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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정 보이스피싱단, 징역 1년 선고 받아

[해외리포트] 캄보디아 재판부 1심 선고... 11월께 풀려나 강제추방될 듯

등록|2015.08.27 14:01 수정|2015.08.27 16:44

캄보디아 프놈펜 지방법원의 모습캄보디아 원정 보이스피싱사건으로 구속수감 지난 26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판결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 박정연


캄보디아로 원정을 가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을 저질러 감옥에서 구속수감생활을 해 온 한국인 10명이 지난 26일(현지시각) 결국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오후 3시께 수도 프놈펜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체 위락 담당 판사는 이들 모두에게 각각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초 현지 경찰의 급습으로 프놈펜 시내 가정집에서 긴급 체포된 10명의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이후 캄보디아 프놈펜 교도소에서 9개월 넘게 수감생활을 해왔다. 자칫 국내에선 묻혀 버릴 수도 있었던 흔한 해외원정 범죄사건이었지만, 이후 사건 발생 한 달여가 지난 12월 말 KBS <뉴스9>가 이 사건 관련 '외교공관이 한국인들의 수감을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방송 이후 관할 주재외교공관이 당시 큰 곤혹을 치르는가 하면, 일반 시청자들은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자국민 보호가 먼저냐?' '현지법 존중이 먼저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오마이뉴스도 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등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관련기사 : 캄보디아 체포 한국인들 "가족에게 알리지 마" 요청했다). 이후 KBS <추적 60분>이 사건 발생 두 달여 후 현지 방문취재를 통해 이들의 범죄사실과 경위, 이들의 수감생활 등을 방영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에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받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와 같이 20, 30대 남녀 각각 5명씩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리더격인 일부 남성들을 뺀 나머지 피의자들 대부분이 대학생 등 평범한 20대 젊은이들이란 사실이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중 상당수는 해외여행을 가거나 취업 및 아르바이트를 하러간다고 부모들을 안심시킨 뒤 캄보디아로 와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일부 피의자들은 최근 이뤄진 법정심리에서도 자신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협의를 강력 부인했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

▲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에 연루된 한국인 10명이 수개월간 함께 생활했던 프놈펜 시내 뚤꼭지역 주택의 모습.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도 폐쇄된 상태로 남아 있다. ⓒ 박정연


여성 피의자 김주희(가명)씨 역시 수개월 전 교도소 면회 당시 "체포될 때까지도 신용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출서비스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만 믿었다"면서 "이런 게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캄보디아에 올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들 사기단이 한국 내 거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고 현지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증거물로 수백여 명의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과 전화기 20여 대, 노트북 등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그러나 이들을 캄보디아로 꾀어 보이스피싱 사기 유혹에 빠지도록 만든 주모자에 해당되는 나머지 한국인 일당 2명은 현지에서 체포되지 않고 곧바로 국내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순 보이스피싱 사기로 여겨졌던 이 사건은 현지 언론매체 <프놈펜 포스트>의 최근 보도로 캄보디아 현지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20일 발행된 이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들에게 단순 보이스피싱 사기 외에도 캄보디아 정보통신부 사이트를 해킹, 비밀자료를 훔치고 저장된 통화내용 등을 해킹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지난 19일 열린 최종 심리에서 내무부 산하 반테러지원경찰국 채춘 대령이 "이들이 우편통신부의 비밀 데이터 속에 저장된 자료들과 저장된 통화내역을 해킹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피의자들은 이날 법정 최종진술을 통해 "정부기관 사이트 접속을 시도한 바 있지만, 이것이 위법인 줄 전혀 몰랐으며 통신자료 등을 훔친 적이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었다.

한편 단순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여겨졌던 범죄가 캄보디아에선 흔하지 않은 정부기관 해킹사건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파장이 일자, 지난 26일 1심 판결이 예정된 법정에는 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려왔다. 법정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산하 국가부패방지위원회(ACU)가 재판부의 사전 승낙 하에 이례적으로 녹화용 카메라를 법정에 설치, 전 재판과정을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사실 1심 판결을 앞두고 해킹을 통한 국가기관 정보유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형량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징역 1년형이라는 이번 판결 내용만 본다면, 해킹 범죄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판부도 이 부분만큼은 무죄라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집단 범죄 예비 혐의'만 유죄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경찰 등 관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증거불충분 사유 때문이라기보다는 해킹을 비롯한 IT정보통신 관련 범죄에 대해 캄보디아 현행법상 체벌조항이나 관련규정이 아직 미비하거나 준비가 덜 된 탓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끝난 후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의해 다시 압송되기 직전 피의자중 한 명에게 항소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다. 그는 "항소해봤자 시간만 더 갈뿐이다. 그냥 포기하겠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일부 젊은 여성 재소자들은 판결 소식을 들은 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머지 피의자들은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집행유예 정도로 끝날 것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 한국인 재소자들이 수감중인 교도소를 관리하고 있는 프놈펜 광역경찰서 전경. 이들은 3개월여간의 남은 수감 생활을 마치면, 강제출국 형식을 빌어로 추방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 박정연


그동안 사건 발생 시점부터 이들의 수감생활과 재판과정 등을 예의주시하며 관리해 온 대사관 담당 김형원 경찰영사는 "집행유예 정도로 끝날 것이라 내심 기대했었다"며 재판결과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재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감된 기간을 포함한 결정이기에, 10명의 피의자들은 구속기간 1년째가 되는 오는 11월 14일 전후에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이들 대부분이 체류할 수 있는 비자기간이 이미 만료된 것이 확실하기에 일정시간 유예기간을 가진 뒤 곧바로 강제 추방형식을 빌려 캄보디아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캄보디아 내무부 산하 IT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경찰은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사기단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 구성된 각종 인터넷 도박단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이스피싱이란 신종사기가 무엇인지 (현지 수사당국도) 잘 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와 비슷한 사건을 일으켜 최근 중국인들도 구속시킨 적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 접속이 갑자기 늘어 과부하가 걸리거나 마땅한 직업이 없는 외국인들이 관광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집단 거주 생활을 하는 곳이 주로 경찰당국의 수사 표적이 된다"면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인터넷 및 통신서비스를 이용한 범죄와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수도 프놈펜과 유명 해양도시 시하누크빌 등 4, 5곳에서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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