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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대통령이 해놓고 돈은 왜 지자체가 내나?"

[서울시의회 의장단 릴레이인터뷰①] 임기 반환점 넘은 박래학 의장

등록|2015.08.19 20:51 수정|2015.08.20 07:57
서울 시민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당인 서울시의회 9대 의장단 임기가 절반을 지났다. 의장단을 직접 만나 그간의 성과와 반성,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말]

▲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 ⓒ 이희훈


"아니, 대통령이 약속해놓고 돈은 왜 지자체 보고 내라고 하는 겁니까."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실시 2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중앙 대 지방의 세입 비율이 8대2인, 이른바 '2할 자치'를 꼽았다.

박래학 의장은 "이같이 열악한 세입기반 때문에 지역에 맞는 정책개발과 편성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잃고 있다"며 "반드시 지방재정 개혁은 이뤄져야 하고, 이는 자주재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특히 "중앙정부의 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국고에서 충당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누리과정 재원을 각 시도 교육청에게 강제 부담시키는 정부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박래학 의장은 최근 소송전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에 대해서 "공공기여금은 서울시의 세입인데 그 돈을 한 동네에만 쓰라면 곤란하다"면서도 "(양쪽 다) 모양새 있는 해법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가 타협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17일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청문회 대상 기관장들의 임기가 대부분 2년씩이나 남아있다"며 아쉬워하고 "투자기관뿐만 아니라 출연·출자 기관으로까지 대상을 넓혀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현 9대 의회의 조례안 발의수가 8대보다 2.5배나 느는 등 '일하는 의회'를 만든 것에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정책보좌관 도입, 사무처 인사권 독립, 지방재정 개혁 등 4가지를 지방자치 개혁과제로 삼아 올해 안에 실현될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박 의장의 일문일답.

"정책보좌관 도입 등 4대 개혁과제 주력하겠다"

▲ "남은 임기중에는 지방의회의 숙원인 지방재정 개혁과 정책보좌관제 도입 그리고 인사청문회 도입과 사무처 인사권 독립 등을 4대 지방자치개혁과제로 삼아 올해안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 이희훈


- 벌써 임기가 반을 훌쩍 넘어섰다. 취임 초 청렴·혁신의회를 기치로 내걸었었는데, 개혁성과를 자평한다면? 그리고 남은 임기 중 가장 주력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의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투명성심의회를 설치했으며, 인사추천위원회에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위원을 선임해 시민 참여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인지 9대 들어 의원들의 조례안 발의가 8대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남은 임기 중에는 지방의회의 숙원인 지방재정 개혁과 정책보좌관제 도입 그리고 인사청문회 도입과 사무처 인사권 독립 등을 4대 지방자치개혁과제로 삼아 올해 안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 인사청문회는 이미 도입됐으니 이제 나머지 3개만 하면 되겠다.(서울시의회는 지난 17일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서울시 산하 5개 출자기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자 주)
"그렇지 않다. 어제 서울시와 체결한 것은 '협약'일 뿐이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입법, 즉 지방자치법을 고치려는 것이다."

- 그런가. 이번처럼 집행부와 협약을 맺어서 하면 되는데 왜 꼭 법을 고치려고 하나. 
"현행법하에서는 단체장이 꼭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17개 광역단체 중 서울시를 포함해 11군데가 협약을 맺어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 그만큼 지자체들도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동의해준 것이다. 그러니 이제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지금 지방자치법은 24년 전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 법 개정 전망은 어떤가.
"지난 2012년 김동철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게 있다. 올해 안에 통과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총선이 있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또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인사청문회, 14개 출연·출자기관으로 서둘러 확대해야"

- 따지고 보면 4대 과제가 모두 지방자치법을 손봐야 하는 것들 아닌가.
"맞다. 모든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고치려면 지방자치법을 손봐야 한다. 정책보좌관 신설 문제는 상임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가 있다."

