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임금피크제 도입 이대로 좋은가?
임금피크제, 사회갈등유발 우려에도 실효성은 물음표
▲ 박근혜 대통령 담화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담화를 통해 청년실업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전면도입을 예고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담화를 통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금년 중으로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은 크게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임금피크제는 2005년 12월 30일 고용보험법시행령에 의한 보전수당지급을 계기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왔다. 임금피크제는 노사합의를 전제로 도입되어 기업의 임금부담을 완화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경실련은 지금까지 진행상황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실업률 해소 가능성은 불투명한 반면 사회적 갈등은 증폭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진단을 내렸다.
경실련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문제점으로 첫째, 법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시 근로자 의견 청취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화시킬 수 있음에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라는 상위법을 무시하고,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로써 도입을 추진하여 법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법을 위반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임금피크제는 연공형 임금체계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적인 임금체계로서, 청년고용보다 고령자 고용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는 제도이다. 그런데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고용의 핵심 해결책인양 홍보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더라도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증가되어 신규일자리 발생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민간기업의 채용은 기업의 인력수급계획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을 신규채용에 투자할 것이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55~64세 중 정년퇴직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비율이 8%라는 통계청 조사결과(2015. 05)에서 드러나듯 정년을 채우는 일은 먼 남의 일이란 것이 국민대다수의 경험적 사실이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단축되는 체감효과 때문에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방적인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계속된다면 정년연장의 취지는 무력화되고 고용의 질만 하락할 위험이 높다.
정년보장형 :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보장해주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정년연장형 :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또한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 입금피크제 대상을 전 직원으로 설정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유로 정년을 60세를 초과하여 연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여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의 동의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공기관과 민간에까지 강행한다면 노사정 그리고 계층 간 갈등의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청년실업문제의 핵심해결책인 양 제시하는 것은 청년실업의 원인을 기성세대에게 돌려 세대갈등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청년고용확대라는 명분에도 위와 같은 문제점들로 인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실련은 정부가 지금처럼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할 시 청년실업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용문제 및 노인문제, 세대갈등격화 등 각종 사회문제의 발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여 아래와 같이 대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일자리 문제의 경우,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가운데 공령층 일자리와 청년층 일자리를 각각 늘릴 것을 주문했다. 실례로 90년대 중반 OECD는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조기퇴직을 활성화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사회적 부담이 가중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청년 실업률마저 높게 나타나자 고령층 고용과 청년층 고용을 각각 늘리는 정책방향을 취하도록 방향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를 참고하여 우리나라도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층 일자리를 각각 늘려야 하며, 정년연장의 취지를 훼손하는 등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고령자 고용안정화를 위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확산 및 연금수급시점까지 정년을 연기하는 방안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한 일방적인 정책도입을 중단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목적의 확인, 노사 간 공감대 형성, 적합업종 개발, 개별 기업의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치도록 원칙을 세워야 하며, 최종 도입여부는 개별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금피크제는 대안적인 임금체계로서 청년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제문제에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노동개혁 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고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재벌문제, 경제양극화,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등 각종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구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해결책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고용문제도 결국 큰 틀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원점에서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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