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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유해성, 내 몸이 증인이다

[류외향의 자연주의 음식과 삶의 이야기4]

등록|2015.09.17 16:01 수정|2015.11.13 14:36
나와 내 남편은 아이를 가짐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섬을 떠나고 싶어 하루에도 열두 번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는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다. 임대 기간만큼은 잘 참아보리라 결심했다. 임신을 하면서 육지를 오가던 일도 버거워져서 프리랜서 기자 일도 그만두었고, 행여라도 아이에게 비상사태가 발생할까 봐, 그랬다가는 발이 묶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그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못 찾으면 큰일이니까, 나는 그 동안의 갈등과 고민을 다 접고 태교에 최선을 하기로 했다.

언젠가 마을의 노인네가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119 헬기가 늦게 떠서 그만 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도 한다. 아마도 그때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어서 그랬을 것인데, 변덕 심하기로 유명한 제주 본섬보다도 더 변덕이 심한 마라도 날씨와 평소에도 조류가 거센 마라도 바다는 자주 그렇게 위태로웠다.

마을 사람들의 하루 시작은 일기예보 보는 것이었고, 하루의 마감도 마찬가지였다. 풍랑주의 예보만 내려도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전날 막배를 타고 썰물 빠져나가듯 빠져나간다. 여차하면 주의보가 일주일씩, 열흘씩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섬에 남은 사람들은 타지에서 살러 들어온 우리 같은 사람들 몇몇뿐이다. 제주 본섬에 여분의 거처가 없는 사람들 말이다. 마라도에서는 그렇게 강제로 휴가를 보내야 한다.

한번은 본섬에 나갔다가 중간에 배가 끊겨 마라도에 못 들어갔는데, 그 길로 일주일 동안이나 집에 돌아가지 못해 제주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아무 조짐이 없었는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주의보가 발령될 때도 있었다.

안개주의보가 내려도 선착장에 접안이 불가능해 배가 뚝 끊긴다.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들마저 집 안으로 숨어들어 적막만이 감도는 섬에서 안개의 하얀 속살들이 길바닥을 훑으며 흘러 다니는 광경은 처음엔 생경스러움이었다가, 그 다음엔 두려움이었다가, 그 다음엔 신비로움이었다가, 마지막으로 완전한 매혹이 된다. 나는 그럴 때면 어떤 영적인 힘에 이끌리듯 집을 나와 하루 종일 해무에 점령당한 섬을 쏘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 안개에 점령당한 마라도 ⓒ 류외향


힘들었지만, 아이에게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

마라도가 나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마라도여서 감사한 것도 있었는데, 바로 아이에 관해서다. 달리 천혜의 섬이라고 부르겠는가. 하늘이 내린 자연, 깨끗한 바다와 대기. 아이에게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 그리고 마라도의 모든 생업이 오후 4시 30분에 끝난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 막배가 그 시간에 떠나고 나면 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즈넉해지고, 낮 동안 돈과 사람들에 휩싸여 들떠 있던 섬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오후가 온다.

가게 마무리를 한 뒤, 남편은 오토바이 타고 낚시를 떠나고, 나는 30여 분 꿀잠에 빠졌다가 산책을 나갔다. 우리 집 개들에게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라도 하얀 개들이 언제 나타날까 늘 경계를 해야 했지만, 좀 익숙해지니 그들이 자주 다니는 길과 시간대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해져 처음보다는 수월해졌다.

태교의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나는 그 중에서 산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산모가 걸으면 양수가 출렁이고, 출렁이는 양수는 아이의 피부세포 하나하나를 마사지한다. 태아 때의 피부세포는 제2의 뇌세포라고 한다. 자극이 많을수록 태아의 뇌도 발달하고, 장기를 비롯한 온몸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건강해진다. 그리고 산책은 산모의 몸도 건강하게 만들고, 출산할 때 그만큼 덜 힘들어진다. 김순선 원장님은 언제나 많이 움직이라고 당부했다.