- 인사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대상인 5대 투자기관장 가운데 4명의 임기가 2년 까지 남았고, 1곳도 임기가 내년 6월이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맞다. 이왕 하려면 더 일찍 했어야 한다. 서울은 이번에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1번째로 하는 것인데, 그것도 실효성이 떨어지니 좀 그렇다. 그래서 투자기관 외 13개 출연기관과 1개 출자기관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 출연기관과 출자기관중에 기관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기관이 있나.
"있다. 다만 박원순 시장이 오더를 줘야 한다. 협약서에 '추후 확대해나가도록 노력하자'고 했으니 지켜봐야 할 일이다."

- 4대 과제 가운데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책보좌관 도입이다. 서울시만 해도 한 해 예산이 36조원 가량 되고 세부목록으로 따지면 3000여 개나 된다. 의원들이 컴퓨터도 아니고 혼자서 그걸 어떻게 다 따져보나. 워드라도 쳐 줄 수 있는 보좌관을 한 명이라도 줘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광역의회 의원에게 정책보좌관 한 명 없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 LA만 해도 5명이다. 국회의원은 9명이나 데리고 데리고 있으면서 우리에게는 왜 한 명도 못 주나."

- 국회의원들도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무조건 오케이다. 그러나 직접 표결을 해보면 그 사람들 표가 안 보인다.(웃음) 그게 현실이므로 우리들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 설득시켜서 합리적인 법을 만들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도 선진국 된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면 대통령이 부담하는 게 맞다"

▲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이다.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3년 지났는데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발표는 자기들이 해놓고 지방에다 떠넘기다니. 대통령 본인이 약속한 사안이면 대통령이 부담해야 한다." ⓒ 이희훈


- 서울시는 지자체 가운데서도 가장 예산 형편이 나은 편인데도, 항상 재정이 어렵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방자치를 가리켜 2할 자치라고도 하는데, 중앙과 지방의 세입 비율이 8대2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출비율은 4대 6으로 지방정부가 현격히 높다. 열악한 세입기반 때문에 지역에 맞는 정책개발과 편성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잃고 있다고 본다. 유럽에 가보면 지방이 6이고 중앙이 4다.

반드시 지방재정 개혁은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자주재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전제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방세인 취득세는 세율을 지방세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지역의 경제력 등이 고려된 세율조정권이 일부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 인터뷰 때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국고에서 충당되어야 한다."

- 누리과정 재원부담 문제 말인가.(인터뷰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는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이 했는데, 돈은 왜 교육청이 내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기자 주)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이다.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3년 지났는데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발표는 자기들이 해놓고 지방에다 떠넘기다니. 대통령 본인이 약속한 사안이면 대통령이 부담해야 한다."

"공공기여금 한 동네 쓰면 형평성 안 맞아, 갈등 해법 있을 것"

-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상황이 점입가경이다. 강남구는 최근 한전 부지관련 공공기여금 문제로 행정소송까지 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공기여금은 서울시의 세입인데 그 돈을 한 동네에만 쓰라면 곤란하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 그러면 강남구는 계속 커져 나갈 수밖에 없고, 강북은 슬럼화된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강남은 과거 국민 혈세를 들여 만들지 않았나. 아무튼 두 단체가 대립하는 현 상황은 서울시민이나 강남구민에게 모두 좋을 게 없다. 협의를 통해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 갈등이 점점 커져만 가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박원순 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만나서 풀어야 할 텐데, 시의회가 중재에 나설 용의는 없나.
"한쪽이 모든 것을 다 갖는 것은 좀 그렇고, 모양새 있는 방법을 잘 찾으면 해법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강남구에) 어느 정도 필요한 사업을 하나 해준다든지 하면 될 것 같다."

- 최근 조정교부금 추경예산 발표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이 있었다. 서울시와 박 시장의 대 의회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필요성이 제기됐던 자치구 조정교부금 확대에 박원순 시장이 화답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25개 구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의 21%인 교부율을 22.8%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은 절차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었다. 박 시장이 시의회의 권한과 지방자치제도의 절차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지역구가 광진을이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건립 중이다. 50세 이후 중년세대들이 새로운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일자리를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현재 학교 부지를 매입하는 작업 중이고 내년 중 윤곽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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