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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의사왕진, 서민은 방치... 같은 수감 다른 처우

전해철 의원 "교도소 수감 중 사망자↑"... 의료환경 개선은 '제자리'

등록|2015.09.18 16:05 수정|2015.09.18 16:05

▲ 교도소 내 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으로 재소자들이 치료 도중에 숨지거나 출소 후 중병이 확인돼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 wiki commons


[사례①] 출소 한 달 만에 위암 말기, 3개월 뒤 숨진 노씨

특수절도죄로 구속된 노아무개(51)씨. 그는 포항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그 후 한 달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3개월 뒤에 숨졌다. 노씨는 죽기 이틀 전 남긴 녹취록에서 "재소 중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구토 증상이 계속됐다"라면서 "교도소에 외래 진료를 요청했으나 약을 꾸준히 먹으면 낫는다고 해 진료를 나가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노씨의 의무기록지에는 위염 진단과 구토 증상이 반복된다고 적혀 있다. 또 위 통증 관련 약을 20회 이상 처방받았다. 60일 치가 넘는 약이다. 노씨 유족들이 교도소 측의 의료 과실을 제기하자 교도소 측은 "노씨가 외래 진료를 요청하지 않았다"라면서 "암과 위염 증세는 구분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사례②] 6년 수감 중 척추협착증 악화... 결국 식물인간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의정부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던 강아무개(58)씨. 그는 지난해 11월, 형 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외부 병원에서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재활치료가 필요하고 후유증이 많이 남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지만 강씨는 수술을 받은 지 8일 만에 재수감됐다. 지난 1월 교도소에서 양손 마비 증세가 나타난 강씨는 4월 다시 경추 수술을 받고도 12일 만에 교도소로 돌아갔다.

이후 강씨는 상태가 더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식물인간이 됐다. 강씨 가족들은 "교도소 측이 병세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라면서 "몸에서 심한 욕창이 발견된 점으로 볼 때, 교도소 안에서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교도소는 적절한 조치를 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끊이지 않는 재소자 의료사고... 개선은 '제자리걸음'

교도소 내 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으로 재소자들이 치료 도중에 숨지거나 출소 후 중병이 확인돼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치러야 할 죗값과는 별개로 재소자들의 기본적인 치료권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정시설 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53명으로 해마다 28.1명이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2006년 34명이던 사망자는 2010년 20명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나 2014년에는 다시 28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7월까지만 17명이 목숨을 거뒀다. 특히 노씨의 경우처럼 출소 이후에 병이 발견돼 사망하는 숫자는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다.

2012년에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2012~2016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에도 '수용자 처우 향상을 위한 행형법의 개정' 중 '의료처우 개선'은 핵심 추진 과제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 현재 교정시설 내 의료 인력은 의사 139명(의무관 86명, 공중보건의 53명)과 간호사 91명이다. 의사 정원은 102명에 17명, 간호사 정원 100명에 9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원 대비 현재 의료인력은 의사는 84.3%, 간호사는 91% 수준에 그쳤다. 약사와 의료기사가 없는 교도소도 전국 49개 교정시설 중 20개에 이른다.

시설도 열악한 상황이다. '형 집행법' 등에는 노인 및 장애인 전담교정시설을 지정하고, '노인성 질환' 및 '장애인 재활'을 위한 전문의료인력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개 전담교정시설에 당뇨·혈압·치매·뇌경색 등 노인성 질환을 위한 신경과나 재활을 위한 재활의학과 전문인력은 전무하다.

공중보건의로 교도소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교도소 내 약품은 십수 년 전에 쓰던 걸 가져와 사용한다"라면서 "교도소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길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현아는 의사 왕진, 일반 재소자들은 교도소장 재량에

▲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감되며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사회 고위층에 대한 재소 중 의료 혜택 사례는 부지기수다. 청부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씨는 2007년부터 무려 6년 넘게 종합병원에서 특실 생활을 했다. 유방암과 파킨슨병, 우울증 등 열두 가지 병을 이유로 다섯 차례 형 집행정지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우울증과 호흡곤란 등을 이유로 1년 넘게 종합병원 특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구치소 안에서 우울증이 생겼다며 대학병원 의사의 왕진을 받았다. 한진그룹이 출자한 정석인하학원 산하 인하대학교 병원 의사가 구치소로 직접 방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씨의 수감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면서 접근한 법조 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이 혜택은 교정시설의 장이 허가한 경우로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 집행법에는 "교도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소장은 의사의 소견을 받아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재소자들이 외부 진료를 받게 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교도소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반 재소자들이 이같은 혜택을 받기란 쉽지 않다. 형 집행정지 신청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국정감사 당시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는 2004~2013년 7월 교정시설 내 사망자 227명중 37.4%에 해당하는 85명의 재소자가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가 불허됐다. 서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법무부에 자료 요청을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노씨가 수감됐던 포항교도소 측은 외래진료를 보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재소자들은 수용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몇 년째 역류성 식도염, 속쓰림 등 위염 관련 고통을 호소하는 자들이 부지기수"라고 답하기도 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외래진료를 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노씨의 가족들은 외래 진료를 통해 위암을 확인했을 경우 급작스러운 죽음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영교 의원은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은 실형을 선고받고도 형 집행정지를 악용해 호화병실 생활을 한다"라면서 "(수감된) 서민들은 형 집행정지 허가 신청조차 하지 못하거나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도소 내 의료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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