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넘어서 시작한 대법원 국감... '박지원' 때문?
[국감-법사위] 여야, 상고심 진행 중인 박 의원 놓고 설전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대체 : 7일 오후 3시 38분]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상고심이 진행 중인 그가 대법원 국감에 참여하는 일이 적절한지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선제공격을 날린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대법원의 업무보고 후 동료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청이 끝나자 김진태 의원은 이상민 위원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요청, 박지원 의원과 관련해 감사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박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선 전부 무죄가 나왔지만 지난 7월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그런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아래 국정감사법) 13조는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 조항을 거론하며 박 의원을 국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재판에 관여하려고 하진 않겠지만 재판부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법원 재판을 받는 분이 그 기관을 상대로 국감을 하는 모양이 심히 적절치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 역시 거들었다. 그는 "(박 의원은) 우리 정치 대선배님"이라면서도 "본인이 재판 중인 법원에 와서 그 법관들의 업무를 감사한다는 것이... 이게 알려진다면 코미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희들이 어제 (야당) 전해철 간사님께 '자연스럽게 오늘 회피해주시면 좋지 않겠냐'는 뜻을 간곡히 전했다"고도 했다. 노철래 의원은 "1심과 2심(판결)이 차이 났다고 해도, 그 결과는 대법원에서 가려져야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 국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받는데 국감? 코미디" vs. "국감법 위반 아냐, 인신공격 유감"
반면 야당 의원들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맞섰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국정감사법 13조는 무조건 의원을 제척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한해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게 한다"며 "지금 박지원 의원 재판과 관련해 국감을 하지 않으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내현 의원도 "이 의원 지적대로 제척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한해서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 사안이 아닌 한 (재판을 받는) 국회의원이 국감을 하는 게 헌법정신이나 법률취지에 맞다"고 했다.
▲ 양승태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원 망신주기'라는 반박도 나왔다. 서영교 의원은 김진태 의원을 두고 "인간의 도의가 있다, 정치적 의도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날을 세웠다. 전해철 의원은 "박지원 의원 사건은 동일한 사람의 진술을 1·2심이 다르게 판단,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야당 탄압인 사례"라며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전혀 타당하지 않게, 명예훼손을 하려고 얘기 꺼내는 일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저희들도 지금 수사를 독려하고 독촉할 사안이 있는데 왜 안 하겠냐"며 포스코그룹 비리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30분 가까이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등 원활한 국감 진행을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낮 12시 12분, 이 위원장은 "누구나 사람인 이상 논란이 있고, 흠이 있고 부족한 게 있지만 우리끼리는 자중자애가 필요하지 않겠냐"며 "법사위 국감에서 이런 논란이 빚어진 것이 너무나 참,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양 간사의 정회 요청이 들어왔다"며 "잠시 국감을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지원 의원은 회의 내내 침묵하고 있었다.
두 번씩 파행 거듭... 오후 3시 넘어서 질의 시작
법사위는 오후 1시 30분에서야 국감을 재개했다. 하지만 '여야 간사 1명씩 발언 후 질의 진행'이라는 합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먼저 발언권을 얻은 야당 간사 전해철 의원은 "김진태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두고) 제기한 법리적 문제 제기했는데, 저희들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박 의원 사건은 대표적인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이 박 의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들이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 투여 사건과 관련해 거듭 문제를 제기한 데에 '반격'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자 여당 간사 이한성 의원은 "좀 동의하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만 해도 2년 정도 실컷 불구속재판을 받았는데,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무려 징역 4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다"며 "(박지원 의원 사건이) 야당 탄압이라는 건 정말 얼토당토하지 않고, 여당 대표 사위 문제를 두고 줄줄이 스토리를 풀어서 망신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감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3분, 대법원 국감은 다시 한 번 중단됐다.
여야는 약 30분 동안 숨을 고른 뒤 다시 국감장에 모였다. 이상민 위원장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법사위 국감이 자꾸 덜컹거린다"며 "위원장으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야당 사정으로 평소보다 43분 늦게 시작했던 대법원 국감은 결국 오후 3시 16분에서야 첫 질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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