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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 돌풍, TV로만 예능 보는 시대 지났다

[예능작가의 세상읽기] '1박 2일'팀 다시 뭉친 <신서유기>와 넷플릭스 한국 진출

등록|2015.09.15 10:14 수정|2015.09.15 11:34
인터넷을 거쳐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휴대전화로 쇼핑하고, 영화를 보고,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방송가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TV로 방송을 본다'는 전제가 바뀌면서, 휴대전화, PC 등 다양한 방법의 방송 시청 패턴이 나타나게 되었다.

다양한 패턴이 생겨났지만, 그것 역시 TV로 방송하는 영상을 VOD나 파일로 다시보기를 하는 개념일 뿐 그 안의 콘텐츠까지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휴대전화와 PC를 통해 방송을 보지만, 그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을 만드는 공급자인 방송국과 제작사는 물론, TV와 라디오가 했던 중계 역할을 대신 할 시스템 역시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보는 <신서유기><하우스 오브 카드>

신서유기tvN에서 제작하고 인터넷 플랫폼으로 방송하는 <신서유기> ⓒ tvN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을 맡고,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방송국과 영화제작사가 만든 영상을 TV 혹은 극장에서 송출했던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영상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미국 내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의 성공을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드라마는 물론 <와호장룡>의 후속편 등 다양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자체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 콘텐츠는 일반 TV 방송을 VOD 형식의 클립으로 시청자에게 제공하거나, 팬 미팅 혹은 쇼 케이스를 생중계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tvN에서 제작한 <신서유기>가 인터넷에 등장하면서 강력한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많은 시청자의 유입을 가져왔다.

방송 전부터 <1박 2일> 원년 멤버인 나영석 PD와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신서유기>. 화제성만큼이나 우려도 컸지만 10분 안팎의 클립 형식으로 인터넷에 공개된 방송은 '웃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에 충실하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인터넷 플랫폼의 한계를 우려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20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형식과 제약이 있는 TV 방송과 비교하면 인터넷 방송의 장점은 조금 더 '날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신서유기>의 출연자들도 기존의 프로그램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고, 방송에서도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났다. 기존의 TV에서 보여줄 수 없는 일종의 금기들. 브랜드 노출, 정형화된 자막과 연출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냈다.

플랫폼의 변화가 주는 기회와 한계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방송하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한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채널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는 물론, 국내 자체 콘텐츠 증가와 해외 판권 유통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좀 더 많은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신서유기>와 같은 형식의 방송이 많이 제작될 것이고, 실제로 제작이 진행 중이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과 파격적인 제작 방식으로 성공사례를 만든 <신서유기>. 하지만 앞으로 제작될 수많은 콘텐츠가 과연 양질의 방송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작 환경이 갖는 자유로움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업체의 등장은 기존의 케이블·IPTV 업체 산업을 위축시키고, 자생적인 콘텐츠 제작업체의 기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엄청난 자본력과 유통 구조를 갖춘 콘텐츠들에 맞서,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차별적인 콘텐츠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방송 제작진들도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이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기존 시장을 닫는 위협이 될지 시청자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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