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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 몰아치는데 '깔깔깔', 이 사람들이...

[부자가 함께 한 산인지방 기행 ⑦] 돗토리 사구

등록|2015.08.17 17:25 수정|2015.08.17 17:25
사구회관에 차를 세우고 사구 쪽으로

▲ 돗토리 사구 ⓒ 이상기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비가 온다. 일기예보도 하루 종일 비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 갈 곳이 돗토리에 있는 모래언덕인데,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지 심히 걱정된다. 요나고에서 돗토리까지는 해안선을 따라 9번 국도가 나 있다. 그리고 내륙 쪽으로 산인 고속도로가 이어진다. 우리는 갈 때 국도를, 올 때 고속도로를 이용할 예정이다.

요나고에서 돗토리까지는 1시간 40분쯤 걸린다. 우리는 사구회관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해안 쪽 사구로 올라간다. 돗토리 사구는 센다이가와(千代川)가 바다와 만나는 하구 오른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주코쿠 지방 산지에서 화강암이 풍화되어 모래가 된다. 이 모래가 센다이가와를 통해 해안으로 떠내려 가 퇴적된 상태에서, 조류와 바다 바람에 의해 모래언덕으로 변한 것이다.

▲ 동서로 길게 발달된 사구 ⓒ 이상기


사구는 해안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발달되어 있다. 사구는 길이가 16㎞ 폭이 2.4㎞ 넓이가 545ha쯤 된다. 이곳이 크게는 돗토리 사구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하마사카(浜坂) 사구다. 사구 중 가장 높은 곳은 해발 90m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 쪽과 내륙 쪽 사이에 솥단지처럼 움푹 들어간 바닥이 있다. 이곳에는 오아시스처럼 지하수가 솟아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돗토리 사구는 1955년 천연 사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이 되었고, 2007년에는 일본 지질 100선에 선정되었다. 사구 주변에 여러 개의 시비가 서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엔카 가수 미즈모리 카오리(水森かおり)가 2003년 발표한 '돗토리 사구'다.

16㎞에 이르는 해안사구의 일부분만 종단

▲ 모래를 막아주는 목책 ⓒ 이상기


우리는 이제 사구 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사람 중 일부는 장화를 신었다. 일반적으로 사막을 걷기 위해서는 장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발이 모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둔황의 명사산에서 봤던 장화는 주황색 천으로 만들었는데, 이곳의 장화는 흰색 고무로 만들었다.

사구는 두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언덕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 언덕에 올라서자 모래바람이 몰아친다. 바로 이 모래바람이 이곳에 사구를 만들었다. 바람이 주로 해안에서 육지로 불면서 해안의 모래를 쌓아올려 언덕을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대나무로 목책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나는 목책 뒤에 숨어 잠시 모래바람을 피한다.

▲ 모래바람을 피하는 사람들 ⓒ 이상기


그런데 모래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여기까지 와서 모래언덕을 넘어 바닷가까지 가지 않을 수 없어, 언덕을 넘는다. 그러자 두 번째 언덕까지 깊은 골짜기가 이어진다. 이곳에 내려가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들 모두 바람을 피하려고 얼굴을 돌린다. 모래가 몸속으로 파고들고 사진기 사이사이로 끼어들 것 같다.

그래도 부부, 연인, 가족들 모두 즐거워한다. 모래 골짜기를 내려가면서 왼쪽을 보니 풀이 자라는 오아시스도 볼 수 있다. 그곳으로는 물기도 조금 보인다. 이미 골짜기를 내려가 언덕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내려가는 사람들은 모래바람을 정면으로 맞지만, 올라가는 사람은 언덕이 바람을 조금은 막아줘 수월한 듯하다. 나도 이제 골짜기를 다 내려간 다음 올라간다.

▲ 사구로 올라가는 길 ⓒ 이상기


올라가는 길은 조금 힘이 든다. 경사가 급하고 발이 모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가 와 모래가 뭉쳐 덜 빠지는 것 같다. 또 땡볕이었다면 더워서 진짜 사막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힘들여 언덕을 올라가니 이번에는 모래바람이 얼굴을 정면으로 때린다. 몸을 돌려 바람을 피할 수 밖에 없다. 바닷바람이 언덕에 부딪치면서 모래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모래바람 때문에 바다를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다. 사람들 모두 이곳에 잠깐 머무르다 돌아간다. 나도 별 수 없이 몸을 돌린다. 저 멀리 사구회관이 보인다. 그곳까지는 언덕을 두 번 넘어야 한다. 나는 사구의 시작점과 끝점 쪽을 한참 바라보고는 아쉬운 마음으로 언덕을 내려온다. 내려올 때는 모래바람을 등지기 때문인지 훨씬 수월하다.

