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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야스쿠니 망령 사진전 취소 "잘못했다"

김병립 시장 “매끄럽지 못한 행정 처리 사과"... "주최측, 권철 작가, 시민께 죄송"

등록|2015.08.17 15:28 수정|2015.08.17 15:28

▲ 17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야스쿠니 고발 사진전 허가 취소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김병립 시장. ⓒ 제주시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권철의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던 제주시가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사이 허가-취소-충돌-공식사과 등의 번복이 이어지면서 균형감 없이 매끄럽지 못한 행정을 펼쳤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17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지난 15일 제주목관아 내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허가가 취소된 권 작가의 전시회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김 시장은 "제주목관아 일대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의 사진전 장소사용 허가 신청에 따른 행정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주최 측, 사진작가와 제주시민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를 계기로 더욱 제주시정을 알차고 내실 있게 추진해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이 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는 이날 '사용허가 및 취소 경위'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13일 제주목관아의 역사성과 광복 70주년 계기 경축분위기에 장소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돼 장소사용허가를 취소하고 공문을 직접 전달하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간드락소극장은 지난 10일 권 작가의 사진전에 따른 제주목관아 내부 장소사용을 신청했고 같은 날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13일 전시 취지를 잘못 보도한 한 일간지의 기사와 이 보도를 본 광복회의 항의가 이어지자 곧바로 허가를 취소했다.

간드락소극장과 권 작가 등은 당초 전시예정일이었던 15일 이 같은 결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목관아 내부 전시를 재차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서는 제주시 공무원들과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제주목관아 외부에서 전시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도내 문화계 등에서는 전시회 취지를 오해해 허가를 취소한 제주시에 대한 비판이 쏟아철졌고, 결국 당국이 고개를 숙인 셈이 됐다.

권 작가가 추진했던 사진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의 이면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야스쿠니 신사를 현장 취재한 결과물을 엮어 최근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이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이번 전시회는 그 책 내부의 작품들의 최초 공개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권 작가는 1994년부터 20년간 일본에서 활동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도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쵸'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진집을 출간해 '고단샤 출판문화상 사진상'을 수상했다. 2013년 포토에세이 <텟짱, 한센병에 감사한 시인, 사이류사>는 2014년 도쿄 북페어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3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에 온 권 작가는 인생 2막을 위해 올해부터 가족들과 제주에 완전히 정착해 제주만의 삶과 문화를 앵글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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