나는 매달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면서 가끔은 친정 엄마를 만난 듯 짜장면 파는 일이 힘들다고, 남편이 너무 부려먹는다고 하소연하곤 했는데, 웬걸, 원장님은 내 편이 아니었다. 되려 남편한테 일을 더 시키라고, 애 나오기 직전까지 일을 시키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산모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게 자연주의 출산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리 나와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나는 그 대목에서 무척 섭섭했고, 남편은 환호작약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라는 존재, 아내라는 존재, 거기다 산모라는 존재에 대해 챙기고 아끼고 보살피는 일에 손톱만큼도 소질이 없는 남편은 천군만마를 만난 듯 기뻐했다. 배 부른 아내 부려먹는 일이 '합법적'이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하여 나는 자연스럽게 쉼 없이 양수를 출렁이며 몸을 움직이는 훌륭한 산모가 되었다. 원장님 하명대로 출산 예정일을 3일 앞두고 마라도를 나오기 직전까지 오름처럼 부푼 배를 내민 채 면을 뽑고 삶고 건지고 그릇에 담는 일련의 과정들을 해내었다.

물론 나는 우리 엄마에게 아주 건강한 몸을 물려받아 체력이 보통이 아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왕년에 무슨 운동(스포츠)이라도 했냐고 물을 정도로 근육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삭이어도 막노동을 방불케 하는 가게 일을 해낼 수 있었고, 그 이후로도 가게를 세 번이나 옮겨서 뜯어 고치는 진짜 막노동도 한 번 앓아누운 적 없이 다 해내었다. 결국 내 일복은 타고 났다는 얘기다.

능력도 되고 체력도 되고, '멀티 플레이'도 되는 몸이다 보니, 게으름대마왕 남편과 지지고 볶고 해도 결국 모든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랑처럼 들리지만, 이건 결코 자랑이 아니다. 몸이 받쳐준다고 워커홀릭이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일이 좋아서 한 게 아니라, 게으름대마왕 남편 때문에 밀린 일이 내 몫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일복이 넘치게 되었다는 하소연이다.

짜장면에서 MSG 뺄 생각? 아무나 못 한다

아이로 하여금 발을 내딛기 시작한 또 다른 세계의 중심에는 짜장면이 있었다.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없는 첫 번째 블랙리스트 목록은 MSG, 즉 L-글루탐산나트륨이었고, 그것이 내 아이뿐만 아니라 손님이라는 불특정다수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또한 그것이 진짜 요리사의 자세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단순명확한 개념이지만, 짜장면에서 MSG를 뺄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나 못 한다.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애초에 그런 발상조차 하기 힘들다. 몇 년씩 그렇게 배우고, 몇 십 년씩 그렇게 요리를 해오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철옹성이다. 남편에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요리 스승이 없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누군가에게 요리를 전수받았다면 MSG를 뺀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후에 하나씩하나씩 빼게 된 다른 모든 첨가물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MSG가 왜 나쁜가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아직도 그것이 나쁘냐, 안 나쁘냐는 논란이 팽배하고, 그 제품 하나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며 덩치를 키워온 한국의 해당 기업은 미국의 FDA(식품의약국)에서 일정량을 평생 먹어도 해가 없다고 했다며, MSG를 모유와 동급으로 선전하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일어난다. 내가 8년 동안 먹거리와 첨가물 공부를 하면서 결론을 내린, 쉽고 간단한 판단 방법은 '어떤 식품이나 물질이 논란이 있다면 그것은 그 식품이나 물질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라는 것이다.

시금치가 몸에 해롭냐, 그렇지 않냐는 논란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그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물질로, 특히나 인공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MSG가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아미노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즉, 화학적 정제 또는 추출이라는 인공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사탕수수에서 MSG만 골라서 먹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논란이 있다면, 일단은 멀리하고 볼 일이다.

모유나 멸치 속에 든 천연 MSG는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아미노산 등과 결합된 복합체이지만, 인공조미료인 MSG는 유리(遊離, free)된 형태이다. 복합체의 형태를 띤 MSG는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어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유리된 형태의 MSG는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가 뇌세포 또는 신경세포를 공격한다. 가장 취약한 것이 신경세포(뉴런)인데,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흥분시켜 파괴하기 때문에 신경과학자들은 MSG를 '흥분독소(Excitotoxin)'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화학자들이 전문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나와서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자생물학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즉, 모든 것을 분자 단위로 이해하면 모유나 멸치 속의 MSG나 유리된 MSG나 똑같은 것으로 보인다. 인체도 결국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 MSG를 먹으나, 저 MSG를 먹으나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분자보다 더 작은 단위인 전자, 양자, 중성자의 수준에서 다루는 양자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분자생물학은 자가당착적인 학문으로 빠지기 쉽다. 분자생물학에 따르면 GMO(유전자조작생물체) 역시 분자를 섭취하는 것일 뿐이니, 해 될 게 없다는 식이다. 이 얼마나 가당찮은가. 이쯤에 이르면 분자생물학은 하루 빨리 폐기해야 하는 분야로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툭하면 미국의 FDA를 들먹거리는데, 이것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FDA가 공신력이 있는 기관인가? 절대 아니다. 각 분야의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GMO조차 실험하지 않고 기업에서 내민 실험보고서만 보고 승인을 해주는 곳이다. 검증 작업도 안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회전문 인사 때문이다.

