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휴가 가는데, 친구들이 미쳤답니다
[한 번쯤은, 네팔 ①] 입사 5년 만에 얻은 안식월, 네팔로 떠나다
2015년 3월, 혼자 '한 달 네팔여행'을 다녀왔다. 10박 11일 동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랐고, 어떤 날은 할 일 없이 골목을 서성였다. 바쁘게 다니는 여행 대신 느리게 쉬는 여행을 택했다. 쉼을 얻고 돌아온 여행이었지만, 그 끝은 슬펐다. 한국에 돌아오고 2주 뒤 네팔은 지진의 슬픔에 잠겼다. 그래도 네팔이 살면서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임에는 변함이 없다. 30일간의 이야기를 전한다. - 기자 말
망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잽싸게 왔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갈색과 검정색이 알록달록한 바닥에 붉은 벽돌로 차곡차곡 쌓은 기둥.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의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 입국심사장은 이미 만원이다.
입국심사장 뒤쪽에 새로 도입한 비자 기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고속버스 티켓 발권기같은 기계 앞에 서서 몇 번 스크린을 터치했지만 뭔가 잘 안 된다. 도와주는 직원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나같은 여행자 뿐이다. '엉뚱한 거 눌러서 돈만 날리는 거 아니야?' 불길한 망상이 들어 얌전히 그나마 짧은 줄에 가서 섰다. 짧다고 섰는데도 내 앞에 열 명은 족히 더 있는 것 같다.
네팔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도착비자'를 받는다. 한국에서 미리 대사관에 가는 것보다 비용도 싸고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같은 이유로 도착비자를 받는다는 거다.
'비자 받는 사람이 많으면 1시간도 걸려요.' 다리에 힘 풀리는 경험담들을 듣고 미리 비자 신청서를 써오고 '입국심사장 왼쪽 줄이 빠르다'는 꿀팁도 적어놨지만 헛수고다. 비행기 안에서 펜이 없어 입국카드를 못 써 거의 꼴찌로 입국심사장에 들어왔다.
12시간 경유 끝에 도착한 네팔... 돈이 원수다
직항보다 훨씬 싸다고 끊은 경유 비행기표 덕분에 태국 공항에서 12시간 노숙을 했더니 이미 몸은 천근만근이다. 팔, 다리, 어깨가 어서 가서 쉬자고 아우성이다. 이럴 땐 돈이 원수다.
"얼마나 있을 거요?"
"한 달, 30일이요."
나무 데스크 너머에서 날아온 질문에 최대한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입국심사대에 서면 가슴이 오그라드는 건 나만 그런가.
"25달러요."
"네? 진짜 30일에 25달러 맞아요?"
"25달러."
15일 비자에 25달러이고, 30일 비자는 40달러라고 했는데 연하늘색 셔츠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근엄한 표정의 직원은 계속 25달러란다. 심사대 창구 앞에는 온갖 나라의 여행객들 이름이 휘갈겨 적힌 노란 비자 영수증이 수북하다. 이걸 찾아볼 수도 없고...
'내가 잘못 알았나? 어쨌든 돈 굳어서 좋네'라고 생각하며 여권을 받아들고 나가려는 순간, "헤이, 헤이! 40달러, 40달러 맞아요" 근엄한 남자가 나를 불러 세운다. 처음으로 웃는 얼굴로. 미소에 멋쩍음이 가득하다.
인도 여행자들의 '천국'은 이웃나라 네팔?
수화물로 부친 가방까지 챙겨 나오니 밖이 환하다. 오후 2시, 네팔은 인도 옆에 위치해 있지만 인도처럼 푹푹 찌는 날씨는 아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이 '쉬러' 네팔로 오기도 한다.
7년 전 두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도 "네팔은 천국"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인도 여행에 지친 몸을 달래러 예정에도 없던 네팔행을 택하는 경우도 봤다. 날씨도 좋고, 거리도 깨끗한 네팔은 그렇게 인도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공항에서 얼마를 환전하고 나가려는데 환전소 옆 부스에 있는 남자가 부른다. 남자의 부스 위에는 '택시(taxi)'라고 크게 적혀 있다.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닌데.
"헤이~ 택시 필요해요?"
"타멜까지 얼마예요?"
"700루피(한화 7700원)"
"에이~ 너무 비싸요."
