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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터뜨리는 '대박'

17일부터 '대나무고을' 담양에서 세계대나무박람회 열려

등록|2015.09.16 09:56 수정|2015.09.16 10:50

▲ 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 맑고 청신한 기운을 선사해 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서로 몸을 비비며 들려주는 연주음악도 감미롭다 ⓒ 이돈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고산 윤선도의 '산중신곡 오우가' 가운데 '죽(竹)'이다.

이 대나무는 예부터 선비들의 정신적 지표였다. 선비들은 언제나 푸르고 곧고 마음을 비운 대나무의 속성을 마음 닦기의 본보기로 삼았다. 대나무는 또 서민들이 쓰는 일상 생활용품의 재료였다. 젓가락부터 바구니, 베개, 바늘, 참빗, 발, 죽창, 지팡이, 효자손까지 대나무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아이들의 장난감 역할도 했다.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 때문일까? 대숲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언제나 정겨운 고향마을 같다. 어머니 품속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대밭에서 느낄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연초록의 대숲에서 가슴으로 호흡하다 보면 금세 마음속의 안개까지도 말끔히 걷힌다. 대의 끈질긴 생명력과 고고함도 어느새 몸에 밴다.

담양의 대표 명물 '대나무'

▲ 대나무 공예품을 싣고 길을 가는 소달구지 조형물. 오래 전 번성했던 담양의 대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담양 대나무박물관에 있다. ⓒ 이돈삼


▲ 대나무 숲과 어우러진 초가. 텔레비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 세트로 지어진 초가집이다. 대나무골테마공원에 있다. ⓒ 이돈삼


'담양'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대나무다. 대나무가 많아서다. 담양의 대나무는 삼국시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온대 남부에 속하는 담양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2℃, 강수량 1000㎜ 안팎으로 대나무가 자라기에 맞춤이다.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바람을 막아주고 영산강 상류가 가로지르고 있어 기후, 토질도 대나무의 성장에 적합하다. 덕분에, 담양의 대나무는 굵고 강인한 죽질과 탄력성의 강도를 지녀 죽세공예에 제격이었다.

죽물의 명산지가 된 것도 당연했다. 이처럼 대나무와 담양은 오랜 세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대나무 시장도 번성했다. 담양군은 지난 1979년 군민들이 대나무의 품성을 배우고 아끼며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아 대나무를 군목으로 정했다.

▲ 한국 대나무박물관 앞에 만들어져 있는 죽세공예 조형물. 한 가족의 생계를 이어주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담양군 담양읍에 있다. ⓒ 이돈삼


▲ 옛 죽물장수를 표현해 놓은 조형물들. 담양읍에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 마당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1981년엔 죽물박물관을 지었다. 1998년엔 박물관을 읍내 천변리로 옮기고 주변 4만5000㎡에 죽세공예단지도 조성했다. 이름도 '한국대나무박물관'으로 바꿨다. 박물관은 대나무박물관과 무형문화재 전수관, 죽종장, 판매점 그리고 공원시설로 이뤄져 있다. 3개 전시실에는 옛날 죽제품에서부터 현대제품, 외국제품에 이르기까지 2000여 점을 진열하고 있다.

2003년엔 17만㎡ 규모의 죽녹원도 조성, 여행객들의 대숲 향수를 자극했다. 여행객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대나무를 보면서 탄성을 질러댔다. 여행객들은 그윽한 묵향 같은, 맑은 대나무의 기운에 흠뻑 취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대나무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감미로운 연주음악도 여행객들을 매료시켰다.

'대밭'을 배경으로 한 '대박'

▲ 세계대나무박람회를 앞두고 새단장을 한 죽녹원 매표소. 대나무박람회는 이 죽녹원을 지붕 없는 전시관으로 삼아 열린다. ⓒ 이돈삼


▲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의 상징 조형물. 죽녹원과 전남도립대 사이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이 대밭을 배경으로 한 '대박'이 준비되고 있다.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45일 동안 담양에서 열릴 '2015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가 그것이다. 세계대나무박람회는 대나무를 소재로 '대나무 고을' 담양군과 전라남도, 산림청이 공동 주최한다. 미국 CNN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한 담양 죽녹원과 전남도립대학교 일원에서 펼쳐진다.

