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농성자 생명권 우려" 한발 늦은 인권위원회

기아차 고공농성 봉쇄에 우려 표명... 가족은 이미 돌아간 뒤

등록|2015.08.13 09:18 수정|2015.08.13 09:18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최정명·한규협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식수 차단 상황에 인권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지만 한발 늦었다. 음식물 반입이 허용된 농성자의 가족이 실랑이를 벌이다 이미 발길을 돌린 뒤였다.

국가인권위는 1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옥상 농성자에 대한 음식물 등 반입, 적절한 의료조치 등을 가로막고 있는 옥상 전광판 업체 측의 애로사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음식물 등 반입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농성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상황이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남대문경찰서 등 경찰 측에 "옥상 농성자들에 대한 음식물 등의 반입, 필요한 의료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 또 "지속적으로 옥상 농성자들에 대한 건강권과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최정명·한규협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식수·식사 공급과 관련해 광고업체에서 12일 오후 6시 경 기아차대책위측에 보낸 문자메시지. 식사를 공급할 수 있는 이를 가족으로 한정하고 광고탑 철수 일정을 요구했다. ⓒ 김예지


3일째 식사 못해... 식수는 1.5L 물 두 통이 전부

이는 지난 10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가 세 번째로 낸 긴급구제신청사건과 관련해 개최한 상임위원회 결과로, 입주건물 옥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공농성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날 농성자들은 물과 식사를 전달받지 못했다. 인권위의 성명이 나온 뒤 경찰은 농성현장을 봉쇄하고 있는 광고업체 명보애드넷과 협의를 벌였고, 오후 6시께 이 업체가 노조측에 "가족에 한하여 식사를 제공하고, 일주일 이내로 철수 또는 구제안을 마련하라"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했지만, 식사를 갖고 왔던 농성자 가족들은 이미 돌아간 뒤였기 때문이다.

농성자 가족은 12일 점심 때도 물과 식사를 전광판 위로 보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지만, 광고업체 관계자에 막혀 실랑이를 벌이다 집으로 돌아갔다.

최종원 기아차 대책위 상황실장은 "(식사를 전달하려고 기다리던) 농성자의 가족이 아이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다"며 "2시간 걸려 집에 가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결국 농성자의 가족들만 전광판으로 들여보낼 수 있다는 광고업체의 입장 때문에 두 농성자는 3일째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명씨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세지를 통해 "힘이 많이 빠졌다"고 전했다. 최씨는 "한규협씨는 고혈압 환자라 걱정이 된다, 더위에 많이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대책위에 따르면, 농성자들이 마지막으로 받은 식수는 10일 전달된 1.5L 물 두 통이 전부다. 최씨는 이날 인권위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연락만 취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