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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릴라를 자처하며

[디카詩로 여는 세상 61] <인문학 스꼴>

등록|2015.09.18 10:06 수정|2015.09.18 10:06

▲ 결성향교에서 ⓒ 이상옥


      밥만 먹는 짐생이 아니므로
       스톱 하고
       결성향교에서

       충전 중
              -이상옥의 디카시 <인문학 스꼴>

우리는 디카시를 화두로 문화게릴라를 꿈꾼다. 지난해 고성문화원 부설로 디카시연구소를 개소하고,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문화게릴라 프로젝트를 더욱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지금 디카시연구소는 작은 문화단체에 불과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디카시를 화두로 문화게릴라 운동을 전개하며 보다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되묻는 작업을 쉼 없이 해 나간다.

일제감정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생존 자체가 문제였다. 어떻게 먹고 사는냐, 가 가장 큰 화두가 되던 시절, 문화를 얘기하기는 힘든 국면이 없지 않았다. 60, 70년대는 먹고사는 문제라면 때로 인권, 환경, 문화 등을 잠시 유보하고서라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곤 했다. 지금 절대빈곤은 해결된 마당에서는 어떻게 먹고 사느냐보다 어떻게 인간답게, 문화를 향유하며 사느냐가 관건임은 물론이다.

고성 오토캠핑장에서 펼친 디카시가 있는 작은 마당

▲ 지난 8월 29일(토) 저녁 7시에 고성 오토캠핑장에서 열린 디카시가 있는 작은 마당 ⓒ 이상옥


얼마 전에는 디카시연구소 주최로 경남 고성 오토캠핑장에서 디카시가 있는 작은 마당 행사를 열었다. 주말 오토캠핑장에 오는 캠핑가족들을 위해서 디카시를 빔으로 비춰 보여주고 시인들이 디카시 낭송도 하고, 특강도 하는 조촐한 행사를 기획했던 것이다. 오토캠핑장에서는 첫 행사라 여러 가지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고성바닷가에서 통기타 연주도 듣고 디카시 낭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홍성 결성향교에서 디카시와 전통유산과의 만남 '결성향교의 밤'

지난달 8월 21, 22일 양일간에는 충남 홍성 결성향교에서 문화in이 추최하고 디카시연구소가 주관한 디카시와 전통유산과의 만남 '결성향교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왕노, 최서림, 최춘희, 최광임 시인 등 30여명의 전국 초대시인들이 빔으로 디카시를 스크린에 투사해 낭송회를 하고 배일동 명창을 초청해 공연도 하는 등 고전과 현대가 한 자리에서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삶인지를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결성향교에서 공연하는 배일동 명창 ⓒ 이상옥


현재 시인들은 결성향교, 한용운 생가, 정충사, 동헌 등 충남의 문화유적을 찾아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그 풍경을 언어로 재현한 디카시를 사화집으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늦어도 9월 말쯤 사화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행사 오프닝으로 인문학 스꼴로 그림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그날 특강에서 김홍도, 고흐 등 동서양 화가들의 치열한 예술정신을 통해 생의 의미를 다시금 환기하기도 했다. 

경남 고성 2015, 제8회 디카시페스티벌

오는 19일(토) 오후 5시에는 디카시연구소 주관으로 경남 고성 2015, 제8회 디카시페스티벌을 연다. 이 행사에서는 제1회 디카시작품상 시상(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몸빼바지 무늬')과 아울러 <디카詩> 2015년 하반기호(통권 16호)를 배포하고, 마블액자로 만든 디카시마니아 디카시전도 개최된다. 

▲ 오는 9월 19일 제8회 경남 고성 디카시페스티벌에서 배포되는 디카시 2015년 하반기호 통권 16호 표지 ⓒ 이상옥


특히 이날 배포되는 <디카詩> 2015년 하반기호(통권 16호)는 디카시가 단순한 시놀이를 넘어 한국문학의 한 새로운 장르로서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호에는 김용길 동아일보 기자의 <당신이 디카 시인이다>라는 권두사와 함께 제1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자 공광규 시인 특집, 이재무, 최영철, 신현림, 김이듬 시인 등의 신작 디카시, 그리고 이재복 교수의 <비트(bit)의 감각과 시의 형식> 같은 새로운 시론이 담겼다.

절대빈곤 문제만 해결되면 삶이 좀 편안하고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가난했던 지난 시절보다 지금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다. 도처에 입에도 담지 못할 불행한 사태가 연일 일어난다. 왜 이런 사태에 직면했는지, 우리는 문화게릴라 운동을 통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사유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기로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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