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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이 '척'하면 '척'하던 한국은행 총재의 진땀

[국감-기재위] 한은 "금리 인하로 경제 회복세" vs. 야당 "전문성, 독립성 포기"

등록|2015.09.17 14:28 수정|2015.09.17 14:28

이주열 한은 총재, 장병화 부총재와 대화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장병화 부총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장에서 혼쭐이 났다.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네 차례나 단행했지만, 경기회복세는 보이지 않고 가계부채만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은행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동조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부총리 취임 전과 후에 이 총재의 경제에 대한 인식, 철학, 대책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총재는 최 부총리가 취임 전엔 금리 인하가 반드시 소비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고 오히려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그러나 최 부총리가 취임 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태도를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한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작년 4월 제가 총재로 취임할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4%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그러나 하반기에 유가가 급속히 하락했고, 메르스 사태 등 경기상황에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에 따라 정책 방향도 변화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최 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라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라며 "한은이 기획재정부의 집행기관이냐는 비판 있을 정도인데, 한은 총재가 왜 부총리와 경제 인식을 같이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나라 경제가 어렵고, 앞으로 조화로운 정책 운용을 위해 각별히 하자는 수준(의 발언)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비공개 회동을 한 뒤 최 부총리가 "금리의 '금' 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한은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제전망 맞은 적 없어" vs. "예상치 못한 돌발요인 때문"

질의 듣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업무보고를 했다"고 말하자 이 총재는 "수출이 부족하지만, 내수는 회복세에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박 의원은 "한은이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는 근거로 6, 7월 수치를 제시했는데 이 기간은 원래 휴가, 추석으로 소비가 항상 상승세"라면서 "너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또 박 의원은 "최근 1~2년간 한국은행 경제전망이 맞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경제전망이 어긋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요인이 많이 있었다"며 "한국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네 차례 금리 인하가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느냐"면서 "한은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실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면 소비와 투자를 일으키게 되는데, 일차적으로 금융 경로까지는 작동을 했는데 실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효과가 다른 요인에 의해서 제약됐을 뿐이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당 "정부 사람 만나지 않는 게 독립성 지키는 것 아냐"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정부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독립성은 아부하지 말라는 거지 협조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은 "한국은행 총재쯤 되면 소신껏 결정하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최 부총리와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고 중립성이 의심되는 분위기가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해서 이 총재는 "인상이 연내에 이뤄질 것이며 인상 횟수는 1년에 네 차례 이하로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연준이 1년에 여덟 차례 회의를 하는데 과거 2000년대 중반에는 17번을 한 번도 안 그치고 올린 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연준이 개도국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언급했고 과거처럼 급속하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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