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술,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의 향기를 탐하다
2015년 제4차 마을미술 현장투어를 함께 하며
한적하고 고즈넉한 시골마을 길을 걷다보면 골목어귀마다 자리 잡고 있는 앙증맞고 포근한 예술작품들이 방문객을 반겨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올레길 한가운데 자리한 현대작가들의 멋진 예술작품들이 지친 걸음을 정화시켜주기도 하는 문화예술의 길이 있다. 이름 하여 '마을미술프로젝트'라고 불리우는 공공미술 사업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 아래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을의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가꾸어 나가는 사업이다. 전국 곳곳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자체와 작가들이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마을을 역사, 문화, 생태, 정서적으로 특별한 정체성을 지닌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지역 재생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본래 '작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서울 등 대도시와 '지역 간 문화예술의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된 단발성 예술지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선정 작가들과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일상의 생활공간을 다양하고 특색 있는 공공미술로 가꾸어가는 등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대안으로 떠오르자 외부 관광객들까지 꾸준히 찾아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으로 '마을미술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전국 76개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700명 이상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있다.
▲ 부산 감천마을과 더불어 마을미술프로젝트 성공사례로 꼽히는 화순의 <성안문화마을>. 선정 작가들의 열정과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해 많은 방문객들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 최승희
특히 공공미술을 통한 지역의 활성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규모 공공 미술단지 조성을 통한 지역의 새로운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 '마을미술프로젝트'의 기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의 뮌스터(Münster) 조각 프로젝트, 일본의 에쓰코 쓰마리 트리엔날레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자신들만이 지닌 특징을 살려내 성공했다는 것에 착안해 국내에서도 각 지역만의 특징과 성향을 살린 공공 미술프로젝트를 도입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을 통해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과 '제주 유토피아로' '화순 성안마을' 등의 성공적인 마을미술 사례들이 풍부하게 쏟아져 나오면서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엮어 아트투어를 진행하는 형태의 또 다른 활성화 방안까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을미술을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일본의 나오시마 '예술의 섬'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도입한 또 다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참고로 일본 나오시마의 '예술의 섬' 프로젝트는 지역재생 프로젝트의 교과서로 불린다. 나오시마 섬은 1980년대 중반 주민의 절반이 지역을 떠날 정도로 심각한 인구 공동화 현상을 겪었는데, 1989년부터 시작된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지역 콘텐츠를 재생시켜 매년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한때 낙후된 섬으로 인식되던 나오시마는 현재 가가와 현의 35개 지자체 중 소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간단했다. 1차적으로 마을미술이 새롭게 지역을 변모시키면, 지자체는 아트투어라는 형태로 꾸준하게 마을을 찾는 이들을 유입시켜 장기적인 수익을 얻는 전형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2015년 9월 18일,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2박 3일간 현장 진행한 제4차 예술마을 현장아트투어는 제주도 유토피아로, 화순 성안마을, 담양 예술인의 집, 음성 동요마을 순으로 진행되었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괜스레 맘을 들뜨게 하는 청명한 가을, 이제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든 대한민국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현 주소를 생생하게 둘러보았다.
삼다도에 예술을 하나 더 입히다 '서귀포시 유토피아로'
제주도 서귀포시 올레길 6코스에 조성된 유토피아로 (Utopia road)는 2012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으로 서귀포의 구도심 마을 4.3km를 예술작품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중섭이라는 우리나라의 걸출한 천재화가의 생가와 미술관 그리고 그의 뒤를 잇는 현대작가들이 제작한 공공미술과 접목된 미술작품 40점이 설치된 마치 꿈같은 산책길이다. 서귀포시는 이 사업을 발판 삼아 향후 5년간 공공 예술사업에 집중 투자해 제주도를 예술 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을 만큼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다.