여행자들 숙소가 밀집해있는 카트만두 타멜 지역까지 400루피(한화 4400원)면 간다고 들었는데, 역시 공항 안이라 그런지 비싸다. 그래도 2배 가까이 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정면에 보이는 공항 출입구 밖에선 흥정할 손님을 찾는 택시 기사들이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저 희멀건 여행자가 비싼 공항 공식(?) 택시를 탈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긴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이 남자는 내가 정말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대뜸 "한국인이에요?"라고 묻는다. "네." 이 남자, 내 대답에 바로 고객을 돌려 호객할 다른 여행객을 찾는다. 아니, 한국 사람들한테 안 통할 거 알아도 이렇게 빨리 포기할 건 뭐람. 애초에 좀 적당히 부르던가.
공항 밖으로 나가자 나를 유심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공항 밖은 사람 반 택시 반, 아니 택시가 더 많은 것 같다. 700루피에서 시작한 택시비는 400루피까지 떨어졌다. 나를 둘러싼 택시 기사들 중 한 명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택시는 낡을 대로 낡았고 하얀 시트는 꼬질꼬질하게 때가 타 있었지만, 기사 아저씨는 조용하고 정직해보였다.
공항을 떠난 택시 차창 밖으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어지럽게 섞여 지나간다. 인도의 거리와 닮은 모습. 카트만두는 '리틀 인디아' 같다고 하더니 정말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경한 건 한국의 모텔처럼 깔끔하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달린 '호텔' 간판이었다. 인도도 네팔도 몰려드는 여행객들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것일 텐데, 이곳을 찾으면서도 이곳이 변하는 게 싫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염치없이 고개를 들었다.
3초에 한 번씩 '빵빵'... 중앙선 넘나드는 차와 사람들
"제가 인도에서 세어봤는데요. 경적 소리 안 들리는 게 3초를 못 넘기더라고요."
타멜 가는 길도 비슷했다. 인도 여행 후 네팔로 왔다는 여행자의 말처럼 침묵은 3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차들은 중앙선을 넘나들었고, 그런 차들 사이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사람들까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길을 건너니 서로 다치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나 여기 있다'고 빵빵거려야 했다.
한국이면 벌써 몇 번이고 고함이 오갔을 상황인데 여기 사람들은 익숙한지 큰 소리 치는 이도, 얼굴 찌푸리는 이도 없다. 보는 나만 맘이 조마조마하다.
회사에서 5년 근속으로 '한 달 안식월'을 받게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천국의 직장을 다니냐'고 배 아파 했다(정말로!). 그리고 내가 그 한 달 동안 네팔에 가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그 좋은 휴가에 왜 고생을 하러 가냐'고 말렸다.
고생이라면 고생이었다. '어렵지 않다는'(대체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ABC 트레킹)과 푼힐 전망대 트레킹이었지만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눈길에 필요한 아이젠부터 다운 점퍼, 헤드랜턴, 날진 물통 등 트레킹 짐만 한 가방이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옷이 모두 필요했다. 한국에서 짐을 싸며 '생각보다 큰 일이군' 싶었지만, 그래도 설산을 가까이서 본다는 생각에 걱정보다 설렘이 앞섰다.
트레킹 짐이 든 커다란 배낭은 택시 뒷좌석에 부려놓고, 작은 배낭을 껴안고 가는데 활짝 열린 창문으로 흙먼지가 솔솔 들어온다. 오래된 차 안에서 나는 냄새와 버무려져 코가 간질간질하다.
진짜 떠나왔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차는 은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혼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왔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가방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드디어 왔다 네팔에.
<시시콜콜 정보>
- 비행기 : 한국에서 네팔 가는 비행기는 50만 원대부터 1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휴가 기간과 예산, 경유지 등을 고려해 구입하면 된다(일정이 짧은 경우 경유지 공항에서 에너지를 다 소진할 수도 있으니 주의. 참고로 나는 태국 공항 F구역 의자에 누워 파이널 콜을 수십 번 들으며 울 뻔했다). 날씨가 좋으면 카트만두 상공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미리 만날 수도 있다.
- 와이파이 없이 길 찾는 법 : 한국에서 맵스 위드 미(maps with me)라는 무료앱을 설치한 후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의 지도를 다운받는다. 여행지에서 인터넷 없이 스마트폰의 GPS 기능만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을 미리 표시해두면 편하다. 메모도 가능해 본인이 여행한 루트를 정리할 수도 있다.
