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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딴소리 나오면 대출심사에서 탈락"

[기획-대부업의 변신④] '은행 다음 대출' 꿈꾸는 렌딧 창업자들

등록|2015.08.09 12:34 수정|2015.08.09 12:34
대부업은 필요악일까요?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필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 34.9% 고금리 족쇄가 따라 붙습니다. 그런 대부업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감성광고도 모자라 프로 스포츠 구단을 만들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TV 대출 광고 제한을 앞두고 대부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3편과 4편에선 대부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 두 곳을 만나봅니다. '고금리 대부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돈이 필요한 사람과 투자자를 낮은 금리로 연결해주는 '핀테크' 기업, 8년차 여성 은행원이 창업한 '8퍼센트'에 이어 30대 세 청년이 창업한 '렌딧'입니다. [편집자말]

▲ P2P 대출업체 렌딧 창업자들. 왼쪽부터 김유규 이사, 김성준 대표, 박성용 이사 ⓒ 렌딧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대부업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에 주력하려고 해요. 특히 학자금 대출받고 사회에 나간 초년생들. 그들은 출발선이 너무 달라요. 해법을 찾고 싶었어요."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 렌딧(LENDIT)은 세 남자의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김성준 렌딧 대표와 공동 창업자 김유구, 박성용 이사는 우리나라 대출 시장 구조를 바꿔보겠다고 '은행 다음 렌딧'이란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렌딧은 올해 3월 사업을 시작한 P2P 대출 후발주자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회사 알토스벤처스에서 15억 원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렌딧은 기존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했던 대출자들에게 은행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렌딧 대출 이자율은 개인은 연 4.5~15%, 사회초년생 연 5.5~8%이다. 연 소득 2400만 원 이상, 신용등급 8등급 이내 개인에게 3000만 원까지 대출한다.

세 남자가 이른바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P2P 대출에 뛰어든 사정이 궁금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렌딧 사무실에서 박성용 이사를 만났다.

"신용정보 없다고 은행에서 거부... 수익만 추구해선 안돼"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손수 페인트로 칠한 'LENDIT'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박성용 이사는 "여자친구와 밤새 칠했다"고 자랑했다.

렌딧 창업자 세 사람은 모두 30대 초반이다. 이날 인터뷰하기로 했던 김유구 이사는 아침에 급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야했다. 박 이사는 "(창업자가) 돌아가면서 아프다"며 웃어 보였다. 그만큼 몸이 고되다는 얘기다.

박 이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 시절에 만난 김성준 대표와 친구 사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김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거절당했다. 한국에 신용정보가 없다는 이유였다. 저축은행에선 대출을 받아줬지만, 이자율은 연 20%였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거절당하면 저축은행, 대부업 등 고금리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한국 대출 시장 구조에 의문이 들었다. 중간 금리 대안을 고민하다가 P2P 대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삼성화재 출신이었던 박 이사와 김 이사까지 의기투합해 렌딧을 창업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출에서 비효율적이거나 수익만 너무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은행 대출 심사에서 안타깝게 떨어진 사람들이 꽤 많아 (중간 금리) 시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고금리 대부업 대출 저금리 전환 겨냥"

▲ P2P대출업체 '렌딧(LENDIT)' 홈페이지 ⓒ 김지혜


특히 렌딧은 사회초년생을 위한 대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히려 기성세대보다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사회 초년생들 마음을 헤아렸던 것이다

"부모의 1차 퇴직 시기와 자녀의 대학 입학 시기가 겹쳐요. 부모가 2차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모든 부담은 자녀에게 가죠. 대부업자들이 이 점을 악용해서 이들에게 이미 많이 돈을 빌려줬어요. 고금리로 고통받는 초년생들이 저금리로 대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박 이사는 대출 인구를 줄이지 못해도 이자를 내려 대출 총량을 줄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애초에 은행 대출이 되는 이들이 문의해 오면 은행으로 가라고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도 신규 대출 집행보다는 기존 대출의 질을 좋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자 돈을 여러 곳에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로 차별화

렌딧이 기존 P2P 업체와 다른 건 '포트폴리오' 방식 투자다. 다른 P2P 업체의 경우 투자자가 한 회사 또는 한 개인에게 대출해준다. 그러나 렌딧은 여러 건의 대출을 하나로 묶어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을 판매한다. 대출 1건에만 투자했을 때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부도나 연체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투자 기간별 보너스 금리를 적용해 연 8~1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회사에 투자했다가 그 회사가 부도나면 투자자는 손실을 고스란히 입어요.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을 내놓은 이유에요. 은행도 기업 몇 곳이 부도 나도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보잖아요. 기업 한두 군데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로 메울 수 있어 대출 건이 많아질수록 분산효과로 안전해지는 거죠."

기존 '채권형 펀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 같은 상품 운용을 자산운용사에 한정한 기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에 렌딧은 "펀드처럼 운용사에 돈을 굴리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이 대출해준 원리금에 대한 수취권만 있는 것"이라며 "변호사, 회계사와 상의했고 금융감독원 확인도 받은 사항"이라고 위법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타 빈도 등 온라인 행동 분석해 대출 신청자 신뢰도 판단"

렌딧의 대출 심사 방식도 기존 금융사와는 판이하다. 우선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금융 정보를 이용하긴 하지만 이를 빅데이터로 1차 분석한 뒤 온라인 행동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2차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 시간과 기재한 단어 등을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렌딧 사이트에 대출 신청서를 쓸 때 오타를 내는 빈도,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 클릭 패턴 등을 통해서 상환 의지를 평가해요. 예를 들어 3000만 원 대출 신청 버튼을 누르고 바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3000만 원에 해당하는 이율 계산기를 눌러보는 사람이 있어요. 후자가 더 신중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또 신용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SNS 분석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가 나오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해요. 일단 믿을 수 없는 거죠."

이렇다 보니 거꾸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은 못 넘지만 렌딧에서는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도 꽤 된다. 이미 대출한 적이 있어도 성실히 상환해 왔다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박 이사는 "은행에서는 신용등급 6등급이 넘어가면 무조건 아웃, 이런 식"이라면서 "우리도 신용등급을 보지만 다른 부분으로 메워지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독점 앞으로 어려울 것... 대부업 '꼬리표'는 떼고 싶어"

▲ P2P대출업체 '렌딧(LENDIT)'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대부업체와 같은 경고문이 보인다. ⓒ 김지혜


렌딧의 고민은 '대부업'이란 꼬리표다. P2P 대출업체는 관련 법이 없어 현재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최고금리 연 34.9%를 받는 대부업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받는 데도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성용 이사는 "렌딧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대부업체와 같은 경고 문구가 뜬다"면서 "이걸 보고 친구들이 '대부업' 하느냐고 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2P 대출업도 대부업이란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따라붙고 있다"면서 "P2P 대출 관련 법이 따로 마련돼 우리가 좀 더 나은, 나쁘지 않은 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렌딧의 총대출금액은 9억 원(지난 7월 24일 기준)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렌딧의 올해 목표는 회사를 널리 알리고 투자자를 늘려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박 이사는 "미국, 유럽의 P2P 사례들을 보면 계속 새 사업자가 나와서 시장이 커졌다"면서 "금융회사는 갈수록 독점이 어렵고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런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렌딧의 캐치프레이즈는 '은행 다음 렌딧'이에요.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제2금융권 가기 전에 우리를 검토하고 넘어가라는 얘기죠. 내년에는 과감하게 '은행 말고 렌딧'이라고 알리고 싶습니다.(웃음)"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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