박람회의 주제는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다. 박람회장은 죽녹원을 중심으로 하는 주제체험 구역과 전남도립대학 운동장 일대의 주제전시 구역, 그리고 종합체육관과 도립대학 주차장 일원의 체험교육 구역으로 이뤄진다.

주제체험 구역에는 오감체험관과 담양대나무관, 미디어 아트관, 문화체험관이 들어선다. 오감체험관에서는 죽녹원에 숨어있는 오감 테라피 힐링을 체험한다. 담양대나무관은 치유의 정원 죽녹원의 가치와 테라피 로드를 소개한다. 미디어 아트관은 전통 회화와 미디어 아트를 결합시킨 대나무 작품을 보여준다. 문화체험관은 대나무를 이용한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는 공간이다.

주제전시 구역에는 생태문화관과 미래성장관, 기업관·국제관, 박람회 홍보관이 마련된다. 생태문화관은 대나무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소개한다. 미래성장관은 대나무의 산업적 가치를 통해 비전을 제시한다. 기업·국제관은 세계의 대나무 관련 기업과 단체의 교류마당이다.

체험교육 구역에는 주제영상관과 체험놀이관, 친환경 농업관이 배치된다. 주제영상관에선 대나무의 가치를 영상으로 전달한다. 체험놀이관은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대나무 체험 놀이마당이다.

세계대나무협회 총회(WBC)도 열린다. 14개국 62개 단체가 참여하는 총회에서는 100여 건의 대나무 관련 논문이 발표되고 15건의 포스터 세션이 진행된다. 40개국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대나무 산업화 공모전 수상작도 미니어처로 공개된다.

▲ 세계대나무박람회장 조감도. 죽녹원과 전남도립대학을 중심으로 행사장이 펼쳐진다. ⓒ 대나무박람회 조직위원회


▲ 대숲과 어우러진 부채.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게 해주는 대숲과 부채다. ⓒ 이돈삼


박람회장 안팎에서 펼쳐질 여흥과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달샤벳, 씨스타, B1A4 등이 출연하는 개막 축하공연과 주현미, 동물원 등이 나오는 콘서트가 마련된다. 대나무악기 공연, '모여라 딩동댕' 공개 방송, 전통 국악 공연, 줄타기 명인 쇼, 의장대 퍼레이드도 있다.

죽순소시지, 댓잎초콜릿, 죽순쿠키 등 대나무음식 만들기와 대나무 필라멘트 전구 만들기, 대나무 활과 연 만들기, 죽초액 족욕 등 체험 프로그램도 푸짐하다.

한연덕 세계대나무박람회 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은 "담양의 대나무 면적이 2420㏊로 전국 대나무 재배면적의 34.3%를 차지하고 있는데, 담양군은 이 대나무를 통해 지역발전의 활로를 찾고 있다"면서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는 죽녹원을 지붕 없는 주제관으로 하는 친환경 박람회, 행사 규모보다 내부 콘텐츠로 승부하는 강한 박람회, 기존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한 경제적 박람회로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숲에서 편안한 쉼. 그윽한 묵향 같은, 맑고 청신한 대나무의 기운이 전해진다. 담양에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 대숲 풍경이다. ⓒ 이돈삼


▲ 담장의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벽화를 그려놓은 서원마을 골목. 죽녹원과 맞닿아 있다. 죽녹원 오른편, 전남도립대학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대나무박람회장 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지천이다. 담벼락의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벽화를 그린 서원마을이 죽녹원과 맞닿아 있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정평이 나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관방제림의 풍치도 멋스럽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 '담양 속의 유럽'을 연상케 하는 메타프로방스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 있다. 푸르른 담양의 대숲이 세계대나무박람회로 가을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 '담양 속 유럽'을 연상케 하는 메타프로방스 풍경.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클리공감>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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