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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 '망언', 할머니께 전해드릴 수 없었다"

위안부 할머니 돌보는 여성활동가들 "천박한 역사 인식 드러내"

등록|2015.08.10 21:36 수정|2015.08.10 21:38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말이다."
"천박한 역사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가 한 망언에 대해, 오랫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는 여성활동가들이 한 말이다. 70주년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박씨의 발언은 더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박근령씨는 지난 4일 일본 인터넷매체 <니코니코>와 인터뷰에서 망언을 쏟아냈다. 그는 "일본에 위안부 문제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거나 "한국의 힘으로 피해자를 모셔야 한다", "우리가 위안부 여사님들을 더 챙기지 않고 자꾸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만 나간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창원 4명, 통영 1명, 양산 1명, 남해 1명씩 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 남해여성회(회장 김정화)에서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

▲ 경남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윤성효


할머니들은 모두 팔구순으로 연로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는 이들은 "할머니들은 건강이 좋았다가도 나쁘고,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숙이(94) 할머니는 10일 남해 한 병원에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김정화 회장은 "박근령씨의 망언 소식을 듣고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할머니한테 그런 망언을 전해드릴 수가 없을 정도다. 이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뉴스가 나오면, 할머니는 '미친 사람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아베 정부는 아직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 동생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준다는 느낌이다"라며 "할머니들이 살아온 처지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말을 못할 것이다. 대통령 동생이라는 사람이 상대 나라에 가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도자 대표는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 천박하고 몰역사적인 발언이다. 그런 망언이 오히려 계속 퍼뜨려질까 싶어 걱정스럽다"며 "결국에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고를 이어받아서, 그런 식민사관에 철저하게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협정을 굴욕적으로 맺었다. 과거 대통령의 딸이, 현재 대통령의 동생이 몰역사적인 사고방식의 틀 안에 묶여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라며 "만약에 할머니들이 이런 발언을 들으면 얼마나 기가 차겠느냐. 전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대표는 "전혀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의 발언이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하는 말이면 모르지만, 국제적인 망신을 사면서 공식적으로 그런 망언을 한 게 더 문제"라며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일제강점기 친일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천박한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일협정을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라며 "그것에 발목이 잡혀 일본이 오리발을 내미는 것인데, 박근령씨 망언은 그런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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