▲ 유토피아길 작가산책로의 출발점인 이중섭거리에 있는 <마을미술 커뮤니티센터> ⓒ 최승희
▲ 유토피아로의 칠십리공원안에 있는 하우스갤러리.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외관에 덮혀진 구조물을 작품으로 활용했다. 내부는 갤러리로 활용중이다. ⓒ 최승희
▲ 자구리해안으로 가는 골목에 있는 벽화. 집앞에 있는 벽화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동네주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 최승희
▲ 서귀포시 자구리해안 문화공원에 설치된 '게와 아이들-그리다' ⓒ 최승희
제1코스는 샛기정 공원입구와 칠십리시 공원을 중심으로 숲길 중간 중간에 예술작품이 설치된 산책길로 제주 돌담, 분수작품, 갤러리 유토피아, 징검다리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길로 꾸며져 있다. 제2코스는 옛 서귀포 포구에서부터 천지연로까지 이어지는 길로 마을지도, 도자기, 테라코타 등 다양한 재료의 부조벽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3코스는 자구리 해안에서 바다와 함께 시원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섭의 손을 형상화 한 조형물과 아트파고라 등을 바다와 함께 감상 할 수 있다. 마지막 4코스는 소암로에서부터 이중섭거리까지 설치된 예술작품들로 화가 이중섭의 작품과 서귀포의 옛 모습을 재현한 정밀한 벽화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느릿느릿 걸을수록 이야기가 더해지는 '화순 성안문화마을'
제주에서 유토피아 길을 만끽하고 광주를 거쳐 도착한 화순의 성안문화마을 아트투어는 화순군 주민자치 센터에서 이재길 작가의 브리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안문화마을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고 자부심도 아주 높았다. 그러한 이유로 이곳은 전국 10대 예술마을에 선정돼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마을미술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2012년에 조성된 '화순,시장과 남산이야기길'에 있는 김용안작가의 <소 많소> ⓒ 최승희
▲ 성안마을의 작품들을 설명해주고 있는 이재길 작가 ⓒ 최승희
▲ 성안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상징물이 된 류신작가의 <기억을 걷는 시간> ⓒ 최승희
과거 남산 주변으로 성곽 안에 있던 마을의 유래와 주민들의 삶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이야기로 작품들이 꾸며진 화순 성안문화마을은 남산과 화순 5일장을 이어주는 마실길, 대숲길, 올락낼락길 등 아기자기한 3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형물 11점, 벽화 15점, 시화 14점 등 총 40여 점이 마을 곳곳의 벽에 자연스럽게 꾸며져 있다.
화순 성안문화마을은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과거 마을에 방죽이 있던 시절, 성안마을의 유래 등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구전과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작품속에 담아내 정겨움을 더한다. 특히 마을에서 방치된 폐가나 어수선한 골목을 정리정돈하면서 작가들이 특유의 아이디어를 제안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은 환경정리와 작품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음으로써 마을사람들에겐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 방문객들에게는 마을미술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행에게 마을작품들을 세세하게 설명해준 이재길 작가는 "성안문화마을은 마을미술 작품에 성안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주민들과 함께 참여해 특히나 보람있었던 마을미술프로젝트였다"라고 평가했다. 화순 성안문화마을은 향후 마을미술 작품들과 더불어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를 더 갖추어 명실공히 국내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최고의 예술마을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을골목을 넘어 복합예술 공간으로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마을미술프로젝트 중 보기 드물게 복합문화공간으로 이루어진 전북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이 자리하고 있는 삼례읍은 예로부터 만경강 상류에 위치해 있어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양곡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양곡창고였다. 이 양곡창고는 일제가 전북 곡창지대에서 수탈한 쌀을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보관했던 곳이다.
현재 1만 1825㎡의 옛터에는 1920년대에 지어진 창고 5개 동과 1970~80년대 건축한 창고 등 모두 7개 동이 남아 있는데, 이곳을 무대로 2013년 6월에 문을 연 '삼례예술문화촌'은 이 창고를 이용해 책 박물관, 책공방아트센터, 김상림목공소, 문화카페, 디자인뮤지엄,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등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문화예술촌은 개관 때 창고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당시 쌀을 보관하던 시설이 남아 있었을 만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현재 '삼례문화예술촌'은 완주군에서 위탁받은 '삼삼예예미미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데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는 신념 아래 작가와 대중이 함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 개관 오전 10시~오후 18시까지 / 매주 월요일 휴관 ⓒ 최승희
▲ 책 박물관 전시장.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로 나뉘어져 있다. ⓒ 최승희
▲ <삼례예술문화촌>의 다양한 전시장은 방문할 때 입구에서 독특한 방문스탬프를 기념으로 찍어 보관할 수 있다. ⓒ 최승희
그러한 이유로 사람이 떠나는 농촌마을에 도시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책을 소재로 문화상품을 개발해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것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김상림 목공소와 책공방아트센터에서는 관람이외에 직접 일반인들이 강의를 배우고 목공과 활판인쇄 등의 실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설과 꾸준한 투자로 인해 큰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동네에는 20여 개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농가 민박시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문화촌 하나가 만들어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헤이온와이처럼 삼례문화예술촌은 '삼례는 책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정의될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책 박물관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를 한국학문헌보관소, 서점, 헌책방, 화랑, 북카페, 문화예술인 작업실 등 책 관련 시설로 꾸며 사람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재생된 일제 수난의 곳간이 다시 한 번 장인들의 예술 창고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예술과 소통으로 만드는 대나무 정원 '담양 향교리 마을'
