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올린 기차표 인증샷, 범죄의 표적 되다
[사례기] 열차승차권에 기재된 고유 번호, 범죄 악용 우려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기차역이나 기차 이용 중에 발생하는 사고와 사건을 접수, 처리하는 곳이다. 철도 사고 시 연이은 사고 방지 등을 위한 초동대처, 철도 사고 관련 수사, 절도나 폭행과 같은 범죄 수사 등을 한다. 서울역과 용산역을 비롯한 전국의 기차역 20여 곳에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있다.
지난 7월 17일 서울역에 위치한 철도특별사법경찰대를 찾았다. 내가 받아야 할 1건의 권리(할인)를 허락 없이 훔쳐간, 전혀 모르는 누군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자 '피해자' 신분으로 갔다.
누군가 내 기차표 할인권을 훔쳐갔다
지난 2014년 7월 30일, 용산역을 출발해 김제역에 도착하는 KTX 열차를 이용하던 중 구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89분이나 지연되어 김제에 도착했다. 당시 규정에 따라 '1년 안에 기차표 구입 시 29,900원 전액을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권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미 할인 받아 버렸음을 7월 14일에 알게 된 것이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사건을 접수하고, 진술서 작성 시 수사관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정황을 설명하겠다(모든 대화 시 '-습니다' 였으나, 기사 작성 편의상 이처럼 '-다'로 대체했다).
-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가?
"7월 14일 딸과 송광사(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에 갔다.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순천역으로 가는 KTX 기차표 2장을 예매했다. 프린터기가 고장나서 전날 예매한 기차표를 용산역에서 발권하며, 할인 받을 수 있는 기차표를 제시하며 돌아올 기차표 2매를 구입하고자 했다. 그런데 역무원이 이미 사용한 할인권이라고 했다. 뭔가 오류가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기차 출발 시각도 가까워 그럼 순천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끊자 생각했다."
- 계속 말해 달라.
"순천역에 10시 30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순천역 역무원도 같은 대답을 했다. 다행히 순천역 역무원이 선뜻 좀 더 자세히 알아봐 주겠다며 표를 두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1시간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역무원은 '2014년 8월 12일에, 인천공항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서울역 출발 김천(구미) 도착 KTX 특별석 1매를 구입하며 할인권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돌아갈 예정시간보다 좀 일찍 순천역에 와 달라고 했다.
우리가 송광사에 간 날이 하필 (렛츠) 코레일 홈페이지 개편 첫날이었다. 때문에 오류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무원의 전화를 받은 후 오류 때문이 아니라 누가 작정하고 빼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발 예정 1시간쯤 일찍 순천역에 갔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홈페이지 개편으로 인한 오류라고 생각해서, 오류를 바로잡은 뒤에 할인권을 이용해 예매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런데 의외의 이야길 했다. '(할인권을 사용한 후) KTX 특별석 예매를 하면서 모자라는 금액 6900원을 oo은행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라며 전화로 말했던 사실을 다시 설명했다."
- 그럼 정말 (피의자를) 전혀 모르는가? 누구에게 할인권을 주거나 보여준 사실도 없는가?
"순천역 역무원도 같은 질문을 했다. 내가 전혀 이용하지 않는 은행이라고 했더니 그 역무원 역시 의아해했다. 할인권을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주지 않는 이상 자신 말고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데 어떻게 사용됐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좀 더 알아보자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2014년 구로역 화재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문제의 기차표를 인터넷에 올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본 누군가 그 표에 기재된 고유 번호로 할인 받아 버린 것으로 추측하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구로역 화재로 KTX 90분 연착, 어떻게 보상받나)
- 수많은 사건을 접했으나 이제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황당하다.
"순천역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표에 기재된 번호로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걸 알았다면 번호가 노출되지 않게 찍거나, 번호를 지우고 올렸을 것이다.
솔직히 모르고 찍어 올렸지만 내가 잘 몰라 누군가에게 이런 범죄의 계기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는, 공연히 나 때문에 빨간 줄이 그어져 취업 등을 할 때 지장이 있게 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문을 열어 놓는 것이 도둑질해 가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처벌을 원하는가?