▲ 네팔 갈 때 이용한 타이 항공. 방콕 스탑오버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수십 번의 파이널콜을 견뎌야 했다. ⓒ 박혜경
망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잽싸게 왔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갈색과 검정색이 알록달록한 바닥에 붉은 벽돌로 차곡차곡 쌓은 기둥.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의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 입국심사장은 이미 만원이다.
입국심사장 뒤쪽에 새로 도입한 비자 기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고속버스 티켓 발권기같은 기계 앞에 서서 몇 번 스크린을 터치했지만 뭔가 잘 안 된다. 도와주는 직원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나같은 여행자 뿐이다. '엉뚱한 거 눌러서 돈만 날리는 거 아니야?' 불길한 망상이 들어 얌전히 그나마 짧은 줄에 가서 섰다. 짧다고 섰는데도 내 앞에 열 명은 족히 더 있는 것 같다.
네팔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도착비자'를 받는다. 한국에서 미리 대사관에 가는 것보다 비용도 싸고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같은 이유로 도착비자를 받는다는 거다.
'비자 받는 사람이 많으면 1시간도 걸려요.' 다리에 힘 풀리는 경험담들을 듣고 미리 비자 신청서를 써오고 '입국심사장 왼쪽 줄이 빠르다'는 꿀팁도 적어놨지만 헛수고다. 비행기 안에서 펜이 없어 입국카드를 못 써 거의 꼴찌로 입국심사장에 들어왔다.
12시간 경유 끝에 도착한 네팔... 돈이 원수다
▲ 네팔 트리부반 공항. ⓒ 박혜경
직항보다 훨씬 싸다고 끊은 경유 비행기표 덕분에 태국 공항에서 12시간 노숙을 했더니 이미 몸은 천근만근이다. 팔, 다리, 어깨가 어서 가서 쉬자고 아우성이다. 이럴 땐 돈이 원수다.
"얼마나 있을 거요?"
"한 달, 30일이요."
나무 데스크 너머에서 날아온 질문에 최대한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입국심사대에 서면 가슴이 오그라드는 건 나만 그런가.
"25달러요."
"네? 진짜 30일에 25달러 맞아요?"
"25달러."
15일 비자에 25달러이고, 30일 비자는 40달러라고 했는데 연하늘색 셔츠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근엄한 표정의 직원은 계속 25달러란다. 심사대 창구 앞에는 온갖 나라의 여행객들 이름이 휘갈겨 적힌 노란 비자 영수증이 수북하다. 이걸 찾아볼 수도 없고...
'내가 잘못 알았나? 어쨌든 돈 굳어서 좋네'라고 생각하며 여권을 받아들고 나가려는 순간, "헤이, 헤이! 40달러, 40달러 맞아요" 근엄한 남자가 나를 불러 세운다. 처음으로 웃는 얼굴로. 미소에 멋쩍음이 가득하다.
인도 여행자들의 '천국'은 이웃나라 네팔?
▲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서 타멜 가는 길. ⓒ 박혜경
수화물로 부친 가방까지 챙겨 나오니 밖이 환하다. 오후 2시, 네팔은 인도 옆에 위치해 있지만 인도처럼 푹푹 찌는 날씨는 아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이 '쉬러' 네팔로 오기도 한다.
7년 전 두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도 "네팔은 천국"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인도 여행에 지친 몸을 달래러 예정에도 없던 네팔행을 택하는 경우도 봤다. 날씨도 좋고, 거리도 깨끗한 네팔은 그렇게 인도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공항에서 얼마를 환전하고 나가려는데 환전소 옆 부스에 있는 남자가 부른다. 남자의 부스 위에는 '택시(taxi)'라고 크게 적혀 있다.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닌데.
"헤이~ 택시 필요해요?"
"타멜까지 얼마예요?"
"700루피(한화 7700원)"
"에이~ 너무 비싸요."
