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 요한복음 2, 16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이 지난 16일 인천교구 소속 사제 연수회가 열리는 답동주교좌성당 앞에서 '인천성모병원 노동인권 탄압 관련 천주교 인천교구 규탄대회'를 열었다.

가톨릭 인천교구는 2005년 부평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해 '인천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또 2014년 2월에는 인천 서구에 국제성모병원을 개원했고, 9월에는 관동대학교를 인수해 가톨릭관동대학교가 됐다.

조합원 260명 → 11명, 인천성모병원에 무슨 일이?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에 따르면, 인천교구가 '부평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해 인천성모병원으로 바꿔 운영한 10년 동안 노동조합 탄압이 벌어졌다고 한다. 인천교구가 병원을 인수할 당시에 260여 명이던 노동조합원들이 다 떠나고 겨우 11명만 남았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아래 국제성모병원)에서 허위 환자 유치 혐의가 드러나 병원장 등 17명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벌어졌다. 또 최근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대학노조에서 활동하던 직원 두 명을 강릉에서 인천 국제성모병원으로 인사발령을 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규탄대회 개회사를 통해 유지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뿐만 아니라 국제성모병원에도 불법적인 허위환자 유치가 있었고 또 작년 9월 가톨릭관동대학교를 인수한 뒤 생긴 대학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를 꺼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하는 인디언처럼,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승리할 때까지 싸운다며, "노조원이 11명 남았으니 '저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성모병원을 돈벌이 경영에서 벗어나게 하고, 인천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병원으로 돌려놓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1600여 명 직원들의 노동이 존중 받도록 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투쟁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규탄대회 연대 발언에 나선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본부장은 자신이 당한 인천성모병원의 과잉 진료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우리 국민과 노동자가 내는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새 나가고 있었다"며 "그래서 인천성모병원 불매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미 인천지역 민주노총 사업장 곳곳에 "성모병원 이용하지 맙시다"라고 쓴 펼침막이 걸렸다. 본부장은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민주노총 산하 모든 사업장에 인천성모병원에 대한 불매운동 펼침막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규탄대회 마지막 순서로 대회 참가자들은 노란색 풍선에 가톨릭 인천교구에 바라는 여러 구호를 적은 뒤 가톨릭회관 앞과 교구청 입구 난간에 매달았다. 풍선에는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인권탄압 침묵하는 인천교구 규탄한다", "생명은 돈보다 소중하다" 등등 구호를 나눠 적었다.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한편 이날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인천교구 사제 연수를 위해 교구청으로 들어가는 사제들에게 "신부님! 인천성모병원 문제를 제발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줬다.

모두 8장으로 된 유인물에는 <주간경향>의 '노조탄압, 돈벌이 경영 논란 휩싸인 인천성모병원'이라는 기사와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주필이 쓴 '인천교구, 이러다 파산한다' 본문 내용 등이 들어있다.

박민숙 부위원장(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에게 유인물에 대한 사제의 반응을 물어보니, "어떤 사제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 받아가기도 했고, 어떤 사제는 차 문을 내리고 성모병원 문제를 묻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큰 차를 탄 사제는 외면하고 성당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때, 인천교구 소속 사제들이 식사하는 가톨릭회관, 그 회관 앞 도로변 인도에는 규탄대회에 참가자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기 위한 자리를 폈다.

이날도 경찰은 교구청 입구를 막고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주교좌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