2014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예술마을로 탄생한 마을이 있다. 바로 담양의 향교리 마을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명은 '이야기가 있는 향교리 대나무 정원과 미래(美來)이야기'라는 다소 긴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미래는 다가올 미래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자를 강조한 것만큼이나 '아름다움이 온다'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일대는 현대 미학적 작품과 시골의 정취가 조화된 새로운 문화예술커뮤니티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교리 마을은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죽녹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 일행이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한참 대나무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서 온통 거리가 왁자지껄했다. 그 왁자한 거리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향교리 마을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이곳에 설치된 작품은 총 4개인데, 진시영, 오상문, 정명숙, 김혁, 오창록, 류종원, 이민지 작가 등 총 8명의 작가가 서로 협력하며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 진시영 작가의 '향교리 대숲 속 빛의 하모니' ⓒ 최승희
▲ 진시영 작가외 5명이 공동작업한 <향교리 대나무 정원>.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휴식 및 오픈 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최승희
▲ 오상문, 윤준성, 오창록, 이민지 작 <향교리 미래(美來)이야기> ⓒ 최승희
먼저 향교리 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진시영 작가의 작품인 '향교리 대숲 속 빛의 하모니'는 950×660㎝의 공간에 10개의 유리 직육면체 구조물의 높이를 다양하게 설치한 작품으로 유리큐브 구조물 안에 LED로 대나무 형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해가 지고 나면 더욱 빛을 발하는데 많은 박람회 관객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진시영, 류종원, 이민지 작가의 작품인 '휴'라는 제목의 긴 벤치가 있는데 잠시 멈춰 여유롭게 생각하고 쉬고 가라는 작가의 여유로움을 전해지는 작품이다. 작품 '향교리 대나무 정원'은 수년간 마을 중심부에 방치된 폐가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은 리모델링 작업으로 허물고 새로 건축하지 않고 기존에 있었던 벽면과 전통문살 등을 활용했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것은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휴식 및 문화체험의 공간이자, 작가들에게는 레지던스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향교리 미래(美來)이야기'는 골목길의 차가운 시멘트 벽면에 아트타일로 마을지도를 그려 넣은 공동작품으로 작가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작업해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특히 일반 벽화와 달리 아트타일로 제작되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덧붙일 수 있도록 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향교리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아닌 마을을 드러내야 한다'는 기획자와 작가의 의도가 작품 속에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동요가 살아 춤추는 공간 '음성 동요마을'
공공미술과 동요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궁금함의 정답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자리한 음성 동요학교를 중심으로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된 '음성동요마을'이다. 음성군 생극면은 우리가 한 번쯤은 불러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전래동요 '고추 먹고 맴맴'의 발상지이다.
이곳에서 마을미술이 시작된 계기는 지난 2005년에 옛 생극초등학교 오생분교 터에 우리 고유의 동요가 잊혀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통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음성동요학교가 설립되면서부터였다. 이후 2012년부터는 동요마을 일대에 음악적 요소를 접목시킨 동요예술문화길이 만들어지고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볼거리를 더하게 되었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고추 먹고 맴맴', '나무야 나무야', '퐁당퐁당'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마을 전역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고 있다.
▲ 동요학교에 설치된 <노래하는 공작소> 창작팀이 만든 피아노 형태의 단상작품 ⓒ 최승희
▲ 동요 '고추먹고 맴맴'을 형상화한 마을회관 입구에 조성된 작품 ⓒ 최승희
음성 동요마을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동요학교를 비롯한 동요마을이 단순 쉼터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음성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로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산의 감천마을이나 통영의 동피랑 마을처럼 완성단계에 접해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며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다소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았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뜨거운 가을볕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불철주야로 작업 중이었다. 동화마을이 또 한 번의 마을미술의 성공사례로 다가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다.
아트투어를 마치며...
옛 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외관이 수려하면 내용도 그에 걸맞게 알차기 마련이다 라는 뜻으로 쓰이곤 하는 속담이다. 기획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작품이 형편없으면 그 기획은 가치를 잃는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마을과 소통하지 못하면 그 작품은 존재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마을미술은 형식과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으로 6년차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언제나 항상 성공만을 거둔 것은 아니다. 일부 작품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수준 편차를 보이는 곳도 있었고, 혹은 몇몇 지역에서는 지자체의 관리 소홀과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작품이 방치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을미술프로젝트가 6년째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마을을 단순히 치장하는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민들과 공감하고 지역에 사회적, 경제적 효과를 안겨다주는 명실상부한 예술적 자족기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민들과 소통으로 문제점을 극복해야하는 난제들도 존재한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중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의 경우에도 관광객들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사생활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문제점을 제거해나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인 의미의 공공미술을 마을문화 속에 엮어보려고 한 시도는 일면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작가주의와 형식주의의 작품들이 단순하게 마을의 골목어귀를 장식하고 있다면 그 생존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담양 향교리 마을의 소통과 작품의 접근방식 그리고 완주 삼례예술문화촌이 보여주는 예술과 대중이 교감하는 공존방식은 우리에게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는 유의미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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