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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순찰조 동행 30분 만에 가고 싶었다

[동행취재] 20만명 찾은 해운대 여름경찰서 순찰조의 하루... 뜨겁고 뜨겁고 더 뜨겁다

등록|2015.08.07 15:34 수정|2015.08.07 15:56

▲ 여름 휴가철을 맞아 파라솔과 피서 인파로 북적이는 해운대 해수욕장. ⓒ 해운대구청


▲ 여름 휴가철을 맞아 파라솔과 피서 인파로 북적이는 해운대 해수욕장. ⓒ 해운대구청


해운대의 여름은 뜨겁다. 더운 날씨로 뜨겁고, 들끓는 사람들의 열기로 뜨겁다. 극성수기 막바지에 해당하는 6일에만 20만 명이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달갑지 않은 범죄 또한 이어진다. 해운대 여름경찰서가 필요한 이유다.

해운대 여름경찰서 주간조의 하루는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의무경찰을 포함해 30여 명의 경찰이 이곳에 상주한다. 경찰서라는 간판이 붙어있지만 엄밀히 말해 경찰서는 아니다. 규모로만 따진다면 파출소와 지구대의 중간 정도 규모. 여름경찰서는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6월부터 9월 초까지 운영한다.

여름경찰서는 그사이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을 처리한다. 기자가 찾은 6일도 여름경찰서는 바쁘게 돌아갔다. 휴가 와 경찰서를 찾게 된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이날 점심시간을 즈음해서 20대 여성 2명이 조심스럽게 경찰서를 찾았다. 그들은 어젯밤 따로 놀겠다며 헤어진 친구 2명이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경찰서를 찾았다고 말했다.

위치 추적을 부탁하는 그녀들의 요구에 경찰관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가 걱정된다는 우정이야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위치추적을 선뜻 해줄 수야 없는 일이었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 위치 정보의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여성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런 식의 '기타 민원'은 여름경찰서가 가장 많이 처리하는 업무이다. 업무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848건의 기타 민원이 있었다. 다음으로는 해변에서 잃어버리는 유실물 처리가 582건으로 많다. 대부분이 안경이나 선글라스이다. 휴대전화는 대부분 주인이 찾아가지만 안경은 그렇지 못하다. 이날도 경찰들은 마주앉아 수북하게 쌓인 안경에 유실물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예년보다 줄어든 범죄... "무법천지는 아니에요"

▲ 6일 오후 해운대 여름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해수욕장 순찰 활동에 나서고 있다. ⓒ 정민규


형사사건 발생은 지난해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성폭력·절도·폭력 사건이 37건 발생했던 반면 올해는 지금껏 19건이 발생했다.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경찰서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변준석 경장이 "외부에선 여름 해운대에서 많은 범죄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로 무법천지는 아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피서객이 몰리는 오후부터 기자도 순찰에 동행했다. 여름경찰서 경찰관들은 제복부터가 참으로 '여름경찰서'스럽다. 챙이 넓은 모자와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 선글라스, 남색 반바지에 아쿠아슈즈가 보급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토시와 선크림까지 발라야 순찰 준비는 끝이 난다.  

3명이 1조를 이뤄 순찰에 나섰다. 앞서 가던 정영우 경장의 허리춤에 찬 장구류 벨트가 제법 묵직해 보였다. 38구경 권총, 수갑, 삼단봉이 달린 장구류 벨트는 3~4kg가량이 나간다고 했다. 허리가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저는 괜찮은데 어르신들은 무거워하시더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말하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정 경장은 "몰카나 절도가 의심되는 곳을 유심히 본다"고 했다. 

묵묵하게 도보 순찰을 하는 경찰들과 달리 기자의 머릿속은 30분 만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채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부산 금정구는 36.4도를 기록했다. 부산 지역의 불쾌지수는 81.8로 4단계로 나뉘는 불쾌지수 중 최고 단계였다. 통상 80 이상이면 대부분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본다. 40분 남짓의 순찰을 하고 경찰서에 들어서자 시원한 물이 벌컥벌컥 잘도 넘어갔다. 내근자들이 순찰조를 위해 숭덩거리며 썬 수박을 한 입 베어 물자 더위까지 함께 꿀꺽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한숨 돌리고 다시 순찰에 나서는데 신고가 접수됐다. 흡연 단속에 걸린 남성과 구청 단속반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는 신고였다. 금연 지역인 줄 모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는 남성이 단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통에 단속반이 경찰을 불렀다. 사법권이 없는 단속반 입장에서는 단속 대상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경우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사이의 중재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었다.

'몰카' 현행범으로 잡혀 온 남성 "몰랐어요"

▲ 6일 오후 한 남성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을 찍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해운대 여름경찰서 경찰관들이 출동해 촬영 동영상이 담긴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 정민규


끝인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6번 망루 인근에서 '몰카'(몰래카메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다가와 "외국인 남성들이 아까부터 망원 렌즈가 달린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들을 찍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방문에 외국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이 확인한 휴대전화에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클로즈업한 동영상이 발견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외국인 남성은 "사진 찍으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이 남성은 촬영 분량이 적고, 의도적으로 몰카를 촬영했다고 보기 힘들어 훈방 조처됐다. 올해 들어 해운대에서 발생한 몰카 적발은 지금까지 6건. 1건을 제외한 나머지 5건은 외국인이 적발된 경우였다.

▲ 경찰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간판과 홍보물을 통해 신체의 일부를 몰래 찍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알리고 있다. ⓒ 정민규


장준보 여름경찰서 순찰팀장은 "내국인은 지속적인 홍보로 몰카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지만 외국인 중엔 더러 이 점을 모르는 경우도 있어 지속해서 홍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팀장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당부를 덧붙였다. 그는 "수영을 하는 동안 귀중품을 파라솔에 두어서는 안 된다"며 "숙소에 두고 오거나 보관함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장 팀장은 "모르는 이성과의 만남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도한 음주는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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