사구회관으로 돌아와 옷매무새를 고치고 몸에 붙은 모래를 털어낸다. 신발에도 모래가 꽤나 들어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니 근처에 모래미술관(Sand Museum)이 있다. 도보로 5분이면 갈 수 있다는데 시간이 없다. 모래미술관은 2006년에 개관했고, 모래조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2015년 4월 18일부터는 모래로 떠나는 세계여행 '독일'편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독일의 성과 교회, 거리풍경 등이 모래를 통해 동화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전시는 2016년 1월 3일까지 계속된다.

구라요시는 어떤 곳인가?

▲ 구라요시 시내: 파크 스퀘어 ⓒ 이상기


돗토리 사구를 떠난 버스는 구라요시(倉吉)로 향한다. 구라요시는 돗토리현 중부의 중심도시다. 동쪽에 돗토리가 있고, 서쪽에 요나고가 있다면, 가운데 구라요시가 있다. 구라요시는 오가모가와(小鴨川)가 텐진가와(天神川)가 합류하는 분지에 발달된 도시로 인구가 5만 명쯤 된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명소와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펴볼 문화유산은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群)과 아카가와라(赤瓦), 야바세오라이 가도 주변 문화유산, 우쓰부키(打吹) 공원이다. 이 중 우리는 시라카베도조군에 있는 아카가와라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시라카베, 아카가와라는 흰 벽으로 지어진 상가 건물에 붉은 기와를 얹은 집이다. 그 때문에 흰 벽 붉은 기와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 구라요시의 한글 간판 ⓒ 이상기


시라카베도조군의 점포 건물은 모두 12개로, 그들 각각은 다른 분야의 영업을 하고 있다. 15호관까지 있고, 중간에 4, 9, 14호관이 없어졌다. 우리는 이들을 보기 위해 구라요시 시내로 들어서는데 도로표지판에 한글이 보인다. 가장 위에 일본어, 그 밑에 영어와 한글이 적혀 있다. 예를 들어보면 '倉吉 Kurayoshi 구라요시'다. 지금까지 일본의 도시를 여러 번 다녀봤지만 한글 도로표지판은 처음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DBS 페리 출항 후 이곳에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나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처럼 한글 도로표지판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관광안내 팸플릿도 한글로 된 것이 많다. 그리고 그 한글자료들도 아주 공을 들여, 잘못된 것을 찾기 어렵다. 시골의 작은 도시가 관광으로 살아남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눈물겹다.

구라요시에서 촬영한 한류드라마 이야기

▲ 관광안내소인 아카가와라 10호관 ⓒ 이상기


버스는 이제 우리를 구라요시 관광안내소 앞에 내려준다. 그곳은 시라카베도조군 관광의 출발점으로 1시간 정도면 점포와 공방을 다 돌아볼 수 있다. 나는 우선 아카가와라 10호관인 관광안내소로 들어가 지도, 안내책자 등 관련 자료를 얻는다. 그 중 <구라요시. 그리운 옛 시절을 회상해보다>라는 소책자가 가장 유용했다.

22페이지로 된 한글 책자로 구라요시, 역사, 문화와 문화유산, 온천과 체험, 숙박지와 식당, 토산품과 특산품, 이벤트 정보 등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거기다 '한류드라마 촬영지 둘러보기'까지 있다. <아테나. 전쟁의 여신> 촬영지 지도를 넣고, 순방코스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이들 촬영지를 순회하는데 걸어서 이삼십 분이면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 한류드라마 촬영지 둘러보기 ⓒ 이상기


또 출연자와 스탭이 들어갔던 가게를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이들은 구라요시 구도심을 흐르는 다마가와(玉川) 양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 중 마키다 여관은 배우들의 대기소로 사용되었다. 아카네야 레스토랑은 시나리오에 따라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스탭이 모여 식사를 한 장소다. 과자를 파는 가게 도라조에서는 배우와 스탭이 쇼핑을 했다고 되어 있다.

이 영화에는 우쓰부키 축제 장면이 나오는데, 우쓰부키 공원 거리에서 촬영을 했다. 이 축제 장면에 출연한 엑스트라들이 이 거리에 있는 후쿠스케 여관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우쓰부키 축제 장면에서는 또 자동차가 마키노 우유가게로 돌진하게 된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후 주연배우였던 정우성이 아카가와라 5호관인 구라(久樂)에서 맷돌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맷돌 커피는 어떤 맛일까?

▲ 아카가와라 5호관 구라 ⓒ 이상기


이곳 다마가와 양쪽에 있는 아카가와라관 중 가장 영업이 활발한 곳이 1호관으로 토산품점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스탭들이 이곳에서 특산품을 구입하고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천 건너편 방재센터 구라요진에서는 배우 유동근과 스탭이 쉬면서 대기했다고 한다. 이처럼 시라카베도조군과 우쓰부키 공원 거리에서는 한류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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