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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병원 실명사건, '중국산' 의료용 가스 썼다

병원 "가스 공급업체서 기존에 쓰던 독일산 없어 중국산 공급"

등록|2015.10.11 14:50 수정|2015.10.11 14:50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눈 시술을 받은 환자 3명이 잇따라 실명(失明)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대 병원으로부터 눈 시술에 사용한 의료용 가스(C3F8)를 임의제출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시술에 사용된 문제의 가스는 서류상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제주대 병원은 지난 2011년 4월 망막박리 시술 등에 사용하기 위해 독일산 의료용 가스를 구입한 뒤 가스가 다 떨어지자 올해 1월 20일께 중국산 가스로 교체했다.

그러나 가스를 교체한 다음 날인 1월 21일께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박리 증상으로 왼쪽 눈에 대한 치료 시술을 받은 지모(60·여)씨가 실명한 데 이어 2월 3일께 지씨와 같은 시술을 받은 이모씨와 2월 11일 시력 교정 시술을 받은 장모씨가 망막혈관 폐쇄증으로 모두 한쪽 시력을 잃었다.

병원은 자체 원인 조사를 거쳐 가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 교체한 지 한 달이 지난 2월 21일에야 해당 가스 사용을 중단했다.

이 기간 문제의 가스로 시술을 받은 환자는 4명, 가스에 간접 접촉한 환자 1명 등 가스에 노출된 환자는 모두 5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실명한 환자가 3명, 1명은 경미한 증상, 나머지 1명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중국산 가스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그 가스가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국내에 유통됐는지 등 유통경로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가스 자체에 독성이 있는 지 유무와 담당의사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과 별개로 제주도도 원인 조사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 8일 제주대 병원에 공문을 보내 가스 제조사와 가스명을 공개하고 피해자가 실명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측은 "해당 가스는 독성 보고가 없어 수십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안구 내 주입 용도로 사용됐으며 문제의 가스로 교체하기 전까지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술과정 중에 발생한 사고로 피해를 본 환자와 가족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독일산에서 중국산 가스로 교체한 이유에 대해 병원 측은 "가스를 공급한 업체 측에서 독일산이 없어 중국산을 공급했다는 해명을 받았다"며 경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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