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법정 공방 시작되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원세훈 파기환송심 1차 준비기일] 4라운드 시작... 파기환송심도 치열할 듯
▲ 원세훈 전 국정원장 ⓒ 유성호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4라운드가 시작됐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가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 계정 정보 등이 담긴 텍스트 파일 '시큐리티'와 '425지논'의 증거능력을 인정,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본 부분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만장일치 의견이 나온 지 두 달 만이다(관련 기사 :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찜찜한 파기환송, 영리한 대법원).
7월 16일 대법원은 사건을 돌려보내며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사실관계 확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기소부터, 수사, 공판과정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수십만 건에 달하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내역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문제의 두 파일을 증거에서 배제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가 인정한 트윗·리트윗글 숫자만 해도 11만 3621개로 결코 적지 않았다.
쟁점들은 더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 국정원 직원들과 원 전 원장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을 두고 1심부터 검찰과 팽팽하게 맞서왔다. 이들은 또 트위터 등 사이버활동을 정치개입·선거관여 행위로 보려면 그 내용을 각각 살펴봐야 하며 하나라도 '사이버활동-원 전 원장 지시'임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피고인들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내용들을 반영해 사건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 방향은 ▲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활동을 하나하나 따져볼지, 아니면 전체로 묶어서 정치개입이나 선거관여로 볼지 ▲ 문제의 사이버활동이 공무원, 즉 국정원 직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것인지 ▲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등 원 전 원장의 발언을 어떤 성격으로 봐야하며 ▲ 사이버활동도 국정원의 직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크게 네 가지다.
사건이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기 때문이었을까? 18일은 앞으로 공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등을 정하는 준비기일이었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공판 기록을 일일이 들춰가며 검찰과 변호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내용이 공소장에 쓰인 단어 등 큰 줄기가 아닌 세부 쟁점일 때가 많다보니 검찰 쪽에서 진행 방식을 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항소심 때 법정구속돼 수감생활 중인 원 전 원장은 다소 야윈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지난 4일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을 위해선 불구속 상태여야 한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반면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풀려나면 그의 신분상 증거를 인멸할 수 있고, 현 단계에선 방어권 부분을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아직 결론을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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