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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든 오랜 친구로 맞이한다"

'달라이라마 이야기' <1>

등록|2015.10.15 18:39 수정|2015.10.15 18:40

티베트 남쵸호수의 하늘티베트 남쵸호수의 하늘 ⓒ 하도겸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을 위해서는 달라이라마의 '평화, 환경, 인권'에 대한 가치와 생각을 우리 모두가 알고 나아가 공유해야 할 필요가 크다. 몇년 전 달라이라마 대표부가 엮은 몇 가지 책을 읽어보면서 참으로 어렵게 대부분 '번역'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용이 제한된 경험을 가진 내게는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그런 번역을 그대로 전하는 것 보다는 필자의 감상을 전하며 재편집, 재정리라는 '창작'의 과정을 거쳐 달라이라마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서 연재해보고자 한다.

우리 인간들의 삶, 즉 인생의 목적은 행복하게 되는 것에 있다. 가난하든 아프든 초등학교도 못 나왔든 흑인이든 범죄자라도 어떤 이유로서든 그 바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남'의 행복을 훼방하고 노략질한다. 그럼 빼앗기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은 그냥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는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까? 달라이라마는 이에 대해 매우 쉬운 해법을 전한다.

"가장 깊은 내적 편안함은 사랑과 배려의 심화에 의해 기인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마음이 깊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이러한 기분은 어떤 공포와 불안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고, 직면해 있는 장애를 극복하는데도 힘을 줍니다. 이것이 인생에 있어서 궁극적인 성공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그 고통을 없애주고 싶은 의지를 기를수록 우리 자신의 마음의 평온과 내적 힘은 증가해가는 것입니다. 사랑과 배려가 최고의 행복을 만들어 냅니다."

달라이라마의 주장처럼 사랑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은 바로 인간 존재의 근원에 관련된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 자체가 두 사람이 기대고 의지하고 있는 것을 형상화한 것은 아닐까? 우리 인간 모두는 서로 나누고 있는 깊은 상호 의존에서 생겨난 '존재'이다. 불교의 핵심이 '연기(緣起)'법에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다 상호연관 속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티베트 남쵸호수의 야크티베트 남쵸호수의 야크 ⓒ 하도겸


그런 연기법에 통달한 달라이라마는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한 성실한 책임감과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호의나 경의 등 그런 배려가 우리의 행복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많은 정신 장애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애정결핍으로 인한 것이다. 사랑과 배려만이 남 나아가 남과 관련된 내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통찰을 통한 상구보리를 끝낸 달라이라마이기에 가능한 '하화중생' 즉 나눔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인간으로 행복을 바라지 고통을 바라지는 않는다.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되고자 하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된 것이다. 우리가 이걸 인정하면, 우리 모두 연약한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인정하는 데는 충분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배려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기 위해 모두가 행복이라는 '바람'을 가진 인간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자기 집착을 하나씩 차례대로 걷어내야만 할 따름이다. 그게 고집멸도 사정제의 과정이기도 하다.

달라이라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연민과 동정 그리고 배려의 마음을 키우는데 가장 큰 장애는 다름 아닌 분노와 증오입니다. 이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분노나 증오가 발생하면 먼저 겸허하고 성의있는 태도를 유지하며 그 원인을 비롯하여 과정이나 결과가 공정한 것인지 바라봐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며, 비록 상대가 우리를 해치려고 해도 분노와 악의를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폭력적인 행동은 항상 그들 자신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설사 보복을 하고 싶어도 그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배려하는 마음을 몸에 배게 하고 싶다는 소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거꾸로 자신이 당한 곤욕을 상대가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온 온화한 태도로 대책을 강구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분노와 증오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분노의 맹목적인 힘에 의한 보복은 목표가 어긋나 결국 일만 그르치는 경우가 많을 따름입니다."

그의 말대로, 진짜로 공부하려고 생각한다면, 적이야말로 최고의 교사라고 봐야 한다. 배려의 마음과 사랑을 키우려고 하는 사람에게 관용의 습득은 필수적이다. 평온한 마음을 기르는 데 가장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적에게 항상 감사해야 한다. <입보리행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람이 아니라 분노와 증오가 우리의 진짜 적이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전면적으로 맞서 극복해야할 상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직 사랑만이 진정으로 친한 친구를 만들어 준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의지할 진짜 친구를 만들어 두기 위해 우리는 평소에 이타(利他)적인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더 많은 친구를 갖고 싶다면 언제나 미소 지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미소로 더 많은 친구를 만나고 배려하고 호의와 경의를 받으면서 우리 모두는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런 행복들은 공동체의 개선에도 큰 공헌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하나이고 이 지구만이 우리가 함께 사는 하나뿐인 주거지이다. 지구에 대한 사랑 즉 환경보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티베트 남쵸호수의 야크티베트 남쵸호수의 야크 ⓒ 하도겸


우리는 굳이 종교에 심취하거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가 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좋은 인간적인 자질을 길러 나가면서 적이라도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연민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가족, 친족, 마을, 민족, 국가, 세계를 보다 행복하고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 열쇠는 이 배려, 사랑, 동정, 연민의 마음을 심화해 가는 것뿐이다. 종교, 지역차별, 남녀차별, 세대갈등 그리고 좌우진영논리를 넘어 우리 국민을 그리고 인류를 통합할 수 있는 힘은 다른데 있지 않다.

"나는 누구와 만나든지 오랜 친구로 맞이하려고 한다. 이것이 나를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어줄 것임을 안다. 이것이 다름 아닌 배려의 실천이다."(달라이라마)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달라이라마의 '평화론'을 읽고 이해하기 쉽게 발췌 축약 현대역하면서 재편집하는 과정에 필자의 이해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달라이라마 본래의 취지와 다를 수 있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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