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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승부수, '문재인 불가론' 저지할까

[이슈분석] 리더십 위기로 주류마저 거취 압박... 국면 전환 불가피

등록|2015.09.10 20:20 수정|2015.09.11 09:46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안과 관련,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당 대표직 물러나겠다"며 "당 대표직을 걸고 당의 혁신·단결·기강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혁신'과 '단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들며 내세운 명분이다. 혁신안 최종 통과를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탈당·분당설을 흘리는 일부 의원들에게 단결을 압박한 것이다.

진짜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당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문재인 불가론'이 비주류를 넘어 주류에서도 확산되자, 국면 전환의 계기가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다.

"당의 분열과 갈등을 끝내겠다. 당을 혁신하겠다.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

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 때 당원 앞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외친 3가지 약속이다. 그러나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와 마찰을 빚으며 첫 번째 약속인 '단결'은 안갯속에 휩싸였다.

결국 재보선이 참패로 끝나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한길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의원들은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문 대표와 가까운 주류 의원들마저 회의론을 품었다.

주류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재보선 당시 문 대표는 '룰(규칙)'을 이유로 전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반대편을 만나기만 했지 그들을 적극 끌어 안으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라며 "그때서부터 '과연 문재인으로 될까'하는 회의감이 크게 늘어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빼앗겨... 총선 참패 위기감↑

문 대표는 당의 일신을 위해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띄웠지만, 이후에도 당직 인선 등을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갈등이 계속됐다. 일부 의원들은 분당·신당설을 솔솔 피웠다. 당내에서는 '혁신위도 당의 분열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문 대표의 두 번째 약속인 혁신마저 좌초할 위기가 커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를 향한 불신이 커지면서 문 대표의 당내 신뢰도도 동시에 내려갔다"라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당 지지율이 20% 초반대에서 정체해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참패' 위기감이 감돌았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라던 문 대표의 지지율 역시 하락해 1위 자리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빼앗겼다. 세 번째 약속인 '총선 승리'의 가능성도 희미해지면서 문 대표에게 기대를 걸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주류 쪽에서는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라며 본격적으로 '문재인 불가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잠잠하던 안철수 의원도 "혁신은 실패했다"라며 사실상 문 대표에게 '퇴진 요구'라는 직격탄을 날렸고,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만나 당 분위기를 더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비주류의 한 주요 인사는 "호남향우회 소속인 당원들을 만나면 다짜고짜 '문재인 편이면 내년 선거에서 안 찍어준다'라고 협박한다"라며 "총선에서 중요한 조직력인 이들이 문 대표를 거부하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정타는 주류 쪽의 움직임이었다. 범주류의 수장 격인 정세균 의원은 지난 9일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을 내며 문 대표의 거취 정리를 요구했다. 우군인 줄 알았던 정 의원마저 '퇴진론'을 제기하면서 문 대표는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486그룹의 한 초선 의원도 "비주류 쪽의 주장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 할지라도, '총선 민심이 심각하다'라는 말은 맞다, 실제로 지역에 가면 피부로 느낀다"라며 "문 대표가 비주류를 확실하게 끌어 안든가 영광스럽게 물러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결국 '사면초가'에 빠진 문 대표는 지난 9일 혁신안이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에게 묻겠다"라는 특단의 결심을 내보였다. '문재인 불가론'의 원심력을 차단하고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기 위한 정면 돌파인 것이다.

비주류는 계속 '압박', 주류는 일단 '잠잠'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안과 관련,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한 문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이제 당내의 관심은 문 대표의 승부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에 쏠렸다. 우선 비주류 쪽은 그의 '재신임 카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취 압박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

문병호 의원은 "결국은 당 대표직 유지를 위해서 꼼수를 쓰는 것 아닌가"라며 "이미 문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난 상황이다, 혁신안은 통과시키되 문 대표 거취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원식 의원 등은 대표직 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류 쪽은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애초 정세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일정을 급히 취소했다. 주류와 가까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어쨌든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닌가"라며 "선제적으로 결단내린 것은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와 국민여론조사·당원투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혁신안의 향방은 오는 16일 중앙위원회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의 앞날도 동시에 정해지는 것이다.

1차 관문인 중앙위와 별개로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그는 9~10월 중에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재신임을 따로 묻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때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를 결정한 방식을 예로 들었다. 당시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 조사를 5:5 비율로 진행했다.

만약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는다면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불신임을 받는다면 당 지도 체제의 붕괴는 물론 문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당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의원 등의 경쟁 주자가 틈새를 노리고 있다.

486 그룹의 한 주요 인사는 "아직 문 대표의 가능성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라며 "마지막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격랑 속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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