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반대의사는 많으나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원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은 탈핵을 말한다면 핵발전소 반대는 단순히 지역주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며, "(핵발전소) 반대 투쟁에는 결국 탈핵 외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포럼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년초록네트워크


이 날 포럼은 청년초록네트워크의 '2015 푸른하늘 기행'의 일환으로, 전날인 7월 31일에는 핵 피해자들을 주제로 한 시 낭독회 <70년>이 열렸다. 8월 6일에는 탈핵의 염원을 담아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푸른하늘 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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