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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괴기영화 세트장? 4대강의 또다른 비극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④] MB가 아닌 태풍 고니와 싸우다

등록|2015.08.25 16:26 수정|2015.08.28 13:03
독자들의 성원으로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달성됐지만 모금은 계속합니다. 31일까지 모인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낙동강을 지키는 정수근 기자에게 카약을 선물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투명 카약 2대'로 진화했습니다. 두 기자는 8월 24일부터 2박3일 동안 낙동강을 취재합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심상치 않았다.

밤새 비가 내렸다. 바람도 불었다. 하지만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 둘째 날,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은 투명카약 두 대를 자동차 위에 이고 1시간 동안 도로를 달렸다. 차가 멈춰 설 때마다 차 지붕 위 카약에 고인 빗물이 바깥으로 툭 튀어나와서 앞 유리창을 때렸다. 이 때문에 태풍 고니 북상, MB에게 보여줄 멋진 무인기 컷을 포기했다.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 '낙동에 살어리랏다'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이 25일 오전 4대강사업 후 지천에서 흘러드는 모래로 강바닥이 높아진 현장을 탐사하기 위해 투명보트를 들고 구미보 하류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이 4대강사업 후 지천에서 흘러드는 모래로 강바닥이 높아진 감천합수부 현장을 탐사하기 위해 구미보 하류에서 투명보트 탐사를 시도하고 있다. 보트를 타고 접근을 시도했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불면서 위험해져 현장탐사는 연기되었다. ⓒ 권우성


"수문 개방할 겁니다."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 취재 둘째 날, 첫 탐사취재 포인트에서도 태풍 고니가 막아섰다. 구미보에 근무하는 수자원 공사 직원 2명이 나와 구미보 코 밑에 띄운 투명 카약을 철수시켜달란다.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거기까지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이 투명 카약을 들고 1km나 이동해서 띄웠는데... 질척질척하고 미끌미끌한 흙바닥에 빠지며, 풀숲을 헤쳤는데. 게다가 비까지 오는데. 

MB 삽질 도로아미타불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감천 합수부 앞에서 막혔다. 22조 원을 들여서 4대강 바닥을 6m로 파내려갔지만, 다시 퇴적토가 쌓인 그곳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야만 했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가 그치면 우린 내일 다시 온다!

▲ 낙동강 4대강 공사 이후 강정고령보 담수 후 물이 차올라 버드나무들이 집단으로 수장되었다. ⓒ 이희훈


▲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 물이 차올라 버드나무들이 집단으로 수장되었다. ⓒ 이희훈


▲ 물속에 서 죽은 버드나무를 살펴보기 위해 투명카약을 타고 노를 젓는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 ⓒ 이희훈


▲ 투명카약을 타고 버드나무 집단 수장 현장을 탐사중인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 ⓒ 이희훈


'4대강 투캅스'는 다시 투명카약을 이고 1km를 빠져나와서 차에 싣고 다음 취재 포인트로 향했다. 또 1시간여 동안 달렸을까? 경북 왜관 하빈 양수장 앞에 섰더니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흐름이 멈춘 강, 낙동강에는 심한 파랑이 일었다. 비는 계속 쏟아졌다. 그 위에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이 투명 카약을 띄웠다. 카약 속에서 빗물과 강물이 섞였다. 그 카약을 타고 물속에서 나무가 집단으로 수장된 곳으로 노를 저었다.

물속에서 목만 내놓은 채 죽은 나무들. 수중 카메라를 집어넣으니 거대한 뿌리처럼 죽은 나무들이 엉켜 있다. 흡사 괴기영화 세트장 같았다. MB는 국민 혈세 22조 원만 수장시킨 게 아니라 다양한 수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물을 정화했던 버드나무도 수장시켰다. 4대강에 세운 보로 인해 강물만 녹색으로 질식해 죽은 게 아니었다.

낙동 수근은 "강 가장자리에 있던 버드나무 군락지의 버드나무들이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에 물에 잠겨서 수장당했다"면서 "나무들도 뿌리호흡을 하는데, 인체로 치면 허리 이상 잠겨서 질식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은 속옷까지 젖었다. 비오는 낙동강에 손을 집어 넣으니 그래도 따뜻했다. 오후에도 계속 투명카약을 탄다.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후원하기
☞[낙동에 살어리랏다①] "우리에겐 투명카약 2척이 있습니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②] '녹색성장' 약속한 MB, 낙동강은 온통 '녹조라떼'
☞[낙동에 살어리랏다③] 그물걷자 시궁창 냄새... MB 위한 특별 국밥 레시피
☞[낙동에 살어리랏다④] 여긴 괴기영화 세트장? 4대강의 또다른 비극
☞[낙동에 살어리랏다⑤] 4대강 홍수방지? MB탓에 침수 피해
☞[낙동에 살어리랏다⑥] MB가 파냈던 모래, 강 스스로 회복했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⑦] MB 삽질하기 전, 모래섬은 눈부셨다
☞[낙동에 살어리랏다⑧] 비상사태도 선포했는데, 낙동강은 왜 잠잠하나

<4대강 1차 기획보도>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캠페인 보도 바로가기
☞ <금강에 살어리랏다> 탐사 기획보도 바로가기
☞ <김종술, 금강에 산다> 10만인리포트 연재 기사 바로가기
☞ 김종술 기자 : 금강에 가보셨나요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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