여행자들 숙소가 밀집해있는 카트만두 타멜 지역까지 400루피(한화 4400원)면 간다고 들었는데, 역시 공항 안이라 그런지 비싸다. 그래도 2배 가까이 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정면에 보이는 공항 출입구 밖에선 흥정할 손님을 찾는 택시 기사들이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저 희멀건 여행자가 비싼 공항 공식(?) 택시를 탈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긴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이 남자는 내가 정말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대뜸 "한국인이에요?"라고 묻는다. "네." 이 남자, 내 대답에 바로 고객을 돌려 호객할 다른 여행객을 찾는다. 아니, 한국 사람들한테 안 통할 거 알아도 이렇게 빨리 포기할 건 뭐람. 애초에 좀 적당히 부르던가.
공항 밖으로 나가자 나를 유심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공항 밖은 사람 반 택시 반, 아니 택시가 더 많은 것 같다. 700루피에서 시작한 택시비는 400루피까지 떨어졌다. 나를 둘러싼 택시 기사들 중 한 명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택시는 낡을 대로 낡았고 하얀 시트는 꼬질꼬질하게 때가 타 있었지만, 기사 아저씨는 조용하고 정직해보였다.
공항을 떠난 택시 차창 밖으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어지럽게 섞여 지나간다. 인도의 거리와 닮은 모습. 카트만두는 '리틀 인디아' 같다고 하더니 정말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경한 건 한국의 모텔처럼 깔끔하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달린 '호텔' 간판이었다. 인도도 네팔도 몰려드는 여행객들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것일 텐데, 이곳을 찾으면서도 이곳이 변하는 게 싫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염치없이 고개를 들었다.
3초에 한 번씩 '빵빵'... 중앙선 넘나드는 차와 사람들
▲ 네팔의 거리.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 거기에 소까지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 박혜경
"제가 인도에서 세어봤는데요. 경적 소리 안 들리는 게 3초를 못 넘기더라고요."
타멜 가는 길도 비슷했다. 인도 여행 후 네팔로 왔다는 여행자의 말처럼 침묵은 3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차들은 중앙선을 넘나들었고, 그런 차들 사이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사람들까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길을 건너니 서로 다치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나 여기 있다'고 빵빵거려야 했다.
한국이면 벌써 몇 번이고 고함이 오갔을 상황인데 여기 사람들은 익숙한지 큰 소리 치는 이도, 얼굴 찌푸리는 이도 없다. 보는 나만 맘이 조마조마하다.
회사에서 5년 근속으로 '한 달 안식월'을 받게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천국의 직장을 다니냐'고 배 아파 했다(정말로!). 그리고 내가 그 한 달 동안 네팔에 가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그 좋은 휴가에 왜 고생을 하러 가냐'고 말렸다.
고생이라면 고생이었다. '어렵지 않다는'(대체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ABC 트레킹)과 푼힐 전망대 트레킹이었지만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눈길에 필요한 아이젠부터 다운 점퍼, 헤드랜턴, 날진 물통 등 트레킹 짐만 한 가방이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옷이 모두 필요했다. 한국에서 짐을 싸며 '생각보다 큰 일이군' 싶었지만, 그래도 설산을 가까이서 본다는 생각에 걱정보다 설렘이 앞섰다.
▲ 400루피(한화 4400원)라는 적정 가격에 나를 타멜까지 데려다준 택시 아저씨. ⓒ 박혜경
트레킹 짐이 든 커다란 배낭은 택시 뒷좌석에 부려놓고, 작은 배낭을 껴안고 가는데 활짝 열린 창문으로 흙먼지가 솔솔 들어온다. 오래된 차 안에서 나는 냄새와 버무려져 코가 간질간질하다.
진짜 떠나왔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차는 은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혼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왔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가방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드디어 왔다 네팔에.
<시시콜콜 정보>
- 비행기 : 한국에서 네팔 가는 비행기는 50만 원대부터 1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휴가 기간과 예산, 경유지 등을 고려해 구입하면 된다(일정이 짧은 경우 경유지 공항에서 에너지를 다 소진할 수도 있으니 주의. 참고로 나는 태국 공항 F구역 의자에 누워 파이널 콜을 수십 번 들으며 울 뻔했다). 날씨가 좋으면 카트만두 상공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미리 만날 수도 있다.
- 와이파이 없이 길 찾는 법 : 한국에서 맵스 위드 미(maps with me)라는 무료앱을 설치한 후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의 지도를 다운받는다. 여행지에서 인터넷 없이 스마트폰의 GPS 기능만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을 미리 표시해두면 편하다. 메모도 가능해 본인이 여행한 루트를 정리할 수도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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