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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할머니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광주시 학생·시민들의 만남

등록|2015.08.23 21:08 수정|2015.08.23 23:44

▲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옥선 할머니 ⓒ 박정훈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왔어. 경찰인지는 몰라. 일본인 하나. 한국인 하나. (나를) 팔 잡고 강제로 끌고 갔어. 이제서 제 발로 갔다고 해. 그 놈들 한 짓 보면 우리가 살아남은 것도 천명이야."


해방 후 중국에서 60여 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야 했던 이옥선 할머니. 휠체어에 의지해 미국, 독일, 일본 등 5만km의 '증언 대장정'을 다닌 할머니. 할머니는 이 날도 지팡이와 의자에 의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저기 칼에 찔린 상처. 그 흉터들을 보여주며 "자신들은 위안부가 아니라 사람 잡는 곳에 끌려갔다 온 것"이라고 분개했다.

현재 할머니들은 다들 고령인 상태이고 연세가 팔순 이하 인 분들이 없다고 우려 섞인 상황을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죽기를 바라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학생들에게 역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자신의 이야기들 들려주는 박옥순 할머니 ⓒ 박정훈


"어이. 어이. 조또마떼! 조또마떼!"

또 다른 피해자 박옥순 할머니.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뒤에서 일본인이 "기다려라" 부르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일본인에게 끌려가게 된 그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부들부들 떨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흔들리는 숨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이날 이렇게 할머니들은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잠시 숨을 멈추거나, 간간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아픈 기억을 토해내는 시간이었지만 할머니들은 고마워했다. 바쁜 학생들이 시간 내서 와주고, 위로해줘서 너무도 감사하다며 할머니의 따뜻해진 마음을 여러 차례 전해주었다.

광주시민과 학생 200여명이 함께한 행사 '나눔의 집 할머니 댁에 놀러가요'

▲ 이날 행사에 참석한 200여명의 경기 광주시민과 학생들. ⓒ 박정훈


지난 22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나눔의 집 할머니 댁에 놀러가요' 행사의 한 모습이다. 이 행사는 광주시민과 학생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들의 사회로 진행됐다. 경기광주교육포럼이 준비한 이날 행사는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의 나눔의 집 소개와 역사특강을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는 순으로 진행됐다.

▲ 꽃 나비로 다시 태어나다 공연모습 ⓒ 박정훈


▲ 꽃 나비로 다시 태어나다 엔딩 공연 모습 ⓒ 박정훈


▲ 아름다운 세상 합창 공연 ⓒ 박정훈


뒤이은 2부 행사에서는 참여자들의 '흠뻑 선물 증정식'과 위안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 <꽃, 나비로 다시 태어나다>가 선보였다. 마지막 순서로는 '아름다운 세상' 합창공연이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광주시 학생들의 참여로 할머니들의 위로공연을 빛내주었다.

광복 70년이 지난 후에도 아물지 않은 상처

▲ 이날 행사를 준비한 단체 광주교육포럼의 김학덕 상임대표 ⓒ 박정훈


"상처는 기억하게 된다. 그 상처가 역사 속에서 아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경기광주교육포럼 김학덕 상임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눔의 집 할머니 댁에 놀러가요' 행사가 할머니들께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드리고자 기획됐다며 광주시민들이 나눔의 집을 자주 찾아오고 기억해야 할 역사교육의 장으로 여기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 나눔의 집안에 위치한 위안부피해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 ⓒ 박정훈


현재 대한민국은 광복 70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의 진정한 광복을 맞지 못한 채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계신 할머니들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현재 47분이 생존해 계신다. 이 중 10분이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가슴에 진정한 광복은 언제쯤 올까.

▲ 광복 70주년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흉상 ⓒ 박정훈


덧붙이는 글 경기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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