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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네모, 커다란 세상 '우표'

공간예술의 상징, 우표의 모든 것을 만나는 담양 우표박물관

등록|2015.10.10 16:48 수정|2015.10.10 16:48

▲ 담양 우표박물관에서 만난 엽서. 가을엔 왠지 엽서라도 한 장 써야 할 것만 같다. ⓒ 이돈삼


가을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변해간다.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가을을 탄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이동원이 '가을편지'에서 노래한 것처럼, 손편지 한 통 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고.

정말이지 엽서라도 한 장 써야할 것만 같다. 손편지를 받아본 게 언제일까? 언제 써봤을까? 생각해 보니, 생일 때 딸아이한테 받아본 것 외엔 기억이 없다. 그것도 우표를 붙이지 않은 채, 직접 전달받은 것이었다. 그러면 내 손으로 써본 적은 언제였을까?

기억도 없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급되고 SNS가 확산된 이후 자연스레 멀어져갔다.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손편지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나 친구를 입대시킨 연인들 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편지에 붙이는 우표도 보기 힘들어졌다. 우표 대신 '요금후납'이 찍힌 우편물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편지는커녕 고지서하고 기업체와 지자체의 홍보물이 대부분이다.

▲ 우표를 상징하는 조각작품이 세워진 담양 우표박물관. 가을을 더 가을답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 이돈삼


▲ 담양 우표박물관 전시실 풍경. 우표가 내걸린 전시관이 카페를 연상케 한다. ⓒ 이돈삼


손편지를 떠올리며 우표박물관으로 간다. 지난 3일이었다. 우표박물관에서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편지의 기억을 더듬고, 손편지에 붙이는 우표의 모든 것을 다 만날 수 있다. 전라남도 담양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북광주 나들목에서 가까운,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다.

우표박물관에는 우표란 우표가 다 모여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에서부터 올해 발행된 광주유니버시아드 기념우표와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기념우표까지도 전시돼 있다. 한글 반포 500주년을 기념한 우표도 있다.

우리나라의 첫 우표는 1884년 우정청에서 발행한 문위우표(文位郵票)였다. 5문과 10문, 25문, 50문, 100문 5종이 나왔다. 그 가운데 5문, 10문 짜리 우표는 일부 유통이 됐지만, 그해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뒤늦게 반입된 나머지 3종은 사용조차 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우리나라 최초의 문위우표. 갑신정변 이전에 통용됐던 5문, 10문 짜리 우표다. ⓒ 이돈삼


▲ 대한민국 헌법 공포 기념우표.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 1일에 발행됐다. 가격이 10원이다. ⓒ 이돈삼


해방과 함께 1946년 5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우표가 나왔다. 그해 8월 광복 1주년 기념우표는 봉황과 태극문양으로 발행됐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표가 발행된 것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 1일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였는데, 가격이 10원이었다. 초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도 나왔는데, 이것은 5원이었다.

이 우표에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역사가 다 담겨 있다. 국가 기념일도, 국제대회 개최현황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등 자연환경도 묘사돼 있다. 우표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우표 외에도 북한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우표도 전시돼 있다. 조그마한 네모 안의 세상이고, 작은 공간예술인 셈이다.

▲ 담양 우표박물관장 이진하 씨. 이 씨가 박물관 앞들에서 지난달 우표수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 한글 반포 500주년 기념우표. 1946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발행됐다. ⓒ 이돈삼


우표박물관은 이진하(50) 씨가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우표를 모아온, 우표수집광이었던 이 씨는 그 동안 모은 수백 권의 우표집을 단순히 보관만 하고 있기가 아까워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일반에 개방했다. 민간인이 연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박물관이었다.

우표박물관의 뜰도 예쁘다. 마당 곳곳에 조각 작품이 놓여 있다. 조그마한 조각공원 같다. 나무에는 예쁜 새집이 걸려 있다. 토끼, 새 등 작은 동물들도 한쪽에 둥지를 틀고 있다. 조각가인 이 씨의 남편 나상국 씨의 공력이다.

우표박물관은 전시된 우표를 보면서 그때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알토란 같은 공간이다. 손편지 쓰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전시관 한쪽에 예쁜 편지지와 봉투, 우표와 우편엽서가 비치돼 있다. 오랜만에 써보는 손편지는 이 가을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 이진하 담양 우표박물관장이 전시관에서 관람객에게 우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 이돈삼


▲ 우표박물관 뜰의 나무에 걸려있는 새집. 이진하 관장의 남편 나상국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 이돈삼


우표박물관에서 가까운 데에 자리하고 있는 담양대나무숲과 태목리 대숲으로의 나들이는 덤이다. 담양대나무숲은 대전면 행성리에 있다. 개인이 50년 동안 가꿔온 대숲이다.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둔, 운치 만점의 대숲이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쓰였다.

태목리대숲은 대전면 태목리에 있다.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강변 제방을 따라 습지와 여울을 함께 볼 수 있는 대숲이다. 면적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강바람에 일렁이는 대숲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좋다.

▲ 영산강변과 어우러진 태목리 대숲. 우표박물관에서 가까운, 담양군 대전면 태목리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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