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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박근혜와 전쟁 선포해야 '산다'

[장윤선 칼럼①]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이저 광선을 맞으면 정치생명 끝?

등록|2015.10.05 10:24 수정|2015.10.05 10:24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나서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8일 정오 무렵이었다. '유승민 찍어내기'에 동원된 새누리당 의원들은 스스로 의총을 열어 청와대 압력에 굴복했다. 이 참담한 광경을 지켜보던 복수의 의원들은 현장을 뛰쳐나와 술잔을 기울였다. 대낮에 찬 술을 몇 거푸 털어 넣고 나서야, 그들은 긴 한숨을 토해내며 가까스로 안정감을 찾았다.

"나는 박근혜가 계속 이렇게 가면 결국 국민들의 저항이 나온다고 봐. 김무성 이 ××같은 ××는 이번에 확실히 보여줬어, 소인배라는 것을. 완전히 박근혜 딸랑이가 되어 가지고. 아마 대선후보는 되어도 대권은 못 먹을 거야."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를 향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악담 수준의 막말도 퍼부었다. 청와대가 도의를 버리고 정당을 향해 행패를 부리는데, 대표라는 사람이 전혀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우리가 유승민이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거지. 아니, 청와대가 이래도 되는 거예요? 그런데 왜들 이러냐고? 우리 당이 딱 중학생 수준인 거지, 지금."

술자리에선 별별 소리 다 해대던 의원들도 공개적으로는 단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을 들이받지 않았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겠지만, 지난 석 달여, 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오픈프라이머리, 마약사위-친일부친 그리고 국민공천제

그러다 또 터졌다. 총선 룰 전쟁이다.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꺼낼 때부터 전운은 감돌았다. 김무성의 오픈프라이머리는 박 대통령의 공천개입 여지를 없애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니, 야당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새누리 내부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 사이, 김무성 대표의 사위 마약 사건이 불거졌고 잇달아 아버지 김용주의 친일행적이 부각됐다. 김 대표의 처지가 '사면초가' 그 자체였다. 어떻게든 정치적 출구를 찾아야 하던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했다. 문 대표 입장에선, 야당이 손해 볼 일 아니고, 경선으로 흥행몰이에만 성공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 제도가 정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도움닫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선뜻 받았을 것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월 28일 낮 부산 롯데호텔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추석을 맞아 부산을 찾은 두 대표가 총선과 관련한 오찬회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개입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달이 났을 때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지만, 이번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 발로 반박의 물꼬를 텄다. 그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아예 "관계자 발언으로 해 달라"고 당부하고, 하나하나 꼼꼼히 따졌다. 기자들이 "이것이 대통령의 뜻이냐?"고 묻자, 그는 웃음으로 갈음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얘기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김무성 대표도, 제 아무리 여당의 수장이라며 어깨에 뽕을 넣어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 철퇴를 맞게 된다는 것.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공식이 됐다.

소위 정당민주주의에 빨간불이 켜지고, 당장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 빈번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저 얼굴이 불콰해질 정도로 술이나 퍼부었지, 대통령과 맨정신으로 눈 똑바로 뜨고 토론은 못 하는 위인들인 것이다. 그것이 현재 여당의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이저 광선을 맞으면 정치생명 끝!'이라는 우스개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농담만은 아닌 것이다.

김무성의 문자정치, 그 진실은?

굳은 김무성-서청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5일 오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김무성 대표가 측근들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흘린 점을 두고도 구구한 분석이 나돈다. 박 대통령을 향한 권력투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고, 청와대를 향한 끊임없는 거래요구라는 진단도 있다. 어떻게 보면 중의적 의미에서 두 가지 모두 담겼을 수 있다.

문제는 그래서 김무성 대표가 무엇을 결단하고 어떻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권 안에는 김무성 대표가 사석에서 흘린 여러 말들이 돌아다닌다. 하나만 소개하면, 이런 거다. 전직 원내대표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고위관계자는 김 대표가 언젠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핵 펀치를 날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유는 단 하나. 김 대표의 말 때문이다.

"두고 봐요. 제가 그 X 꼭 들이받을 겁니다."

김무성 대표가 이 말을 했다고 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제대로 들이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당 대표로서의 모욕,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도전장을 내밀고 칼을 꺼냈지만 결국 반나절도 되지 않아 도로 칼집에 넣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유승민은 부러졌고, 김무성은 휘어지는 스타일로 청와대와 타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어쩌면 그의 진단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이 그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국가과제 실현 전반적 적합도 조사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28.5%로 1위를 기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6.6%로 2위를 차지했다. 반기문 총장과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11.9%p 차다. 여론조사가 모든 정치행위를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자는 결과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박 대통령에게 지면 어떻게 될까?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칭이 남아날까. 지금껏 청와대와의 전쟁에서 단 한 번도 승기를 쥔 바 없는 그에게 내년 총선 7개월 앞둔 지금 시점에 요구되는 건 뭘까.

그만 지고, 일어나 박근혜 대통령과 싸워야 김무성의 시간이 온다. 정치인이 밤낮 지면 그건 진짜 '쪼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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