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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 도입 4년, 왜 개정안은 6일제 기반?

[2015 개정교육과정 이대로 가면 안된다②]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교육과정 개정의 진짜 문제

등록|2015.08.12 16:08 수정|2015.08.13 09:02
교육부는 8월 현재, 9월 말 고시를 목표로 2015 개정교육과정시안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볼수록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7차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국가수준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연구와 개정과정, 내용을 지켜본 현장교사로서 2015 개정교육과정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 기자 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앞서 말한 여덟 가지(관련 기사 : 교육과정 개정하면 안 되는 8가지 이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 주5일제수업이 2012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2015 개정교육과정 체제는 주6일제 수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6일, 교원대에서 있었던 공청회 때 한 고등학교 교무부장은, 시수 이수과정에서 현재 17차시를 한 단위로 하는 방안을 현장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준 단위 차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지난 4년 동안 교육과정부장을 맡아서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작성하고 시수를 계획했다. 학급 담임을 맡아 학년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실제 운영하면서 겪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2009 개정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2015 개정교육과정 역시 이수 시수 기준이 주6일 수업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주5일 수업제와 맞지 않는다고 공청회 당일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김경자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이에 대해 수긍하는 듯한 태도로 앞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짧은 기간에 주5일제 수업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일이 수치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4년째... 여전히 교육과정은 주6일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제시하고 있는 '편제와 시간배당 기준'8월 6일, 교원대에서 진행한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 38쪽 ⓒ 이부영


지금까지 국가수준개정교육과정은 34주를 기본으로 해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교과별 기준이수시수를 주6일제 수업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제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 월 2회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하면서 수업시수를 34차시로 감축해서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됐는데도 추가 감축을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34차시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지금까지 적용된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별 기본이수시수는 주6일 수업, 34주를 기본으로 해서 주당 시간으로 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주6일제수업 기준으로 만들어진 교육과정 체제는 2006년 월2회 주5일제 수업제 실시 때부터 주당 기본시수와 맞아떨어지지 않고, 특히 2012년 주5일제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부터는 수업일수만 '205일 이상'에서 '190일 이상'으로 맞춰졌을 뿐 기본이수시수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초등 3학년 교과별 기준 주당 시수가 국어 6시간, 사회 3시간, 도덕 1시간, 수학 4시간, 과학 3시간, 음악 2시간, 미술 2시간, 영어 2시간, 창의적체험활동 3시간 모두 29시간으로 되어 있어서 34주 동안 진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986시간이 법적 기본이수시수로 되어있다(교육과정에는 3, 4학년이 학년 군으로 묶여서 제시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학년을 구분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기에 실제 운영 모습으로 제시해 보면 그렇다).

29시간을 주5일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면 하루에 5.8시간 즉, 5일 중 나흘은 6시간을 해야 하고, 하루는 5시간 수업을 해야 한다. (6/6/5/6/6) 만약에 이렇게 진행하게 되면 하루 수업시간도 길어지고 일주일이 숨돌릴 틈 없이 빡빡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현재 일주일에 29시간 대신 26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4/6/4/6/6) 이는 주6일제 때(4.8시간)보다 주 5일 수업제 때(5.8시간)으로 하루 평균 한 시간씩 수업시간이 늘어난 상태다.

이렇게 진행하다 보니 하루 수업시간이 증가했으면서도 총 3시간(29시간 기준에서 실제 수업시수 26시간을 뺀)이 시간표에서 붕 뜨게 된다. 붕 떠 있는 3시간 때문에 학교에서는 시간표를 바꾸어 가면서 운영해야 한다. 표준시간표로 진행하다가 학기 말에 부족한 시수를 몰아서 보충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수시로 시간표를 바꾸어가면서 수업시수를 이수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아이들은 고정 시간표가 아닌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학교 현장을 혼란시키는 국가수준교육과정

2015학년도 3학년 시간표-예시자료 현재 교육과정이 주6일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주5일제인 지금 적용하려면 붕 떠 있는 3시간을 맞추느라 시간표를 수시로 바꾸어서 운영해야한다. 이렇게 운영하다가 학기말에 시수조정기간을 두어서 각 교과별 이수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교육과정 운영시간표가 안정적이지 못해 아이들도 교사도 매우 혼란스럽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주5일제 수업'에 알맞은 교과별 이수기준시수를 다시 정리해내어야 한다. ⓒ 이부영


이는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와 실제 운영 모습이 달라서 학교현장에서 늘 부딪히는 문제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된 지 4년째가 되어가고, 교육과정을 또 개정한다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아무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연구진들이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009 개정교육과정 개정 당시 곧 다가올 '주5일수업제 대비'교육과정 체제를 마련해야 하다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진행과정엔 총론이나 각론이 교육과정 내용 속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결국 고시 하루 전에 '주5일제 대비'라는 말이 사라졌다. 아마 당시 공청회에 참석해서 개정과정을 눈여겨 본 사람들이라면 다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2015 개정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또 주6일 수업체제를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 연구진 중에는 김경자 위원장을 포함해서 2009 개정교육과정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 누구보다 '주5일제 수업제'와 맞아떨어지는 교육과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이것을 그냥 슬그머니 넘기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려면 그 무엇보다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는 '주5일제 수업제'에 알맞은 국가수준교육과정을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번에 꼭 해야 한다. 주5일 수업제에 알맞게 교육과정 체제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학교에 계속 혼란을 안겨주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개정해서 고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직무유기다. 이점을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 책임 연구원들은 꼭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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