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들어도 풍년가 부르지 못하는 농심
[주장] 농부들이 활짝 웃을 농업정책을 기대한다
▲ 황금들녘벼 이삭이 가을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 임경욱
시월 들어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다. 코발트빛 창공에는 양떼구름이 높고, 황금들판을 무심히 가로지르는 후조의 날개 사이로 고추잠자리 떼의 잔잔한 유영이 평화롭다. 농부들은 지난 계절을 땀과 공력으로 풍성한 결실을 일궜다. 햇빛을 머금고 알알이 영근 벼이삭을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러나 정작 풍년의 기쁨을 만끽해야 할 농부들의 얼굴은 수심이 그득하다. 수확철만 되면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 때문에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풍년이 들어도 한숨부터 내쉬어야 하는 그네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나 금년에는 특별한 재해나 병해충도 없이 날씨마저 좋아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 모든 농산물이 폭락할 거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벼 재배면적이 79만9천㏊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0월 농업관측 결과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지난해 424만톤보다 1.5~3.6%정도 늘어날 거라고 한다. 이 중 정부에서 공공비축용으로 36만톤을 수매하고, 해외 공여용으로 3만톤을 매입한다. 나머지는 농협이나 민간업자들을 통해 수매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5.1㎏이었다. 전 국민으로 따지면 338만5천 톤이다. 여기에 가공용 물량(53만5천 톤)을 보태도 1년간 소비량은 392만톤에 불과해 전체 생산량 중 7.5%인 32만 톤이 재고로 남는다. 금년 증수예상량을 3%로 잡으면 44만7천 톤이 창고를 가득 채울 것이다. 여기에 매년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저율관세할당(TRQ, Tariff rate Quotas)으로 들어오는 최소시장접근(MMA, Minimum Market Access) 물량 40만9천 톤까지 합하면 85만6천 톤이 재고미가 된다.
더욱 어려운 것은 현재 정부에서 보관중인 쌀 재고량이 139만 톤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 약 72만톤의 2배 가까운 양이며, 연간 보관료만도 683억 원이나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식적인 루트의 쌀 수급체계이며, 이와는 별개로 찐쌀과 쌀가루 등의 형태로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입되어 정부에서도 통제가 어려운 물량이 또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렇듯 쌀 생산 및 수급구조를 보면 쌀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금년 9월 25일 기준 쌀값은 80㎏ 가마당 15만9196원으로 지난해 16만6184원에 비해 4.4%가 낮으며, 2013년 17만 5092원보다는 10% 가량 하락했다.
정부에서는 이런 쌀값의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 매입 및 시장격리,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목표가격(188천 원/80㎏) 이하로 쌀값이 하락할 경우 차액의 일부를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쌀 소득보전직불제 시행 등 다각적인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풍년을 일구고도 풍년가를 부를 수 없는 농부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이 펴낸 '2015 세계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는 세계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만큼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약 8억명이며, 북한도 주민의 41.6%가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답은 간단하고 명료해 보인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는 헌법정신을 되새겨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과 제3세계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다.
나는 감히 상상하고 기대해 본다. 올 가을에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온 국민과 세계인들이 경탄하고 환영할 농업정책을 제시해 주기를,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세계평화의 싹이 돋기를, 무엇보다도 올 가을에는 농부들이 풍년가를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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