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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소녀의 우주여행, 곧 인생여행

[서평] 만화 <트윈스피카>

등록|2015.09.21 17:46 수정|2015.09.21 17:46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서기 2010년, 우주 탐사 로켓의 추락으로 한 마을이 산산조각이 났고 이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아픔을 지닌 채로 성장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분명 '우주'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칠 게 분명한데 여기 그 사고로 엄마를 잃고도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한 소녀가 있다. 아빠 몰래 우주학교에 원서를 넣은 아스미가 바로 그 주인공.

남들이라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트라우마가 이 소녀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질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스미는 알고 있다. 엄마를 잃은 사고는 누군가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한 악재라는 것을. 증오를 품는 대신에 어린 나이에 포용을 선택하고 꿈을 지키겠다는 용기를 선택한 소녀는 그 과정에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어릴 적부터 난 계속 우주를 바라봤어.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어서. 이것밖에 없어. 내 꿈은 이것밖에 없다고."

때로는 가족보다 가까운 '친구'

143cm의 작은 체구 때문에 특수 제작된 우주복을 입을 수밖에 없는 소녀이지만 꿈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크다.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오랜 시간 체력을 단련해왔다. 하지만 친구와 가족들을 떠나 타지생활을 한다는 건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소녀의 곁에는 같은 꿈을 꾸는 동료이자 친구들이 있다.

다혈질이지만 속정이 깊고 따뜻한 케이와 무심하지만 늘 아스미의 주위를 맴도는 후추야 그리고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슈까지.

밀폐된 공간에 잠도 못 자고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도 훈련에서 낙오되었을 때도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나아간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그들은 이제 남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언젠가는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어야만 하겠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할 거라고 믿는 그들은 서로의 든든한 후원자다.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고 싶지만

▲ 아주 작은 아이가 꾸는 꿈은 과연 우주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 최하나

아스미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꿈을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훈련으로 인해 자유시간을 가질 여유조차 없다.

게다가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지 않으면 진로를 바꿔 처음부터 다시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 많아야 한두 명만이 이룰 수 있는 꿈.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을 그들은 너무 빨리 깨우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비관하지 않는다.

그저 실패를 겪고 그에 맞춰 자신의 꿈을 조금씩 수정해 나갈 뿐. 모든 것을 걸은 게임에서 다 잃기만 한 자는 여기에는 없다.

'트윈스피카'에서 그리는 한 소녀의 우주여행 꿈은 곧 인생여행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학교라는 공간이라도 비행사라는 특수한 직업이라도 도전을 통해 꿈과 실패 그리고 우정을 배워가는 성장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실패와 성공이 중요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아스미는 우주비행사가 되었을까? 그 답은 하지 않겠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이미 소중한 걸 많이 얻었으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트윈 스피카> (저자 야기누마 고 /역자 김동욱 /출판사 세미콜론 /2013.10.18 /페이지 384쪽 /정가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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