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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평화의 소녀상' 제막 앞두고 '뒷말'

4000만원 군예산 들였지만, 성금 모금 이뤄지지 않아

등록|2015.08.06 15:07 수정|2015.08.06 15:07
경남 남해군(박영일 군수)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평회의 소녀상'을 건립해 제막식을 갖는다. 그런데 군민 모금운동 없이 군청에서 자체 예산으로 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해군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오는 14일 오전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이날 제막식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진혼굿'에 이어 제막, 헌시 낭독, 해양초등학교 국악오케스트라 공연 등의 순서로 열린다.

남해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3) 할머니가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박 할머니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늦은 2012년 정부에 등록했고, 지난해 지역 학교를 돌며 강연하는 활동을 벌였다.

▲ 경남 남해군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남해여성능력개발센터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 오는 14일 제막식을 연다. ⓒ 남해군청


박 할머니는 16살 때 남해군 고현면 바닷가에서 바래(조개캐기) 가는 길에 외사촌과 함께 일본군에 끌려갔고, 나고야를 거쳐 중국 만주에서 7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남해군청은 4000만 원을 들여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로 하고, 주변을 할머니 이름을 딴 '숙이공원'으로 부르기로 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부부작가가 조각했고, 우리옷을 입고 서 있는 소녀의 모습에다 바래할 때 쓰던 물건을 옆에 놓아두었다. 박숙이 할머니의 사례에 맞춰 형상화한 작품이다.

남해 소녀상 건립은 군민 성금 없이 군청 예산으로 진행되었다. 이미 비슷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경남 통영, 거제, 광명 등지에는 시민 성금에다 자치단체 지원금이 모여 건립되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을 비롯한 창원지역 단체들은 2년 전부터 조형물 건립을 성금을 모았고,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광장 입구에 세워 조만간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시민 성금은 기금 마련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지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런데 남해 소녀상에는 군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것. 이같은 지적은 지역 언론에서도 줄곧 제기가 되었다.

남해여성회 김정화 회장은 "많은 군민들이 소녀상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을 기대하고 있었다. 금반지를 내놓고 싶다는 분도 있었고, 급여 중 얼마씩 모아 놓았다고 한 분도 있었다"며 "군민 성금 모금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서운해하고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남해는 할머니의 소식이 알려진 기간이 짧았고, 남해에도 위안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군민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할머니의 존재를 알리고 군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군민 성금 모금운동을 제안했지만, 군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이 세워지고 있는데, 시민 성금 없이 자치단체가 단독으로 하는 지역은 남해뿐일 것"이라며 "특히 남해군은 재정자립도가 낮은데 왜 성금 모금을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동안 지역 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지적했는데, 군민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해군청 여성보육팀 담당자는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에서 조형물 건립이 시작되었고, 고령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생존해 계실 때 세워야 한다고 보고, 먼저 예산을 편성해서 시작했다"며 "독단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난 5월 군민 설명회를 열어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민 성금 모금은 행정기관에서 직접 할 수 없었고, 이미 예산이 확보되어 있어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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