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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와중에 오페라하우스 계획 또 내놓은 부산시

'사업 규모 축소해 강행' 방침 밝혔지만 재원 마련 부실

등록|2015.08.10 17:40 수정|2015.08.10 17:40

▲ 부산시가 북항재개발지구에 건립을 추진하고있는 오페라하우스의 설계당선작. 노르웨이의 스노헤타사가 출품한 작품이다. 부산시는 "전문화된 문화시설로 건립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전문화 및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정민규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가 짓고 싶다. 그냥 짓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 짓고 싶다. 전임 허남식 시장 때부터 시작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꿈은 서병수 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부산시의회에서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서 시장은 "(오페라하우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뒤로도 언론과 시의회, 시민단체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10일 부산시가 새로운 계획안을 들고나왔다.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하우스는 짓겠다"로 압축된다.

부산시가 자신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가 이날 밝힌 '부산오페라하우스·국립아트센터 건립·운영 계획'을 보면 시는 시 재정 부담과 운영비 가중 부담, 민간기업의 추가 기부가 여의치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열악한 문화 인프라 현실을 감안, 전문공연장의 확보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신 부산시는 건립 비용의 일부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업과 시민들의 돈을 어떻게라도 긁어모아 오페라하우스를 지어보겠다는 생각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우선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의 전체면적을 5만2천여㎡에서 3만9천여㎡로 줄이고 콘퍼런스홀 등을 줄여 사업비를 514억 원가량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2629억 원으로 잡고 있던 사업비를 2115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계산이다.

재정위기 몰린 부산시, 기댈 곳은 기부금

그렇다고 남은 숙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애초 롯데그룹이 1천억 원을 기부하겠다며 시작한 사업인 만큼 남은 1115억 원은 부산시가 마련을 해야 한다. 정작 부산시의 호주머니 사정은 초라하다. 부산시는 최근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로부터 재정위기단체 예비단계에 해당하는 '주의' 등급을 받았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8.1%로 '주의' 등급 기준인 25%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2011년 재정위기관리제도가 도입된 이후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을 받은 지자체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부산시는 지난 5일 연말까지 전년도 말 대비 1천580억 원가량의 채무를 줄여 채무비율을 24.2%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부산시 입장에서 1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하기란 부담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시는 손쉬운 방법으로 민간 기부금을 통한 사업비 추가 확보 방안을 꺼내 들었다. 이미 1천억 원을 내기로 한 롯데에 오페라하우스의 명칭을 사용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추가 기부금을 받아내고, 범시민 기부운동까지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짓고 나서도 이를 운영할 비용이 마땅치 않은 부산시는 운영 역시 재단법인을 설립해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별도 예술단 운영은 포기했다. 시립오페라단이나 발레단을 운영할 경우 인건비가 과다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이다. 오페라하우스 건물만 지어놓고 막상 무대에 올릴 공연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단체 활동을 펼쳐왔던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재원 확보 계획도 없이 시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건립 방향이 비현실적이고 책임을 떠넘기는 행정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재단을 운영해 예술 저변을 확대하거나, 차라리 좀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건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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