"아니다. 내 권리만 돌려받으면 된다. 그런데 솔직히 씁쓸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이를 계기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사를 의뢰할 뿐이다."
기차표, SNS에 그대로 올리면 위험해
"의뢰하신 사건 수사 진행을 알려드린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매체 사기 혐의로 수사를 했다. 피의자는 20세, 다른 범죄로 광주교도소(전남)에 두 달 전에 수감되어 현재 재판 중이다. 광주교도소의 협조로 심문을 했고 자백을 받았다. 사용사실을 인정하고 '죄송하다, 출감하게 되면 꼭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한 달 후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 수사 종료 시 다시 연락드리겠다."
8월 4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와 같은 내용의 연락이었다.
이번 일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됐고, 많은 생각을 했다. SNS 공간에 '어디에 갔다 왔노라'며 이용한 기차표 등을 찍어 올린 사진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처럼 무심코 올리는 기차표 한 장에는 언제, 어떤 기계를 통해, 어떤 역무원에 의해 발행된 것인지를 비롯하여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철도 회원이거나, 체크카드로 결제한 경우 표 한 장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나처럼 그 위험성을 모르고 올리는 경우, 이번 사건처럼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훨씬 위험한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엄연한 피해자이긴 하나, 나로 인해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개운치 못하다.
스마트폰처럼 개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보편ˑ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그만큼 개인이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정보는 스스로, 좀 더 적극적으로 지키기를 바라며 기사를 쓴다. 아울러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은 스스로 주변을 늘 신경 쓰고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또한 이번 사건으로 실감했음을 덧붙인다.
"이를 계기로 이와 같은 할인권 제도나 기차표 형식이 보안이 훨씬 강화된 쪽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철도 관계자 한 사람은 이와 같은 약속을 했다. 어떻게 된 정황인지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사건을 접수, 수사하기까지 만난 철도 관계자들과 철도특별수사대의 수사관들 모두 처음 보고된 사례라며 황당해 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차표 관련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아울러 한 개인의 말을 선뜻 믿고 단서를 통해 사건의 정황을 밝히는 데 애써주신 순천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http://police.molit.go.kr / 민원 : (주)042-615-5868, (야)042-615-5877 / 범죄신고전화 : 1588-7722)
지난 7월 17일 서울역에 위치한 철도특별사법경찰대를 찾았다. 내가 받아야 할 1건의 권리(할인)를 허락 없이 훔쳐간, 전혀 모르는 누군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자 '피해자' 신분으로 갔다.
누군가 내 기차표 할인권을 훔쳐갔다
▲ 사건의 원인?이 된, 2014년 7월 30일 구로역 화재로 인한 KTX 지연 당시 보상에 대해 쓴 기사에 올렸던 당시의 기차표. ⓒ 김현자
지난 2014년 7월 30일, 용산역을 출발해 김제역에 도착하는 KTX 열차를 이용하던 중 구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89분이나 지연되어 김제에 도착했다. 당시 규정에 따라 '1년 안에 기차표 구입 시 29,900원 전액을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권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미 할인 받아 버렸음을 7월 14일에 알게 된 것이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사건을 접수하고, 진술서 작성 시 수사관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정황을 설명하겠다(모든 대화 시 '-습니다' 였으나, 기사 작성 편의상 이처럼 '-다'로 대체했다).
-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가?
"7월 14일 딸과 송광사(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에 갔다.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순천역으로 가는 KTX 기차표 2장을 예매했다. 프린터기가 고장나서 전날 예매한 기차표를 용산역에서 발권하며, 할인 받을 수 있는 기차표를 제시하며 돌아올 기차표 2매를 구입하고자 했다. 그런데 역무원이 이미 사용한 할인권이라고 했다. 뭔가 오류가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기차 출발 시각도 가까워 그럼 순천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끊자 생각했다."
- 계속 말해 달라.
"순천역에 10시 30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순천역 역무원도 같은 대답을 했다. 다행히 순천역 역무원이 선뜻 좀 더 자세히 알아봐 주겠다며 표를 두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1시간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역무원은 '2014년 8월 12일에, 인천공항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서울역 출발 김천(구미) 도착 KTX 특별석 1매를 구입하며 할인권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돌아갈 예정시간보다 좀 일찍 순천역에 와 달라고 했다.
