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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가 직접 정리한 사회학 개념해설서

[김성호의 독서만세 68]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등록|2015.08.25 14:46 수정|2020.12.25 16:02

▲ <사회학의 핵심개념들> 표지 ⓒ 동녘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용어를 접하고 정확한 뜻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펼친 적도 있을 테고 말이다.

일반인도 이럴진대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핵심적인 개념을 바로 아는 것부터가 학문의 시작이 아니던가.

핵심개념을 바로 아는 게 중요한 건 사회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독 폭넓은 분야를 포괄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면모를 설명해야 하는 게 사회학의 역할이기에 모호하고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단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핵심적인 개념의 중요성이 각별히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녘이 지난 2월 내놓은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은 지난 150여 년 간 사회학에 큰 영향을 준 70가지의 핵심적인 개념을 가려 뽑아 정리한 책이다.

단순히 개념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기본적 정의, 개념의 기원, 의미와 해석, 비판적 쟁점, 현대적 의의까지 다섯 단계에 걸쳐 깊이 있게 서술한 점이 특징이다. 사회학의 손꼽히는 명저 <현대사회학>을 집필한 앤서니 기든스와 그의 동료 필립 W. 서튼이 함께 저술했다.

각 개념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책은 '구조/행위(structure/agency)'라는 개념을 다루며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구조)과 개인의 행위(act) 및 사회형성의 자유(행위) 간의 상대적 균형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회학의 시도가 뿌리를 두고 있는 개념적 이분법.'이라는 기본적 정의부터 먼저 풀어놓는다. 이후 오귀스트 콩트와 허버트 스펜서, 에밀 뒤르켐 등을 아우르며 개념의 사회학적 기원을 추적한다. 개념의 기원부터 활용까지를 추적한 이후에는 직접 개념의 의미와 해석에 나선다. 그리고 나서는 비판적 쟁점과 현대적 의의가 서술되는데 다섯 단계에 걸친 다층적인 접근이 개념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식이다.

10개의 주제, 70개의 개념으로 사회학 흐름 잡는 데는 상당한 도움

책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개념을 조망하는 접근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안내서 삼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기원부터 현대적 의의까지를 아우르며 개념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을 두루 서술하고 있는데 <현대사회학>과 짝을 이루는 개념 요약서의 성격도 갖고 있어 사회학도뿐 아니라 사회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책이 다룬 개념은 근대성, 담론, 사회, 과학, 실재론, 이념형, 산업화, 소외, 관료제, 교육, 상호교차성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자주 접했을 법한 익숙한 단어들이다. 하나같이 현대 사회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손꼽히는 것인 만큼 각 개념의 기원과 현재의 용법 등을 이해하는 건 사회학에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도와줄 것이다. 10개의 주제, 70개의 개념만으로 현대 사회학의 전부를 파악하는 건 무리겠으나 최소한의 흐름을 잡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일각에선 해설서나 입문서 등이 아닌 원서를 읽어야 저자의 진의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설서와 입문서란 어디까지나 원서를 요약·해설한 내용이기에 전달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왜곡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사회학을 접하는 사람들이 깊이 있는 논의로 바로 들어가는 원서를 읽게 될 경우 어려움이 따르기 쉽기에 단어의 개념을 바로잡고 충분한 해설을 접한 뒤 원서를 읽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경우를 위해 쓰여졌다.
덧붙이는 글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앤서니 기든스, 필립 W. 서튼 지음 / 김봉석 옮김 / 동녘 / 2015.02.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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