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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부터 무상급식까지, 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경남꿈키움중학교 학생, 주제 발표회 가져

등록|2015.09.18 16:59 수정|2015.09.18 16:59

▲ 세알내알 발표회 ⓒ 김용만


지난 17일(목) 저녁 6시에서 8시까지 경남꿈키움학교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경남꿈키움학교의 시사 동아리인 '세알내알'의 주제 발표회가 열렸는데요. '세알내알'이라는 뜻은 '세상을 알고 내를 알자'는 뜻입니다.

세알내알은 올 3월에 만들어졌고 1학기에는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모여 한 주의 시사에 관해 토의하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니 우리가 공부한 내용들을 모두와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2학기에 주제 발표회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방학을 시작으로 근 한 달간 자신이 선정한 주제에 관해 자료를 수집했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많은 고민과 좌절을 했습니다.

"선생님, 내일 발푠데 어떡해요. 결론을 못 잡겠어요."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포기하면 안 될까요?"
"선생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과정이 중요한 거야. 선생님이 일일이 지도하면 너희들의 것이 없게 된다. 그러니 친구들과 함께 논의해보고 준비하도록 해봐. 화이팅."
"으, 선생님은 도움이 안 돼요."

이미 학부모님께 이번 행사에 관한 안내를 했고 참석해 주시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습니다. 행사에는 많은 분이 와 주시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 주셨습니다. 재학생중에서도 관심있는 1, 2학년들이 많이 왔습니다. 발표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발표자는 진지하게 발표했고, 청중들은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아이들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발표 주제는 총 다섯 가지였습니다.

▲ 세알내알 발표회 ⓒ 김용만


1. 광복 70주년 맞이 청산되지 않은 과거(친일파, 위안부)
2. 중학생이 본 무상급식
3. 일베(일간베스트)의 실체
4. 그것이 알고 싶다. 국정원
5. 끝나지 않은 진실, 세월호

민감한 주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의문과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조사했습니다. 아이들의 발표가 끝난 뒤 청중의 질문 시간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들은 발표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했고 발표자는 성의있게 답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조사했던 박재우 학생은 실제로 이번 여름 방학 기간 중 서울에 가서 수요집회를 참석했으며 할머니를 만나고 왔습니다. 박재우 학생의 말입니다.

아이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 세알내알 발표회 ⓒ 김용만


"이제 많은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대부분 할머니의 연세가 90살이십니다. 할머니들이 원하시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 저도 솔직히 이번 조사를 하기 전에는 위안부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고 이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에 대해 우리 모두 잊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재우 학생은 발표 도중 할머니의 인터뷰 영상을 보던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를 발표했던 김성현 학생의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편안함과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른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일에 무관심했고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저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세월호 조사를 하며 이 일이 끝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분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지 미뤄 짐작하기 조차 힘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 발표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잊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청중은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모든 학생의 발표가 끝난 후 청중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과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이런 발표를 준비한 것만 해도 너무나 놀랍습니다. 어른들도 모를 수 있는 일을 이렇게 관심 갖고 열심히 조사한 것이 너무 대견합니다. 여러분의 발표, 정말 잘 들었습니다."

발표한 학 학생의 어머님들의 말씀입니다.

"성현이가 세월호 관련 많은 것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것도 뉴스에 나온 것 뿐이라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도움을 못 준 것이 성현이에겐 더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웃음). 아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했는지 몰랐습니다. 부끄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딸이 '무상급식' 주제를 준비하며 물었습니다. 엄마, 이렇게 우리가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까요? 저는 답했습니다. 이미 니가 바꿨고 니 발표를 들은 많은 이도 바뀔 거야. 세상은 한번에 바뀌지 않는단다. 서서히 변해가는 거야. 너의 이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을 거야. 예지야, 오늘 니 발표는 너무 좋았어, 사랑해 딸."

▲ 세알내알 발표회 ⓒ 김용만


아이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욕구를 공부가 아니라고 해서 의지를 꺾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날의 행사는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함께했던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들을 위한 모두의 행사였습니다.

부모님들은 발표가 끝난 아이들을 따뜻이 안아 주시며 꽃송이를 선물하셨습니다. 내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꽃송이를 선물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번 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꿈키움 학교 아이들이 특별해서 이런 발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이런 재능을 인정치 않고 성장을 막는 것이 어른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 보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른들까지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중학생들의 의미 는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세상)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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