'회전문 인사'란 호텔 현관문으로 주로 사용되는 '롤링 도어(rolling door)'에 빗댄 것으로 인사이동이 정부와 기업 간에 돌고 도는 것을 뜻한다. 정부 관료로 있던 사람이 기업의 CEO나 이사로 이동하고, 기업의 임원으로 있다가 정부 고위 공직자로 이동하는 숱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아스파탐을 예로 들어보자. 아스파탐은 특허 만료 이전에는 몬산토의 자회사인 셜(Searle) 사가 대량 생산을 했었는데, 정신분열, 뇌암, 알츠하이머 등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로 판명이 나서 FDA에서 76년까지 승인을 거부했었다. 그러다 아버지 부시 정권 하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셜 사장으로 옮긴 77년에 전격적으로 승인이 되었다.

럼스펠드는 아들 부시 정권 때도 국방장관 자리를 꿰찬 이력이 있어 회전문 인사 중에서도 해외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FDA이고, 이런 엉터리 기관에서 면죄부를 준 MSG를 정말로 해가 없다고 믿고 안심하고 먹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만성대장염의 원인, MSG였다

▲ 드넓은 들판이 모두 산책길이 되는 마라도 ⓒ 류외향


물론 나는 과학자가 아니어서 위에서 설명한 것 이상으로 MSG의 유해성을 밝힐 능력은 없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산 증인이다. 우리는 몸으로 MSG가 나쁘다는 걸 충분히 느껴왔다. 나는 10대 때부터 툭하면 설사를 뿜어내는 만성대장염 환자였다. 우리 엄마한테 물려받은 최강 체력에 의하면 이렇게 아파서는 안 되는 몸이었다.

병원에서 해결해주는 것은 임시방편적인 약 몇 알뿐이었다.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 채 20년 이상을 설사에 시달렸고, 특히나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그 지랄 맞은 신호가 올 때쯤이면 정말 유체이탈하고 싶어진다. 식은땀 삐죽삐죽 흘리며 참다 참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죽을 똥 살 똥 화장실 찾아 뛰어야 하는 일은 비참 그 자체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 것 같던 고질병이 하루아침에 낳았다. 어느 순간, 내가 더 이상 설사를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MSG를 끊고 얼마 뒤부터였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다른 많은 화학첨가물에 대한 공부가 거의 안 된 상태이긴 했지만, 임산부였기에 MSG를 중심으로 이것 가리고, 저것 가리고 하다 보면 저절로 자연주의 식단에 도달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나는 내 만성대장염의 원인이 MSG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8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불가피하게 MSG를 먹게 되면 어김없이 증상이 나타나는데, 방귀, 설사, 두드러기 등 다양하다. 남편에게는 졸음이라는 증상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두드러기, 장염, 발열 등의 증상이 찾아온다.

만약 MSG가 기업의 말처럼 무해한 거라면 그것을 생전 처음 먹는 아기도, 매일 먹거나 어쩌다 먹는 어른도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MSG가 유해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제 그 거짓말에 불과한 MSG 옹호론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식품의 유해성 논란은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만 정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안다. 그 한쪽에 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람들의 기업 편들기에 소비자들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몸이 언제까지나 마루타가 될 수는 없지 않는가?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이것 가리고, 저것 가리면 먹을 게 있냐고. 있다. 많다. 우리 주변에는 '생협'이라고 부르는 생활협동조합이 여럿 있다.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곳도 두 군데나 있다. 개인이 수많은 화학첨가물을 가려내기 어렵다면 생협으로 가시라. 생협에서 만들어내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농약과 화학첨가물과 GMO를 배제시켜 준다.

또 사람들은 묻는다. 불편하지 않냐고. 처음엔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을 견디고, 식생활의 변화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마트에서 생협으로 옮아가는 일상이 정착된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 오염된 공장식 먹거리로부터의 해방이 찾아온다. 내 몸의 주인이 비로소 내가 되는 순간, 당신은 느끼고 싶지 않으신가?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제매거진 <이코노믹리뷰> 온라인판 9월 16일자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현재 '마라도에서온자장면집'은 마라도가 아니라 서귀포시 화순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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