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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이야기

의리를 모르면

등록|2015.09.11 15:50 수정|2015.09.11 15:50
"어부바 부리 부비바 내 사랑 나의 어부바~ 어부바 부리 부비바 사랑해요 어부바~ 미운 다섯 살 애기 같아요~ 정말로 장난 아니죠 나만 보면 뭐가 좋은지 떨어져선 살 수 없대요~
안아 달라고 업어 달라고 툭하면 떼쓰곤 해요~

철은 없어도 착한 내 사랑 내게 와요 내 사랑~ 가끔씩 애교스런 닭살 멘트로 웃게 하는 센스도 있고~ 소풍가는 애처럼 도시락 들고 점심도 함께 하재요~ 어부바 부리 부비바 내 사랑~ 나의 어부바 어부바 부리 부비바 사랑해요 어부바~"

▲ 부부 ⓒ 홍경석


가수 장윤정의 <어부바>라는 노래다. '행사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그녀가 전국 공연이 너무 바빠 헬리콥터까지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어부바'는 어린 아이의 말로, 업거나 업히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어린 아이에게 등에 업히라는 뜻으로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처 이모님의 칠순 잔치가 있었다. 하여 식당에 갔더니 공교롭게도 2층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내를 업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건 주현미 대전 콘서트가 있었던 지난 1월의 경우와도 같았다.

당시 공연은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있었는데 그곳 역시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아무튼 아내를 업고 올라가니 다들 걱정 반 칭찬 반이었다.

"마누라가 얼마나 예뻤으면 그렇게 업고 다니는 겨?"
"아녀유, 작년에 허리수술을 받은 때문에 계단은 절벽이거든유."
"쯧쯧~ 저런..."
"그나저나 남편이 아내를 업고 다닌다는 건 보기에도 좋음세."
"과찬이십니다."

다음 달이면 결혼 34주년을 맞는다. 작수성례로 예식을 치른 뒤 부부가 된 뒤에도 우린 줄곧 가난의 거미줄을 헤쳐왔다.

박봉의 위태로운 나를 도와 아이들을 가르친 아내는 그 사이 병까지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두문불출 집만 지키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야근 중인 현재 시간은 새벽 5시 반. 이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퇴근이다.

야근을 마친 오늘과 내일까지 쉰다. 그래서 어제 야근을 들어오기 전엔 아내에게 넌지시 의중을 떠봤다.

"우리 내일은 속리산에 갈까?"
"왜?"

거긴 우리가 34년 전 결혼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으로 간 곳이라 여전히 반갑고 살갑다.

"당신도 거길 가면 좋아하니까 모처럼 가서 법주사에서 불공을 올리고 산채비빔밥도 먹고 오면 좋을 듯 싶어서."

아내는 함구했다. 그러나 그 함구는 암묵적 동의임을 내 어찌 간파할 줄 모르랴! 어머니 없이 자란 탓에 <어부바>는 평생토록 기억에 없다. 하지만 경제적 짜발량이에 다름 아니었던 무능한 나로 말미암아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아내는 나의 어부바 대상이 되었다. 단 한 번뿐인 귀중한 내 인생이 그러나 풍진세상으로부터 싸구려 기성복처럼 후려치기를 당할 때도 아내는 여전히 나의 든든한 우군이 돼주었다.

사람이 의리를 모르면 짐승보다 못하다. 부부는 부부애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는 의리가 함께 핏줄처럼 흘러야 한다. 속리산에 간다면 아내를 업을 일은 없으리라. 그렇긴 하되 혹여 법당이 됐든 식사 차 들른 식당이 됐든 아내를 업어야 한다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어부바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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