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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밟고 가라" 주승용에 "분열 그만하라" 일침

새정치연합 비주류 입지 좁아졌나... 혁신안 통과 후 기류 변화 조짐

등록|2015.09.18 11:02 수정|2015.09.18 13:30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문재인 대표. ⓒ 남소연


주승용 최고위원: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패권정치의 망령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전병헌 최고위원: "아까 비공개 (회의) 때 하셨으면 더 좋았을 얘기였던 것 같은데…."

오영식 최고위원: "분열과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중단돼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진영을 대표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가 도리어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지나치다'고 지적 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혁신안이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사실상 결과에 불복하며 '문재인 흔들기'를 이어가는 비주류 진영이 '외딴 섬'처럼 고립된 처지가 된 것이다. 문 대표가 재신임 1차 관문인 '혁신안 정국'을 무사히 넘기면서 당내 비주류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회의에 참석한 주 최고위원은 "오늘은 우리 당 창당 60주년 기념일"이라고 운을 떼더니 곧바로 문 대표를 향해 활을 겨눴다.

그는 "권위주의 권력에 맞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뤄낸 우리 당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지금 우리당 현실은 비관적"이라며 "대표는 당내 주요 구성원들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신임을 강행하려고 한다, 당을 분열과 불신의 늪에 빠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표가 만든 '재신임 정국'을 조선시대 당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주 최고위원은 "조선시대에도 왕의 재신임과 같은 파동이 여러 번 있었지만 항상 비극의 서막이었다"라며 "세자들이 죽고 정치는 극단적으로 분열했으며, 그 분열은 피비린내 나는 당쟁으로 치달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우리 당 역사에 비극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하며 "그래도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신다면 저를 밟고 가시라"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 최고위원은 "대표께서는 허구한 날 제가 듣기 싫은 소리하고 발목을 잡는 것 같아 힘들어하시는 듯한데, 제 자신도 괴롭다"라며 "나름대로 당의 통합을 위해 드리는 말이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승복 문화 사라졌다" "중앙위 결과 존중해야" 비판

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병헌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안타깝다"라고 반응하며 '승복의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며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둘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행태와 시도는 민주당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승복하고 타협하라는 것이 국민과 당원의 명령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당에 승복의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라며 "만약 민주 정당에 승복의 문화가 없다면 우리 당의 분란과 내홍은 끝이 안 보이는 '뫼비우스의 비극'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염려했다.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를 계기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으니 더 이상 지도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향해서도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전날 중진들이 대표에게 재신임 철회와 당 통합을 당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점을 언급하며 "위기 속에서 당의 중진과 대표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총력을 모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오영식 최고위원 역시 "다른 의견과 생각이 있더라도 중앙위 결과를 존중하는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라며 "당에 생채기를 내고 분열과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한 이후에도 "혁신이 아닌 유신이다", "무효다"라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일부 비주류 의원들을 겨냥한 대목이다.

그는 "이제 재신임 문제를 포함해 당내의 논란과 분열적 행태들을 끝내야 한다"라며 "대표는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고 당의 단합을 위한 중진들의 의견을 심사숙고해서 뜻을 함께 모아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어 "최고위원들도 지도부로서 당의 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정치연합 중진인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문 대표를 만나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문 대표는 "신중히 고려해 보겠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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