우리가 송광사에 간 날이 하필 (렛츠) 코레일 홈페이지 개편 첫날이었다. 때문에 오류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무원의 전화를 받은 후 오류 때문이 아니라 누가 작정하고 빼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발 예정 1시간쯤 일찍 순천역에 갔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홈페이지 개편으로 인한 오류라고 생각해서, 오류를 바로잡은 뒤에 할인권을 이용해 예매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런데 의외의 이야길 했다. '(할인권을 사용한 후) KTX 특별석 예매를 하면서 모자라는 금액 6900원을 oo은행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라며 전화로 말했던 사실을 다시 설명했다."
- 그럼 정말 (피의자를) 전혀 모르는가? 누구에게 할인권을 주거나 보여준 사실도 없는가?
"순천역 역무원도 같은 질문을 했다. 내가 전혀 이용하지 않는 은행이라고 했더니 그 역무원 역시 의아해했다. 할인권을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주지 않는 이상 자신 말고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데 어떻게 사용됐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좀 더 알아보자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2014년 구로역 화재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문제의 기차표를 인터넷에 올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본 누군가 그 표에 기재된 고유 번호로 할인 받아 버린 것으로 추측하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구로역 화재로 KTX 90분 연착, 어떻게 보상받나)
- 수많은 사건을 접했으나 이제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황당하다.
"순천역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표에 기재된 번호로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걸 알았다면 번호가 노출되지 않게 찍거나, 번호를 지우고 올렸을 것이다.
솔직히 모르고 찍어 올렸지만 내가 잘 몰라 누군가에게 이런 범죄의 계기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는, 공연히 나 때문에 빨간 줄이 그어져 취업 등을 할 때 지장이 있게 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문을 열어 놓는 것이 도둑질해 가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처벌을 원하는가?
"아니다. 내 권리만 돌려받으면 된다. 그런데 솔직히 씁쓸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이를 계기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사를 의뢰할 뿐이다."
기차표, SNS에 그대로 올리면 위험해
"의뢰하신 사건 수사 진행을 알려드린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매체 사기 혐의로 수사를 했다. 피의자는 20세, 다른 범죄로 광주교도소(전남)에 두 달 전에 수감되어 현재 재판 중이다. 광주교도소의 협조로 심문을 했고 자백을 받았다. 사용사실을 인정하고 '죄송하다, 출감하게 되면 꼭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한 달 후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 수사 종료 시 다시 연락드리겠다."
8월 4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와 같은 내용의 연락이었다.
이번 일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됐고, 많은 생각을 했다. SNS 공간에 '어디에 갔다 왔노라'며 이용한 기차표 등을 찍어 올린 사진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처럼 무심코 올리는 기차표 한 장에는 언제, 어떤 기계를 통해, 어떤 역무원에 의해 발행된 것인지를 비롯하여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철도 회원이거나, 체크카드로 결제한 경우 표 한 장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나처럼 그 위험성을 모르고 올리는 경우, 이번 사건처럼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훨씬 위험한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엄연한 피해자이긴 하나, 나로 인해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개운치 못하다.
스마트폰처럼 개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보편ˑ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그만큼 개인이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정보는 스스로, 좀 더 적극적으로 지키기를 바라며 기사를 쓴다. 아울러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은 스스로 주변을 늘 신경 쓰고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또한 이번 사건으로 실감했음을 덧붙인다.
"이를 계기로 이와 같은 할인권 제도나 기차표 형식이 보안이 훨씬 강화된 쪽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철도 관계자 한 사람은 이와 같은 약속을 했다. 어떻게 된 정황인지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사건을 접수, 수사하기까지 만난 철도 관계자들과 철도특별수사대의 수사관들 모두 처음 보고된 사례라며 황당해 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차표 관련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아울러 한 개인의 말을 선뜻 믿고 단서를 통해 사건의 정황을 밝히는 데 애써주신 순천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http://police.molit.go.kr / 민원 : (주)042-615-5868, (야)042-615-5877 / 범죄신고전화 : 1588-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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